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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

어째서 이익을?


 맹씨를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논변의 설득력까지 부정할 수는 없겠다. 맹자만 인용해도 논술시험의 모든 주제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사람을 찔러 죽이고, '내가 아냐, 흉기가 한 거지' 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구절을 떠올렸다면, 오늘은 그 앞 부분을 떠올렸다.

 "양혜왕이 말했다. '어르신이 불원천리하고 오셨으니 역시 앞으로 우리 나라에 이익이 있겠지요?'

  맹자가 답했다. '어째서 왕께서는 꼭 이익을 말하십니까? 오직 인의가 있을 따름입니다."

 맹자는 이어 개개인의 이익은 상반되며, 개인의 이익 추구가 선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자본주의적 견해다. 그리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국익을 절대선으로 치환하는 오늘날의 세태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반국가적 견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현대는 맹자의 반대인 양혜왕의 편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만약, 양혜왕에게 현대 한국은 당신을 지지하노라 이야기한다면, 그는 오히려 기분나빠할지도 모른다. 그는 아마 내게 이렇게 항의할 것이다 : 너네 나라 꼬라지를 봐라.

 현실을 보자. 국익은 흔히 절대선인 것처럼 치장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정부에서는 누구도 그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래도 대통령 각하는 사뭇 나으시다. 적어도 시늉은 내시고 계시지 않는가. 아무래도 그보다 뻔뻔한 방통위원장이나, 염치라고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상왕 전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양혜왕은 아마 MBC의 사태 역시 들면서 반박을 펼칠 것인바,

http://media.daum.net/entertain/enews/view?newsid=20110407180930613

 와 관련한 일 되겠다.


 스티브 잡스의 발표회가 없는 애플을 상상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유재석이 없는 "무한도전"이나, 강호동이 없는 "무릎팍도사[각주:1]"을 상상할 수 있을까. 손석희가 없는 '100분토론'을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으며, 정말 그가 하차하자 그 프로그램은 순식간에 듣보잡[각주:2]이 되어 버렸다. 이는 해당 프로그램은 물론이거니와, 그 방송국에 엄청난 손해다. 진행자의 개인적 능력에 좌지우지되는 프로그램은 당연히 진행자에 목을 매야 한다.

 진행자를 바꾸고도 프로그램의 진형을 유지하여 살아남기는 힘들다. 굳이 드문 성공을 따지자면 "이소라의 프로포즈" 정도. 하지만 계속되는 성공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를 위해 관계자들이 얼마나 진땀을 뺐을지,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각주:3]. 만약 진행자의 대체가 힘들다면 어떨까. 새로운 포맷을 아예 개발해야 한다. 이런 '맨땅에 헤딩하기'는 정말 노력에 노력을 다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

 김미화의 일을 보자. 프로그램은 성공적이다. 그 시간대의 점유율뿐만 아니라, 전체 라디오방송에서 차지하는 프로그램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그 성공에 있어 진행자의 역할은 매우 크다. 현재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김미화씨의 카리스마를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은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설령 검증된 역량의 다른 후보가 있다고 한들, 꼭 김미화와 비슷한 정도의 역할을 해 주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따라서 진행자 교체는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를 섣불리 교체하면, 딱 백분토론 꼴이 날 가능성이 높다. 프로그램을 폐지한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방송국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김미화의 자리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역시 간단하다. 교체 같은 것은 상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방송국의 이익을 생각한다면야 그렇다. 손석희가 설령 자기 입으로 백분토론을 그만두겠다고 하더라도, 방송국 사장부터 나서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말려야 하는 것이다. 부장 따위야 진행자의 집 앞에 텐트를 치는 결의를 보이지 않고서는, 자신의 목을 쉽게 장담하지 말아야 한다. 단지 이것만이 자본주의적인 대처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오늘날 국가며 기업이 돌아가는 꼴을 보노라면, 저 관료와 저 임원들은 대체 어느 나라와 회사의관료들이고 임원들인지 알 수가 없다. 특히 MBC의 이번 짓거리는, 어떻게 조직적으로 회사를 사해하겠다고 작당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수준이다. 어쨌든 정말 이상한 세상이다. 멀쩡한 위치에 있는 인간을 무슨 스파이라고 상상하지 않으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꼴이 이 모양이니 어찌 유언비어가 나돌지 않겠는가.



  1. 강호동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몇몇은 양호하나, 적지 않은 수가 쓰레기와 다를 바 없으며, 일부는 그만도 못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정신상태와 강호동의 진행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애초에 강호동의 능력이 부족했으면 그 프로그램들이 계속 전파를 타는 불상사도 없었으리라. [본문으로]
  2.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본문으로]
  3. 사실 '...스케치북'으로 이어지는 이 프로그램도 늘 '성공'했던 건 아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