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즘 이야기

이것이 정치다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110530134418442&p=yonhap

 주초의 기사.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 하나가 생각난다. 제목은 "네메시스". 주인공은 독특한 능력의 소유자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영능력으로 MRI 같은 걸 찍는다는 게 아니라, 표정, 어조, 몸짓 등으로 사람의 심정을 파악한다. 우리가 지도를 보고 그곳의 풍경을 미루어 상상하는 것과 비슷하려나.

 왜 이 이야기가 나왔냐면, 그곳에서 주인공이 주장하기를,

 표현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표현이다

 라고 해서다.


 이제 우리의 주제로 돌아가자. 이정희씨가 북한문제에 갖는 태도는 대체로 아래와 같다.

 http://blog.daum.net/jhleeco/7701325

 이것을 낳게 한 경향신문 사설은 다음과 같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9302342325&code=990101


 북한문제에 대한 이정희씨,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방식은 적어도 이 시기부터 꾸준한 양태를 보인다. 바로 '말하지 않기'. 그리고 주초의 기사를 보면, 아직까지도 이러고 있다. 근성이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말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의사표현이다. 따라서 이정희씨도 사실 무엇인가를 꾸준히 표현하고 있는 셈이 된다. 물론 '말하기 않기'는 '말하는 것'과 비할 때 중요한 차이가 있다 - 불분명하고, 그렇기에 훨씬 다양하고 추정적인 해석을 부른다는 점.

 나는 물론 이정희씨가 종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노당 자체가 종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보자. 이정희씨와 민노당의 이 '말하지 않기'는 일반 대중들에게 어떤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는가? 인민은 당연히 이렇게 생각한다.

 "민노당은 종북정당이다. 그들은 그것을 솔직히 말할 수 없을 뿐이다."

 이 오해가(물론 약간의 진실성은 있다)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은 전적으로 민주노동당의 탓이다.


 물론 오해를 짊어지고 가겠다면야 말릴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의 자유니까. 하지만 민노당의 이 행태를 합리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병신짓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어도.

 여러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민노당은 그들 자신이 북한문제에 있어 어떤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이 착각은 때로 도가 지나쳐서, 정말 그들이 무슨 간첩질이라도 하는 게 아닐까 공상을 할 때도 있다.

 이정희씨와 민노당의 발언의 전제는 이렇다. 북한에 대한 그들의 유화적 태도가 어떤 대단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친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을 보라. 조선노동당 2중대가 있건 말건 남북관계는 파탄이다. 따라서 이 영향력은 현실의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역사를 조금만 되새겨보자. 김영삼은 김대중에게 색깔론을 퍼부으며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그는 김일성과 정상회담에 합의할 수 있었다. 미국은 북한의 가장 큰 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북한이 가장 '대화'하고 싶어하는 상대이기도 하다. 국가 레벨에서 정치적 영향력은 거의 전적으로 현실권력에서 나온다. 마뜩찮아하지만, 북한이 중국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도 같다. 중국의 힘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권력을 얻어야 한다. 북한은 권력자와 대화하지 지지율 5%의 소정당과 대화하지 않는다. '지령'은 어떻게 내려보낼 수 있겠지만.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아무리 북한에 대한 분단의식이 어쩌고 주절거려 본들 아무 의미가 없다. 노무현 정부는 박지원을 교도소에 보내고도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성공했다. 그 박지원은 그를 감옥에 처넣었던 인간들과 지금 같은 당에 있다. 그는 말한다 : 이것이 정치다.

 민주노동당의 북한관은, 국제정치의 면에서 보면, 전적으로 무의미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무슨 대처 따위가 아니다. 북한은 그에 대해 관심조차 없다. 그렇다면 이정희씨가 열심히 내세우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적어도 현실 정치는 아니다. 현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혹시 미래의 것일까? 하지만 그 거룩한 '정치적 영향력'은 앞으로도 없을 게 확실하다. 민주노동당이 집권하지 못하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정희씨의 북한관은 국제정치에서는 무의미하지만, 국내정치에서는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정치인과 당의 견해는 국민들에게 평가의 대상이 되기에 그렇다. 문제는 그 북한관이 필연적으로 불러오는 종북이라는 이미지다. 종북이란 꼬리표를 달고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림반푼어치 없는 이야기다.

 이정희씨와 민노당의 북한관의 논리모순은 이곳에서 나온다. 권력을 획득해야 의미가 있는 말을 하면서, 그 말로 인해 권력을 획득하지 못하는 결과를 용인한다. 무슨 거창한 정치적 계산을 주장하면서, 정치적으로 전혀 이익이 나지 않는 쪽으로 행동한다.

 이런 헛짓거리는 민노당의 다른 행위들과도 모순된다. 진보신당과 굳이 통합을 해서 뭐 하나? 통합정당에게 표를 주는 이들은 그만큼 진보적 성향이 투철한 이든가, 종북세력을 보지 못하는 얼간이든가, 종북세력을 보고도 보지 못하는 정신병자든가, 아니면 진짜 종북세력들밖에 없다. 이들은 전국민의 10%를 넘지 못한다.

 참여당이나 민주당과 연대를 해 봤자 결과는 뻔하다. 대선후보를 내 봤자 밀릴 게 뻔하고, 만에 하나(지나치게 높은 가능성이다) 그들을 압도한다고 해도 당선자가 나올 리가 없다. 민주당에 표를 조금 얹어 주기 위해 굳이 열심히 뛸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꼴을 보노라면, 이정희씨와 민노당이 진정 남북관계를 생각해서 그런 괴상야릇한 행동을 하는 건지마저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어째서 북한의 김일성교도 정신이상자들에게는 관용을 베풀면서, 남한의 박정희교도는 그렇게 멸시하는가? 사실 박정희가 김일성보다 아무래도 실적도 낫고, 박정희교도 역시 포용해야 할 우리 공동체의 일원 아닌가?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명박의 토건세력들과 봉건 재벌세력들에 대해서도 이런 질문이 이어질 것이다. 이 때마다 계속 대답을 회피한다면, 국민 대다수는 이런 결론을 언제나 확인할 수밖에 없다.

 "저놈들은 종북이야."

 결론적으로 지금의 북한관을 고수하는 이상, 여타의 국내정치적 행위들은 모조리 쓸데없는 일이 된다.


 이제 민노당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졌다. 정치적 기교를 부리려면 북한을 적절히 비판하고 선을 그어 놓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것이 도덕적으로도 정당하거니와, 정치적으로도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다. 이는 심지어 민노당이 진짜 종북세력들로 가득찬 정당이라고 해도 참이다. 그런데 무슨 조현오마냥 드릴 말씀이 없다는 둥 헛소리로 일관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내 결론은 간명하다. 북한문제만 나오면 정상적 판단이 불가능한 양반들이 몇 계신다. 그 분들은 이제 역사적 사명을 다했으니 집에서 쉬시는 게 나을 것 같다. 그 분들이 있어 봤자 당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각주:1]은 절실히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진보신당과 통합이 된다면[각주:2], 통합정당은 이 문제를 반드시 명확하게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각주:3]. 곧 스탈린주의, 김일성주의 등 사회주의를 빙자한 독재, 권위주의, 인권탄압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의사표현이 당의 정강과 정책차원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1. 사실 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당이긴 하지만. [본문으로]
  2. 이러면 나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게 된다. [본문으로]
  3. 만약 이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되지 않고 넘어갈 시의 내 행동은 명확할 것이다. 탈당.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