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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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2 013421
Mr.Blog...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에요. 하루 일을 마치고 난 뒤의 뿌듯함,
여러분도 느껴본 적이 있나요?
Si,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었고, 근로자들은 휴무한다. 전 세계의 노동자들은 노동절을 기념한다 - 예외라고 치면 미국 정도 되겠다. 뭐 미국은 미친소도 먹는데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그러고 보니 한국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다던데, 몇 년 지나면 노동절이 긴가민가해질지도 모르겠다. 임금 협상도 3년마다 한번씩 하시라는데, 노동절도 삼 년에 한번씩만 쉰다고 해서 더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경영자적 마인드'를 가지신 분들은 누가 노는 꼴을 끔찍히도 싫어하시지 않는가.
유감스럽게도 학생과 교수는 '법적으로'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강의는 그대로 했다. 나는 Mr.Blog가 말하는 '일'같은 건 하지 않은 셈이다.
학교 청소부 아주머니들, 식당 아주머니들, 교통정리하는 경비원 아저씨들도 오늘 변함없이 학교에 나오셨다. 그 사람들도 아마 노동자가 아닌 모양이다. 나는 그 분들을 보면 항상 미안함을 느낀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미쳤나 보다. 10년 전 미국 갔을 때 쇠고기를 먹은 게 화근이었다.
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니, 헐렁한 시간대인데도 버스가 꽉꽉 들어찼다. 인근 실업계 여고의 수업이 끝난 모양이었다. 여고생들은 우글대며 재잘댔다. 시험 이야기하는 걸로 봐서 중간고사기간인 듯했다. 그 중 한 여고생이 말했다. 도심에서 소고기수입반대 집회를 한단다. 자신은 가고 싶은데 갈 수가 없다나 뭐래나.
"왜? 어째서 못 가니?" 라는 물음에 그 애가 대답하길 -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집회에 참석할 수 있단다. 동의확인이 없으면 경찰이 잡아갈 거라나 어쩐다나. 대체 무슨 깜냥으로 경찰분들이 그딴 짓거리를 할까 잠시 추측해봤는데, 그분들이 무슨 멍청한 짓을 하든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머리를 흔들고 눈길을 돌렸다. 버스 벽의 공고문이 보였다. '이번주에 연등행사로 노선이 우회.'
아니, 저렇게 교통을 방해하는 짓거리는 왜 가만히 놔두는 것이냐. 신문은 사설과 칼럼을 동원하여 연등행사를 난타해야 되지 않나. 또 유수의 얼간이들이 모조리 몰려들어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무조건 나쁘다", "불교계=민노총=한총련=북괴"따위의 리플을 섬겨대야 하지 않나. 경찰분들은 왜 저런 집회를 허가해주는지 모르겠다. 아주 몇 블럭의 교통이 두절되는데, 시민들의 교통권이 아주 안드로메다행인 게 분명한데, 쯧쯧, 역시 멍청하기 그지없는 작자들이시다.
그러고 보니 민노총이 요번에 폭력단체로 낙인이 찍힌 모양이다. 뭐 경찰분들이 이 정도 멍청한 짓을 하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민노총만 불쌍하게 됐다. 그러게 뭐 하러 FTA를 반대하고 쇠고기협상을 반대하고 비정규직법을 반대하나. 한국노총 같은 어용단체를 약간만이라도 본받으면 참 살기 편할 텐데 말이다. 정부에서 자리도 몇 개 해먹을 수 있고. 정말 올해 들어 한노총 양반들을 토막내고 싶은 충동이 한두 번 드는 게 아니다. 확실히 난 미쳤나 보다.
그런데 사실 불교계도 대단한 폭력단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들이 각목을 들고 난투를 벌이는 광경을 자주 TV에서 시청했었는데. 정말 영화보다 더 생생한 - 그럴 수밖에, 실사니까 - 장면이었다. 그 정도는 뭐 괜찮으리라. 난투극 좀 벌인다고 해서 평화의 이미지가 훼손되지는 않을 테니. 달라이라마 같은 양반도 세계 평화의 사도로 불리는 마당이니까. 젠장, 정말 미친 세상이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대자보란에 나붙은 총학생회의 벽보를 보았다. 총학이 집권하고 붙인 두번째 벽보다. '중국은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있는가'란 제목이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나붙었던 첫 번째는 4.19행사 관련 벽보였다. 그들이 떠드는 논리를 일관하자면 그들은 4.19행사를 개최할 자격이 없지 않은가 - 죽은 이들에게 대체 무슨 모독이란 말인가 - 라고 생각했지만, 이딴 세상에서 그런 궤변 정도야 슬겁게 넘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학생식당에 갔다. 밥을 먹으며 생각해 보니, 식당 아주머니들이 오후 4시가 안 되어 밥을 먹던 게 떠올랐다. 과연 그건 점심밥일까 저녁밥일까 갸웃거렸다. 아주머니들은 그런 하루 일과를 마치면 뿌듯할까. 하지만 그들의 노고에 대한 사회의 보답은 초라하다. 한때는 학생들이 학내 비정규직들의 복지에 관심을 가졌던 때도 있었다. 그리 멀지는 않은데, 꽤 먼 옛날 얘기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