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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것들(논픽션)/요즘

누구를 처벌해야 하는가 (2008년 5월 6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동물애호가라면 아마 다음과 같이 답할 것이다 - 달걀이 먼저라고. 아이가 먼저냐 어른이 먼저냐란 질문의 답과 비슷하다. 한 마리 닭의 개체성, 아이덴티티를 존중한다면 달걀이 우선이다. 나처럼 이 닭도 저 닭도 다 식용, 이라고 생각한다면 별 의미 없는 지적이 되겠지만. 불법행위는 반사회적이라는 명제가 있다. 과연 불법행위가 먼저일까, 반사회적인 행위가 먼저일까? 보통 사람들은 두 개를 필요충분조건으로 여긴다. 불법행위는 반사회적인 거고 반사회적인 행위가 불법행위인 거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이렇다. 반사회적인 행위가 먼저다. '반사회적 행위 중 일부를 불법행위로 규정해야 하는 것' 이며, 불법행위라고 해서 다 반사회적인 건 아니다. 한국인에게는 오히려 쉬운 설명이 아닐까 한.. 더보기
근로자의 날입니다 일기 | 낙서장 http//blog.naver.com/ep0nine/40050615904 2008-05-02 013421 Mr.Blog...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에요. 하루 일을 마치고 난 뒤의 뿌듯함, 여러분도 느껴본 적이 있나요? Si,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었고, 근로자들은 휴무한다. 전 세계의 노동자들은 노동절을 기념한다 - 예외라고 치면 미국 정도 되겠다. 뭐 미국은 미친소도 먹는데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그러고 보니 한국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다던데, 몇 년 지나면 노동절이 긴가민가해질지도 모르겠다. 임금 협상도 3년마다 한번씩 하시라는데, 노동절도 삼 년에 한번씩만 쉰다고 해서 더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경영자적 마인드'를 가지신 분들은 누가 노는 꼴을 끔찍히도 싫어하시지 않는가. 유감.. 더보기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 낙서장 http//blog.naver.com/ep0nine/40050523478 2008-04-28 221535 별로 치열하지도 않았던 저번 대선기간 동안, 나는 아주 노래를 불렀다. 경기지표가 끝장나게 좋은데, 경제를 살리자는 개소리는 또 무엇이냐고. 이쯤에서 미리 짚고 넘어가야겠는데, 나는 각하를 찍은 머저리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살리자는 경제가 서민경제나 실물경제 같은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정도는 물론 알고 있었다. 각하가 살리자는 경제는 통계자료에 등장하는 경제다. GDP, 경상수지, 주가지수 같은 거 말이다. 하지만 나는 미처 가늠하지 못한 것이었다 - 총통 각하의 예지력을. 나는 그 당시 경제지표가 좋다고 해서, 요 얼마간도 마냥 좋을 거라는 한심한 착각에 빠져 있.. 더보기
논제 이 소품은 예시이다. 그러니까 본인의 '견해'가 아님을 밝힌다. 학교 부근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란 곳이 있다. 일명 스쿨존이다. 스쿨존에서 차들은 30km/h의 속도로 달려야 한다. 물론 규정을 준수하는 운전자를 본 적이 없다. 통계를 보면 스쿨존이 있건 말건 사고가 나는 확률은 비슷한 것 같다. 애초에 운전자들은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으니. 국회가 가중처벌법을 마련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할 확률은 일본의 3배다. 그래도 많이 줄어들어 일년에 280명 정도의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애초에 교통사고가 워낙 많이 나는 나라이니 애들도 많이 죽기야 하겠지만. 한국인들의 위험한 운전습관은 어떻게 보면 경이적이다. 그리고 그 경이적인 악습은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더보기
용비어천가 노자가 말하길, 지극한 선(善)은 물과 같다고 했다(上善若水). 왜? 온갖 것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뭇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하기 때문이다(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바로 총통 각하의 사상이며, 원칙이며, 행동이시다. 각하께선 마치 물과 같음이라! 고로 님의 일거수일투족은 바로 지극한 선이며, 곧 진리이다. 어째서 그러한지 이하에서 설명하겠다. 시작하기 전에 각하를 좀 찬양하고 넘어가자. 미천한 중생들이여, 인왕산 아래 파란 기와집을 향하여, 모두 경배드릴지어다! '만물을 이롭게 한다(利萬物)'는 모토는 '경제살리기'라는 표어와 일맥상통한다. 이 표어는 우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각하께서는 무려 50%가 넘는 지지율을 획득하시지 않으셨는가? 바로 이것, 이롭게 함(利.. 더보기
정당이기주의 사람들은 다 이기적이다. 이기심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타적인 인간은 희귀하기에 열렬하게 찬양받는다. 우리가 이타적인 인간을 찬양하는 것도, 타인의 이타적인 행동이 자신에게 이익이 될 거라는, 이기적인 계산속의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개인의 감정이란 복잡한 것이라, 사람은 흔히 엉뚱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사람의 행동은 상대적으로 일관되지 못하다. 가령 '단체'의 행동에 비한다면. 우리는 잘 조직된 단체, 이를테면 재벌그룹이라던가, 대한의사협회 같은 단체가, 그들이 추구하는 '이익'에 대해 광적인 집념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걸 안다. 단체는 대단히 계산적이다. 설령 자선단체라 하더라도 성과주의적인 면을 지닌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조직은 움직인다. 모든 정.. 더보기
I envy... 나는 나보다 어린 아이들을 부러워했다. 나보다 너댓 살 어린 애들은 물론. 한두 살 차이나는 애들까지 부러워했다.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던 혜택을, 걔들은 받고 자란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는 뭔가 부러워할 만한 것들이 있었다. 내가 부러워했던 것들은 내가 가지지 못했던 것들이고, 따라서 내가 아쉬워해야 했던, 때로는 억울하게도 생각했던 것들이다. 나는 그것들을 아직도 생생하게 꼽을 수 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질지도 몰라, 그것들을 '갖고 싶다'라는 소망이 강력함을 잃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나는 겨우 1, 2년 사이에 그어진 극명한 대비를 목격했다. 하나 둘 떠올려 본다. 학교 시설같은 거라도 괜찮겠다. 지방이라 학교 시설은 촌티가 많이 났었지만, 해가 더할수록 나아졌다. 책상들도 .. 더보기
특수성과 신화 한국의 교육제도는 한국이 가진 2가지 특수성에 얽매인다. 1. 직업의 귀천이 명확하다는 점. 2. 학벌이 직업을 결정한다는 점.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한 나라들에선, 어떤 노동이 고급 노동이고 어떤 노동은 저급하다는 편견이 훨씬 덜하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에서도 특정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 - 가령 일식집에서 사시미를 기막히게 놀린다면 - 은 어느 정도 대우받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직업이 그의 계급을 결정하고, 노력 여하를 불문하고 그의 최종적인 사회적 신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의 위나라는 '구품관인법'이란 걸 시행했다. 기관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아홉 품계로 나눠진 등급을 매겨 '추천'하는 제도이다. 원래 취지는 사람의 능력을 정확하게 심사하여 적재.. 더보기
노무현 이야기 어릴 때부터 나는 정치란 게 '나의 삶'에 대단한 영향을 끼친다고 느꼈다. 시장 도로 한쪽 담벼락에 붙어 있던 선거포스터를 아직도 기억한다. 1번 노태우, 2번 김영삼, 3번 김대중, 4번 김종필. 먼 발치에서 보았던 노태우의 모습도 흐릿하게 뇌 속에 남아 있다.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를 하면 TV를 유심히 지켜보곤 했다. 아, 이번엔 누가 득세하고 세상은 어떻게 바뀌겠구나, 하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반면 보통 사람들은 정치가 일반인들의 삶에 무슨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별 관심이 없다. "먹고살기 바쁜데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맙시다"란 반응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우리 '세대'는 더욱 관심이 없으니, 난 좀 유달리 특이한 사람이다. 어쨌든, 노무현이란 사람을 알게 된 건 좀더 오래 전 일이지만, 본격.. 더보기
변명 요즘 들어 자주 이런 꿈같은 상상을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걸어가고 있습니다. 지하철 역사에서 흔히 보는 것처럼,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백, 수천, 수만의 사람들. 그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은 모두 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교복을 입은 학생, 양복을 입은 직장인, 머리가 우습게 벗겨진 사람, 휠체어를 탄 사람, 아이를 손에 잡은 사람, 그냥 보통 사람들... 나는 그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곳의 끝을 알고 있습니다. 바닥이 보이지도 않는 낭떠러지가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무한의 심연이 어둡게 미소지으며, 종말로 치닫는 이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의 운명은 오로지 파멸만을 향해 치닫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지, 무기력하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