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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것들(논픽션)/요즘

논제

 이 소품은 예시이다. 그러니까 본인의 '견해'가 아님을 밝힌다.



 학교 부근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란 곳이 있다. 일명 스쿨존이다. 스쿨존에서 차들은 30km/h의 속도로 달려야 한다. 물론 규정을 준수하는 운전자를 본 적이 없다.

 통계를 보면 스쿨존이 있건 말건 사고가 나는 확률은 비슷한 것 같다. 애초에 운전자들은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으니. 국회가 가중처벌법을 마련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할 확률은 일본의 3배다. 그래도 많이 줄어들어 일년에 280명 정도의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애초에 교통사고가 워낙 많이 나는 나라이니 애들도 많이 죽기야 하겠지만. 한국인들의 위험한 운전습관은 어떻게 보면 경이적이다. 그리고 그 경이적인 악습은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애랑 어른이 똑같이 자동차에 치인다면 분명히 애가 더 큰 상처를 입을 거다.

 사람들은 외쳐댄다. 생명이란 건 최고로 소중하다고. 이번 살인사건에서도 보지 않았는가. 살인범 따위에게 인권이 어디 있겠는가. 깨끗이 모가지를 쳐버리고, 다른 위험한 성추행범은 죽을 때까지 교도소에서 못 나오게 하자. 좋다.

 하지만 한 해에 얼마나 많은 정신병자들이 애들을 덮친 다음 토막을 내서 야산에 버리겠는가. 손으로 꼽을 수 있다. 학부모들은 직접 애들을 학교에서 집까지 공수하며 요란법석을 떨지만, 어째서 더 큰 살해위협에는 신경을 놓아버리는지 알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해, 위험하게 운전하는 인간들 모두 잠재적 살인범이 아닌가?

 그렇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면, 성범죄자에 대한 대책보다 더 시급히 해야 할 게 있다. 위험하게 운전하는 인간들을 모두 교도소에 처넣어야 한다. 스쿨존에서 규정속도를 위반하기라도 하면 더 위험한 인간이니 교도소에서 푹푹 썩게 해야 한다. 횡단보도를 무단횡단하는 운전자들은 5년 이상 징역이다. 사고를 낸 인간들은 무기징역을 살리고, 위험운전으로 사람 죽이면 다 처형하자. 애가 유괴살해당하면 부모의 마음이 더 아프고, 교통사고로 죽으면 덜 아픈가? 물론 아닐 것이다.

 아예 스쿨존에서 등교시간에는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자동차 굴리다 걸리면 1년 징역이다. 이건 너무한다고? 애가 죽을 수도 있다. CCTV를 곳곳에 설치하는 건 또 안 너무한가.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젠데 말이다. 뭐, 그렇게 살면 미쳐 버릴 것 같다고? 

 내 알 바 아니다. 아니, 사실 너무 가혹한 통제사회에서 살면 정말 미쳐 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신이 좀 나가서 애들을 성추행하면 교도소에서 썩으면 된다. 교도소가 무서우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애를 죽여 보시던가. 사실 성추행범이 애들을 죽이는 이유도 거의 다 교도소가 무서워서다. 어쨌든 걸리면 사형이다. 그게 당신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