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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

대통령 전상서


 존경하옵는 대통령 각하! 북괴의 준동으로 말미암아 얼마나 심려가 크시옵나이까. 그것은 실로 반인륜적 범죄였습니다. 북괴군의 비인도적인 포격에 매우 놀라고 또 분노한 국민의 일인으로서, 저들이 언감 다시 무력도발을 일삼을 꿍꿍이를 품지 않도록, 각하께서 모쪼록 이번 사태에 관해 분명하고도 합당한 조처를 내려 주실 것을 앙망하는 바이옵나이다.

 저는 어제 각하의 대국민담화를 꼼꼼히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저는 그 담화 전문에서 의미가 있으리라고 기대되는 명제가 총 70몇개가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여기고 있는 중이며, 그런 걸 세어 본 사람은 전 지구상에 저 외에는 단 하나도 없으리라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뭐 어쨌든 각하의 이 말씀은 정말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사료되는 바이며,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에 대해 약간의 부연도 할 겸, 청원을 한 가지 드리고자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나이다...

 저는 담화의 서두부터 각하의 고견에 찬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각하께서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순순히 인정하신 부분이나, 그에 대해 통감(痛感)한다는 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뭐 다시금 어쨌든 담화 말미에,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일 때입니다"라는 각하의 주장에도 여지없이 동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하겠습니다. 공자 왈, 군자욕눌어언이민어행(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이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진정 입으로만 나불대는 작자들이 차고 넘치는 바, 각하의 이 지적은 매우 올바르고도 또 적절하다 하겠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어째서 각하께서는 "앞으로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라고 말씀하셨는가, 왜 하필이면 지금 당장도 아니고 연평도 피격 당시도 아니고 '앞으로'인가, 그러고 보니이런 이야기는 천안함 때에도 나오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이 필연적으로 들기 마련입니다만, 그것은 일단 차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집권 여당의 원내 대표인가 하는 안상수란 인간에 대한 것이온데,

 어제 다름아닌 이 안상수란 자가, "지금은 준전시 상황이며 평화를 이야기할 때 아니다" 운운하는 동시에, "지금이라도 전쟁이 발발하면 입대해 같이 맞서 싸우겠다" 라 발언하지 않았겠습니까? 물론 꼭 나쁘다만은 볼 수 없는 발언이긴 하나, 문제는 안상수가 아마 대한민국에서 세번째로 유명한 미필 성인 남성인 것으로 추측된다는 (자체추정)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인간이 하필 미필인 주제에 입대 어쩌고 하는 말을 내뱉은 고로, 온 국민들은, 각하께서 적절하게 지적하셨던 대로, '행동은 없고 말만 앞선다' 하여 심정이 심히 불편한 모양입니다.

 이 양반은 아시다시피 국회의원일 뿐더러 입법부 내에서도 중책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지도층 인사가 언사로 인해 불필요한 적의를 사고 있는 판국입니다. 이는 정부-여당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가의 통합을 저해하며, 군의 사기를 손상시키고, 더군다나 G20을 개최한 대한민국의 그 국격인가 뭔가에도 걸맞지 않는, 대단히 유해하고도 불건전한 상황이라 아니 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각하께서 안상수란 자에게 언행일치의 모범을 보이라 몸소 촉구해 주시기를 청하나이다. 다시 말하면 이렇습니다 - 군대는 전쟁 자체뿐 아니라 전쟁의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한 조직이기도 한 바 안상수는 전쟁 발발 여부에 관계없이 즉각 입대하라, 또는 굳이 입대하지 않더라도 준전시 상황이니만큼 안상수는 입대에 준하는 행동을 보이라, 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안상수에게 전달해 달라, 이 말씀입니다.

 저는 GOP에서 근무한 적이 있사온데, 동절기 철책근무는 고난 그 자체 "the 고난" 이라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춥기도 물론 춥습니다만 겨울에는 낮이 짧아지는 만큼 야간근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끔씩 상황이 걸리면, 또는 결원이 생길 경우, 그 많은 근무가 또 늘어나는데, 이 때는 부대원들이 전부 미쳐가는 현상이 목격됩니다. 작금의 상황이 딱 그 때라 하겠습니다 - 

 이럴 때일수록 안상수가 그런 요소에, 또한 북한과 마주하는 최전선에 투입된다면, 어찌 이보다 '백 마디 말보다 행동' 이라는 정언명제에 부합하는 조치를 찾겠습니까? 물론 입대는 자발적이어야 함이나, 각하의 한 마디 말은 안상수 의원의 결단에 중요한 참고가 되리라 믿는 바입니다. 

 물론 혹자는 '군대에서도 행방불명되는 거 아닌가'라며 안상수가 군에서 불요불급한 인간이라는 논지를 펼치나, 제 경험으로 군대는 아무나 갖다 박아 놔도 다 제 할 일을 할 줄 아는 곳이옵니다. 게다가 안상수가 사회에서 무슨 쓸모가 되는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말입니다.

 모쪼록 각하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