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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것들(논픽션)

관심이 있으신가요 점점 사악한 히로인들을 등장시키는, 아다치 미츠루씨의 최근 완결작인 '카츠!'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주인공은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권투도장을 운영한다는 말에 넘어가 권투를 시작한다. 물론 히로인의 부모는 이혼해 아버지와는 따로 산 지 오래, 게다가 그녀께선 권투하는 남자는 질색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네, 낚이셨습니다. 글쎄, 아마 많이들 그러리라 여긴다.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 무심코 한 번 더 틀어 보려고 하고, 그녀가 지나다니는 길거리 따라 걸으려고 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 배우 포스터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눈길 주지 않았을까, 당신은. 바다 건너 어느 가수의 목소리가 좋다 한들 나와는 관련없는 이야기였으리라.그녀가 아니었으면 말이다. 솔직히 당신 수준있는 노래 별로 안 좋아하잖아. 그럼 .. 더보기
북핵문제에 대한 단상 1. 진실은 오히려 몽상에 가까우리만치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인간을 옭아매는 여러가지 한계들은 모든 경우들에 대한 완전한 인식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인간은 절대로 세상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리고 언제나 진실은 '저 너머' 어딘가에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없다고 해서 생을 곧 그만두어야 하는 건 아니고, 완벽하게 행복해질 수 없다고 해서 행복을 포기하고 체념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진실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거짓과 적당히 타협하라는 명제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 온 모든 것에 대한 잠정적인 유기를 의미한다. 반대로 우리가 세상을 더 올바르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삶의 가치.. 더보기
과외에 얽힌 일화 미국 뉴저지 주 프린스턴이란 동네에 소녀 하나가 살았다. 평소 소녀는 수학을 못해 애를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소녀의 수학실력이 엄청나게 좋아진 게 아닌가! 이상하게 생각한 어머니가 소녀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소녀는 대답했다. "이 동네에 수학을 매우 잘 하는 교수님이 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두 달 전에 그 교수님에게 찾아가서 수학을 좀 가르쳐달라고 부탁드리니까요, 매일 저한테 수학을 가르쳐 주셨어요." "그 교수님 이름이 뭐라던?" "아인슈타인이랬던가?" 더보기
어렸을 적 동화가 들려 주었던, 어느 곰의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시튼 동물기'였던가요. 북아메리카의 어느 숲에 곰 한 마리가 살았답니다. 어미가 사냥꾼의 총에 맞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됐었나...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군요. 어쨌든 이 동화는 곰의 성장을 담담히 이야기합니다.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곰은 꿋꿋하게 자랐고, 나이가 들어서 그 일대를 호령하는 크고 힘센 곰이 되었습니다. 탐욕스런 사냥꾼, 시냇가의 물고기. 많은 일화들을 반복하며 이야기는 계속되고, 그와 함께 세월은 끊임없이 흘렀으며, 곰은 이제 적지 않은 나이를 먹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동네에서 곰 하나가 그 지역으로 흘러들어왔습니다. 곰은 나무에 자국을 내 영역표시를 한다는군요. 영역표시는 대개 그 곰의 .. 더보기
동북공정 위의 지폐 사진은 4차인민폐라던가, 어쨌든 중국 돈이다. 오른쪽에 있는 햏이 조선족 여햏 되겠다. 5차인민폐부터 등장하는 인물이 모두 마오로 바뀌었다지만, 4차인민폐는 지폐마다 각 민족이 2명씩 등장한다. 가령 10원짜리는 한족과 몽고족, 위의 2각짜리는 조선족과 부이족 이런 식이다. 중국은 다민족국가다. 물론 한족이 절대다수이기는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쪽수의 소수민족들이 존재한다. 현재 조선족들이야 조용하게 사는 듯하지만, 중국 서부에서는 독립하겠다고 깝치는 햏들이 많다.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가 대표적인 케이스. 신장-위구르 쪽의 이슬람계열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중국 지도층은, 이런 개별 민족이 자립하는 걸 체제의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구소련처럼 공중분해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 더보기
게임에서 승리하는 법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경기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2002년 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꼽을 것이다. 이탈리아, 한국 모두 플레이가 처음부터 굉장히 거칠었다. 서로 밀친다거나 하는 자잘한 파울은 시종일관 계속됐다. 유니폼을 너무 잡아당긴 나머지 이탈리아 선수의 유니폼이 찢어지기도 했다. (이후 FIFA는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행위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선수 하나는 팔꿈치에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 연장전까지 가는 난전 속에, 이탈리아의 중심 선수인 토티는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결국 연장 후반 골든골로 한국이 승리. 한국은 승리를 거두었지만 만신창이가 되었고, 다음 경기부터 맥없는 플레이로 일관한다. 경기 후 이탈리아인들은 편파판정을 외치며 거리로 몰려나와 시.. 더보기
AGAIN 2002!! 월드컵이 돌아왔네요. 환호성으로 가득하던 축제의 6월이, 4년의 시간이 흘러 당신 앞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4년 전처럼, 대표팀에 거는 기대는 큽니다. 4년 전처럼, TV에서는 온통 월드컵 얘기뿐이지요. 4년 전처럼, 만나는 사람들마다 오로지 축구 이야기만 합니다. 4년 전처럼, 도심 거리에서 붉은색 응원이 펼쳐진다는군요. 다급한 세상, 4년의 세월은 흔히 사람을 모질게 바꿔놓건만, 2006년 6월의 풍경은 4년 전의 그것과 별로 다름이 없네요. 하지만 4년 전 6월엔, 월드컵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지요? 의정부에서는 미군의 장갑차에 여중생 둘이 깔려 죽었습니다. 서해 바다에서는 여러 명의 젊은이가 북한의 총포에 맞아 죽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물론 나머지 더 자잘한 일들은 함성에 묻혀 잊혀져 버렸구요. .. 더보기
서울대 학생회장 청문회 그냥 그렇다고 한다. 근데 왠지 얘 이름이 황구라를 연상시켜 근거없는 불신이 간다. 뭐 내가 다니는 학교도 아니니, 학생회가 구설수에 휘말리든 휘청대든 붕괴하든 별 상관이야 없다. 더보기
그럼 이건 누구 때문일까요? 스탈린이 죽은 후 2년인가 3년인가 후, 1956년의 제20차 공산당대회. 크렘린궁의 대회장 안에는 수백 명의 공산당 간부들이 들어차 있다. 회의장의 사람들은 마치 벙어리가 되어 버린 듯하다. 몇몇의 이마에서는 끊임없이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두 눈에 떠도는 것은 오로지 충격과 경악. 그 누구도 단상에서 연설하고 있는 사람에게 감히 눈을 떼지 못한다. 단상에서 몇 시간째 열변을 토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당 서기장인 니키타 흐루시초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강국, 소련의 새로운 지도자다. 한때 스탈린의 충실한 부하이자, 치열한 정치투쟁을 뚫고 간신히 생존해 오늘에 이른 당 서기장은, 지금 그 위대한 스탈린을 말하고 있다. 철의 통치자였던 스탈린, 영광스러운 승전의 지도자이자, 국가를 세계 양.. 더보기
실종 대한민국은 민주적인 국가를 표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 각하나 고명하신 국회의원 나으리들뿐만이 아니라, 임자야 뻔한 소규모 대학 동아리 회장, 초등학교 학급의 부반장까지 선거로 선출하는 게 보통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국민학교' 3학년 때부턴가 선거란 게 있었을 거다. 쉬는 시간에 떠드는 사람 이름 적는다거나 하는, 대표께서 맡으셨던 임무에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교사의 '지명'으로부터, 나름 거창한 요식을 통해 학생이 대표를 '선출'한다는 건 (지금 생각해 봐도) 꽤나 그럴듯해 보이기는 했던 것이다. 6학년 때쯤엔 '전교 어린이 회장' 이었던가 하는 것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글쎄, 이걸.. 아니 얘를 선거로 뽑았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음 해 올라간 중학교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