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는 근거 없는 추측입니다.
일단 단군신화를 재분석해 보자. 이병도의 설은 현재 거의 정설처럼 취급되는 듯하니 크게 이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겠다. 다음과 같은 가설에 동의한다 -
1.환웅은 외부세력이다.
2.곰은 토템, 즉 종족과 관념적 유사체를 이루는 특정 동물을 상징한다.
외부세력은 다른 영역에서 후일 조선이라 불렸던 곳으로 이주한 세력이다. 이주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
a.수렵.
b.목축 또는 농경.
우리는 a가 어떤 대단한 사회변화를 이끌어냈으리라 추측하지 못한다. 따라서 b일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저 '곰'들도 b를 알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제 쑥과 마늘의 문제로 넘어간다. 이것은 알레고리로 보아야 할 유력한 근거가 있는데, 다름이 아니라 작물명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일반적인 식물의 이름들이 후일에 종교적 의미를 가지는 다른 것들로 대체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아니하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 는 무엇인가? 농사의 은유이다. 곰은 단군을 낳은 어머니이고 대지는 작물을 낳는 어머니이다. 곰과 대지는 어머니라는 관념적 유사성으로 서로 묶인다.
이제 이렇게 추측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 곰과 호랑이는 농사를 몰랐으며, 곰은 농사를 알게 되었다. 곰과 호랑이는 말 그대로, 이전에 토끼나 사슴을 사냥하고 다니는 수렵민들이었을 것이다. 이것을 알게 한 주체는 외부세력들이다. 아무래도 그들의 출신지는 중국이다.
곰 : 왜 아깝게 먹을 걸 땅에 묻냐?
환 : 모르면 닥치고 보기나 하세요.
환 : 모르면 닥치고 보기나 하세요.
여기서 토착 세력들이 전멸하지는 않았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 물론 호랑이는 쫓겨났다. 그러나 곰은 사람처럼 - 물론 외부세력이 보기에 - 살게 되었다. 따라서 외부세력의 이주는 충격적인 것이었으되 치명적인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게 된다.
그러니 아무래도 호랑이를 쫓아낸 것은 곰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곰들은 이주민들의 출신지 문화와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삶을 살게 된 것 같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며 이주민들과 아예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섞여버렸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주민들은 의외로 적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의 다른 은유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기자가 적절한 후보가 되겠다. 주왕이 기자를 조선에 봉했다는 것은 일종의 정신승리에 불과하고, 그것의 외교적 수사를 걷어 놓고 본다면, 원래 상의 영역에 있던 일군의 집단이 이탈해버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상이 정주를 시작한 것은, 그네들 집단의 추정적인 역사를 고려해본다면 그리 크지 않기도 하다. 1
따라서 이 '기자' 서술이 사실의 편린을 반영하고 있다면, 그들이 환웅이라고, 적어도 고향을 떠나 조선이라는 지역으로 건너간 수많은 환웅들(물론 이들이 살던 시대는 제각각일 것이다)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것은 기자의 세 가지 요소들, 왕가의 직계가 아닌, 좀 거리가 있는 친척이라는 점과 농사를 가르쳤다는 점, 곰을 토템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보충된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은나라의 토템 동물 역시 곰이었다.
물론 이렇게 보면 연대가 마구 뒤섞여버리는 신화의 특성상, 원래 조선이란 곳에는 곰들이 살지 않았으며, 중국 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곰들이 호랑이들을 축출해버렸다는 가정 역시 가능해진다. 어쨌든 기자가 동쪽으로 갔다는 검증할 수 없는 옛이야기는, 조선이라 불렸던 지역(이것이 오늘날의 조선이 아님은 명백하다) 이 중국 쪽에서 특정한 영향을 받았다고 - 물론 그게 어느 정도 영향인지는 고고학자들이 규명할 사안이다 - 상상하게 한다.
덧붙임.
과연 그렇다고 가정할 때, 환웅이 갖고 내려온 신격들, 즉 풍백, 우사, 운사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들어맞는다. 그것이 다분히 농경적인 성격이기 때문. 그렇다면, 어쩌면 북인도처럼, 소수의 이주민이 지배계급을 구성하고, 다수의 원주민들이 피지배계급을 구성했다는 가정도 해 볼 수 있다. 어쩌면 원래의 신화 자체가 위만조선 때 고의적으로 변개되었을 가능성도 있겠다.
- 단순한 교역에 따른 선물을 복종의 증거로 포장하고, 조공을 내조로 둔갑시키는 건 일도 아니다. 애초에 도망쳤다는 것부터가 그들 사이에 제대로 권력관계가 마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