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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

들어가며 - 미쉬낀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을 물으신다면, 약간은 고민하겠지만 '레 미제라블', '제인 에어', '달과 6펜스'를 들 거다. 위 세 책들은 엄청나게 '예술적'인 책으로 평가받지는 않는다. 샬럿의 작가적 역량은 동생만 못하다. 그것은 내가 봐도 그렇다. 그러나 가령, 극단적으로, 최고 요리사의 작품보다 어머니의 김치찌개를 더 좋아할 사람이 있듯, 나의 취향도 예술성을 정확히 따라갈 이유는 없다.

 연초 - 정확히 말하면 작년 말 - 의 소설에서 나는 자살의 방법을 굳이 목 매달기로 했다. 이뽈리뜨라면 권총 자살이나 '종루에서 떨어져 버리기[각주:1]' 를 선택할 것임에도. 그 이유는, 물론 그것이 소설의 흐름에 더 적합해서였으며 애초에 미쉬낀은 이뽈리뜨가 아니기도 하지만, 약간은 패니 프라이스 때문이기도 했다.

 자신을 계속 몰아붙이다 한계까지 다다른다. 몰아붙이면 무언가 이루어질 것 같기 때문이나,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사실 없다. 여기까지 이르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살해 버리는 것이다. 나는 그 소설 - 인간의 굴레 - 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녀는 좋아한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쩌면, 그녀의 불행을 기뻐하기 때문이리라.

 어제 꿈을 꿨는데, 파편 중 하나는 한국이, 아마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마 파라과이를 꺾고 다음 라운드, 아마 8강에 진출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어떻게 파라과이를 만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다른 파편 하나는 공상적이라기보다는 꽤 정직한 면이 있었다.

 내용이란 이렇다. 길을 걸어가다 울컥해서 울었다. 마음 같아서는 펑펑 울고 싶었는데, 시선 생각에 얼굴만 가렸다. 어차피 꿈이었으니 그냥 열심히 울었으면 좋았으련만.

 그 탓인지 기분이 종일 우울했다. 그래서 당 행사에 가기로 결정했다. 나는 어제까지 당의 일에 관여한 적이 없었다. 애초 기분이 좋으면 갈 작정이었으나, 이제는 반대로, 어떻게든 궤도를 벗어나는 일이 일어나야만 했다.

 그러니까 마지막 모임이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436

 이런 것은 물론 아닐 것이고, 해의 마지막 모임일 따름이다. 어쩌면 내가 참석하는 마지막 모임이 될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것을 강연회 정도로 생각하고 갔었다. 영화를 보는, 기껏해야 미사에 참석하는 그런 정도의 일로만 여겼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의외다 싶을 정도의 소모임이었다. 따라서 사람들과 지나친 - 일단 내 예상을 벗어난다는 의미의 - 대면적 관계가 필요했다.

 그곳에는 여성 활동가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옛날 생각을 했다.



 애들은 책을 읽다, 어머니 - 아마도 - 에게 기대다, 결국에는 그냥 '이러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의 권태를 미루어 상상할 수 있었다. 나도 예전에 그랬으니까. 하지만 지나친 관심을 표하는 것은 실례로, 어쩌면 범죄의 기도로 여겨질 법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라, 힐끗힐끗 보는 선에서 그쳤다.

 말하는 이는, 다른 어떤 이가 적절하게 지적한 대로, 늘 하던 말과 비슷한 말을 했다. 그의 말은 나의 생각과 닮았지만 - 내가 그에게 영향을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 어째서인지 납득이 쉽게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하긴 나는 종종 내 생각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야기가 끝나고, 사람들은 그에게 간단히 질문을 했다. 사회자는 처음 온 양반, 그러니까 나에게 뭐 물을 것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무언가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이 발설되어도 좋을 내용인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이런 경우 나는 머릿속에서 주제를 전환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했던 문제에 계속 매달렸다.

 어차피 답이 나오지 않을, 적어도 간단히 나오지 않을 문제긴 하다. 하지만 어디엔가 집중하는 게 정신적으로도 더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미쉬낀으로 시작한 한 해였으니 미쉬낀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1. 실제로 그 학교에는 종루가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