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여념이 없는 A씨, 저녁 10시가 되어 생각한다.
"그래, 오늘 열심히 운동했으니까 좀 먹어도 되겠지?"
다이어트는 흔히 이런 이유 덕에 실패한다. 인간의 다른 행위에 대해서도 같은 추정이 가능하다. 즉, 대체로 올바른 판단을 한다고 해서, 잘못을 저지를 여지를 남기겠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소리다.
어릴 때 나는 여느 사람들처럼 유시민을 참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가,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 결정적 계기가 이하의 인터뷰였다(2003년). 1
유시민 : 엉. 맞아요. 난 노빠주식회사 대표이사기 때문에. 하하하. 딴지일보 총수하고 내 입장은 달라요. 내가 존경하는 손석춘 한겨레 신문 논설위원이 노사모 집회에 와서, 그날 강원도 원주인가 갔는데, 내가 딱 도착하니깐 손석춘 논설위원이 노사모 7~8백명 모아놓고 이라크 파병부터 시작해서 노대통령이 잘못한 것을 조목조목 얘기하면서 "진짜 사랑한다는 것은 뭐냐? 사랑하는 사람이 뭔가를 잘못할 때 그 잘못한 것을 지적해주고 꼬집어주는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것이다. 노사모가 노무현을 사랑하는 방법이 잘못 됐다" 이런 얘기를 한참 해주고 있더라고. 그런데 노사모 회원들이 참 순수한 사람들이라갖고 불만이 이빠이 올라왔는데 논리적으로 그걸 반박하질 못하니까 중간중간 박수를 막 치면서 들어주고 있더라고. 뒤에서 보니깐 내가 한심해 가지고...
그 다음에 내가 딱 올라갔어. 여기 뭐하러 왔냐고 그랬어 내가. 당신들 여기 뭐하러 왔냐고. 당신들이 신문사 논설위원이냐고. 사회적 균형이라는 것은 모두가 같은 균형된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사회적 균형이 생기는 게 아니에요. 어떤 놈은 왼쪽으로 끝까지 가고, 어떤 놈은 오른쪽으로 끝까지 가고, 또 어떤 놈은 중간에서 폼 잡고 앉아 가지고 야야야, 그러지 마... 그렇게 얘기하고 그래서 총합적으로 어떤 집단적 의사결정이 나타날 때 균형이 취해지는 거라고. 그런데 묘한 거는 뭐냐면 아, 신문사 논설위원은 당연히 균형을 취해야지. 근데 자기가 균형을 취하는 게 자기에게 옳다고 해가지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균형을 요구하는 것은 이른 바 논리학에서 합성의 오류에 해당해. 유식하게 fallacy of composition. 하하..
(중략)
총수(김어준) : 그럼 강사를 잘못 불러온거죠.
유 : 노사모가 띨띨한 거야. 그래서 내 부흥회를 했잖아요. 지금 전투 중이에요. 전투 중. 전쟁 중이라고 지금. 이제 전반전 끝나고. 큰 전투에서 한 번 이겼어. 졸라 깨지다가. 단일화에서 한 번 팍 이기고 본선에서 팍 이기고, 그 다음에 계속 깨져, 계속.. 그래서 코너에 몰렸어. 근데 큰 전투가 내년 4월에 있잖아. 그러면 지금 전투 중이기 때문에 내가 그런 비유를 하는데.. "돌격 앞으로" 그러면 속으로 아이 씨 작전 지도에 보니깐 이 산이 아닌데 그럴 때는 빨리 옆에 가서 사령관님 이 산이 아닙니다..라고 얘기를 하든가, 그럴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냥 가는 거야.
한참 가고 있는데 갑자기 "스톱, 저 산이가벼" 하면 저 산으로 가는 거야. 또 "아까 그 산이 맞나벼" 하면 일단 그 산까지 가야 돼. 야간 전투하면서 보이지도 않는데 뭘.. 일단 가고 나서 그 다음날 작전 회의할 때 "사령관님 어제 지도 잘못 봤습니다. 독도법 좀 익히십쇼" 하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그 산으로 가면 깨질걸", "어... 뭐 작전회의를 저 따위로 하는 거야" 하면서 뒤에서 병사들이 궁시렁거리면 전투 안되는 거지. 그니깐 노사모는 노빠니깐 하자면 하자는대로 하는 거야. 그러니깐 노사모지. 그러니깐 나한테 대해서도 욕하지 말라고. 나는 한겨레 논설우원이 아니잖아. 저, 누구 장정일 소설인가요? 내가 누군지 말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가? 그런 소설 제목 있죠? 내가 누군질 알아야 돼. 나는 논설위원이 아니잖아요. 옛날에는 컬럼리스트였지만...
총 : 맞습니다. 노사모는 노빠여야 하지요.
유 : 그럼 팬클럽이 팬클럽다와야지.
총 : 팬클럽이 비판하면 팬클럽 탈퇴시켜야지.
유 : 탈퇴시켜야지. 싫으면 나가.. 이렇게 해야지.
그 다음에 내가 딱 올라갔어. 여기 뭐하러 왔냐고 그랬어 내가. 당신들 여기 뭐하러 왔냐고. 당신들이 신문사 논설위원이냐고. 사회적 균형이라는 것은 모두가 같은 균형된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사회적 균형이 생기는 게 아니에요. 어떤 놈은 왼쪽으로 끝까지 가고, 어떤 놈은 오른쪽으로 끝까지 가고, 또 어떤 놈은 중간에서 폼 잡고 앉아 가지고 야야야, 그러지 마... 그렇게 얘기하고 그래서 총합적으로 어떤 집단적 의사결정이 나타날 때 균형이 취해지는 거라고. 그런데 묘한 거는 뭐냐면 아, 신문사 논설위원은 당연히 균형을 취해야지. 근데 자기가 균형을 취하는 게 자기에게 옳다고 해가지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균형을 요구하는 것은 이른 바 논리학에서 합성의 오류에 해당해. 유식하게 fallacy of composition. 하하..
(중략)
총수(김어준) : 그럼 강사를 잘못 불러온거죠.
유 : 노사모가 띨띨한 거야. 그래서 내 부흥회를 했잖아요. 지금 전투 중이에요. 전투 중. 전쟁 중이라고 지금. 이제 전반전 끝나고. 큰 전투에서 한 번 이겼어. 졸라 깨지다가. 단일화에서 한 번 팍 이기고 본선에서 팍 이기고, 그 다음에 계속 깨져, 계속.. 그래서 코너에 몰렸어. 근데 큰 전투가 내년 4월에 있잖아. 그러면 지금 전투 중이기 때문에 내가 그런 비유를 하는데.. "돌격 앞으로" 그러면 속으로 아이 씨 작전 지도에 보니깐 이 산이 아닌데 그럴 때는 빨리 옆에 가서 사령관님 이 산이 아닙니다..라고 얘기를 하든가, 그럴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냥 가는 거야.
한참 가고 있는데 갑자기 "스톱, 저 산이가벼" 하면 저 산으로 가는 거야. 또 "아까 그 산이 맞나벼" 하면 일단 그 산까지 가야 돼. 야간 전투하면서 보이지도 않는데 뭘.. 일단 가고 나서 그 다음날 작전 회의할 때 "사령관님 어제 지도 잘못 봤습니다. 독도법 좀 익히십쇼" 하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그 산으로 가면 깨질걸", "어... 뭐 작전회의를 저 따위로 하는 거야" 하면서 뒤에서 병사들이 궁시렁거리면 전투 안되는 거지. 그니깐 노사모는 노빠니깐 하자면 하자는대로 하는 거야. 그러니깐 노사모지. 그러니깐 나한테 대해서도 욕하지 말라고. 나는 한겨레 논설우원이 아니잖아. 저, 누구 장정일 소설인가요? 내가 누군지 말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가? 그런 소설 제목 있죠? 내가 누군질 알아야 돼. 나는 논설위원이 아니잖아요. 옛날에는 컬럼리스트였지만...
총 : 맞습니다. 노사모는 노빠여야 하지요.
유 : 그럼 팬클럽이 팬클럽다와야지.
총 : 팬클럽이 비판하면 팬클럽 탈퇴시켜야지.
유 : 탈퇴시켜야지. 싫으면 나가.. 이렇게 해야지.
8년 전 인터뷰가 대단히 현재적이다. 간단히 말해 전혀 발전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주 민주주의를 호명하는 부류를 둘 꼽으라면 하나는 소위 '자유민주주의'자들이겠지만, 다른 하나는 이런 이들이겠다. 하지만 대담에서 보듯, 이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조직은 민주주의적 조직이 아니다. 오히려 조직의 이상은 군대에 비유되고 있다. 이는 조중동을 열독하는 '이름-자유민주주의'자들의 사고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 2. 3
하긴 민노당의 '주류'적인 분들의 생각도 뭐 거기서 거기인 듯하고, 그런 의미에서 참여당과 민노당의 통합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니, 아예 이런 '유사성'을 매듭으로 조갑제 선생 류의 '애국' 세력과 대통합을 이루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성싶다.
어쨌든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지지와 개별 행위에 대한 지지는 구분해야 한다. 가령 양육을 생각해 보자. 부모는 아이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 편을 든다는 것이, 아이의 어떤 행동을 무조건적으로 정당화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지적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이를 망치게 된다. 정치도 비슷하다. 덮어놓고 지지하고 따르는 행동은 오히려 독이다.
'나는 꼼수다'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이 가능하다.
물론 나 역시, 여느 젊은 사람들처럼, '나꼼수'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꼬박꼬박 챙겨 듣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게스트가 나온다 싶으면 찾아 듣는 수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그리고 소위 언론이나 방송사가 올바르게 동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나꼼수를 긍정한다고 해서, 그것을 절대 진리 정의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내가 좋이 상상하는 조직은 군대가 아니고, 따라서 대가리가 돌격을 외친다고 무작정 따를 이유는 없다. 유시민의 강요대로 막장 정치 드라마의 엑스트라 배우로 등장하는 것도 사양한다. 이념으로서의 민주주의는 정치의 주인을 요구한다. 이것은 역할극의 무대나, 롤 플레잉 게임이나, 특정인을 추종하는 팬 클럽 모임이 아니다. 당신은 그대 자신으로 정치에 등장해야 한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