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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것들(논픽션)/옛날

이상한 나라에 사시는군요? 중학교 교과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배웠을 것이다. 요즘도 중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우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대 로마의 삼두정치 - 트로이카 - 에 대한 대목이 기억나는지? 삼두정치는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세 사람의 정치연합을 말한다. 그들은 각각 민중파라 불리는 정치세력을, 군인을, 재계를 대표했다. 세 사람의 연합은 선거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고, 국가권력은 개인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이로써 로마 공화정은 붕괴했다. 셋 중 크라수스 씨는 가장 '임팩트'가 떨어지는 분이시다. 군사적 공훈도 없고, 대중의 인기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선거에 돈이 필요한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크라수스 씨는 한창 시절 로마 국가예산의 절반이나 되는 돈을 모았다고 한다... 더보기
온기 학교 다녀오는 길에 숭례문(이제 아무도 남대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에 들렀다. 가림막 작업이 한창이었다. 주위에 방송국 차량과 사진가들, 구경하는 시민들이 바글댔다. 한쪽에선 확성기로 조곡 같은 게 시끄럽게 울려퍼졌다. 나는 먼 발치에서 숭례문 주위를 돌고 돌아, 가림막이 낮은 곳을 통해 잿더미가 된 모습을 바라보았다. 광고판에는 '문화도시 서울'이라는 문구가 반짝였다. 시는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가림막을 투명재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대단한 '추진력'이다. 오늘 가림막이 감싸고 있는 광경을 보고 적이 실망했지만, 이렇게 됐으니 멍청한 구경거리 하나 더 감상한 셈이다. 나중에 가서 보면 되지. '개방'과 '보존'이란 방법론이 대립각을 세운다. 논란은 극단파들이 득세할,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관련되는.. 더보기
사건사고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인 '적과 흑'. 작가인 스탕달은 어느 사건에 대한 신문기사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썼다. 치정살인의 미수라는 치졸한 내용의 기사였다. 사건사고 그 자체는 그저 막장으로 치닫는 인간들의 시시한 이야기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 이런 껀수들은 좀더 많은 이야기의 원천이 된다. 1980년대의, 당시에는 좀 시끌시끌했던 어느 사건을 소개해 볼까 한다. 어느 유괴범이 돈을 노려 아이를 납치했다. 유괴범은 하수인을 시켜 아이의 부모에게 협박전화를 걸었다. 범인은 아이를 꽁꽁 묶어 아파트에 가둬놓았다. 며칠이 지났다. 아이는 완전히 탈진상태에 빠졌다. 범인이 박카스를 아이의 입에 부었지만 아이는 마시지도 못했다. 범인은 아파트를 빠져나오며 생각했다 - "죽어버릴 것 같은데, 어쩌지". .. 더보기
중국 이야기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청년 하나가 살았습니다. 어느 날, 청년은 나무를 하러 숲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청년은 웬 아리따운 여인들이 샘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광경을 접하게 됩니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청년은 문득 자기 옆에 화려한 옷이 개어놓여 있는 걸 발견합니다. 청년은 그것에 손을 대기 위해 움직였고, 마침 청년의 발이 나뭇가지를 밟아 큰 소리가 나버렸습니다. 여인들은 모두 깜짝 놀라 옷가지를 집어들고는 백조로 변해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걸 보고 청년은 깨닫게 됩니다. 아, 저 여인네들은 선녀들이었구나. 그런데 그때, 청년의 눈에 알몸의 여인 하나가, 홀로 샘 속에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여인이 말했습니다 : 그 옷을 돌려주세요. 그것이 없으면 전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못해요. 청년이 말했습니.. 더보기
동북공정 - 2 '논어'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공자가 말했다. "유(자로)야,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줄께.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라. 그것이 진정한 앎이야." "고조선 건국, 공식 역사로 편입, 中 동북공정 맞대응", 직전에 본 뉴스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새 학기 역사 교과서부터 고조선의 건국 과정이 공식 역사로 편입된단다. 그리고 한반도 청동기 시대를 1000년까지 앞당긴단다. 고등학교 때 국사를 배우면서, 교과서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재미가 없네 주입식 교육방식이네 하는 건 두세번째에 해당하는 문제였고, 가장 큰 불만은 교과서가 "모르는 것을 안다" 고 하는 거였다. 미처 다른 나라의 교과서를 훓어볼 틈이 없었기에(외국어라 읽지도 못하긴 하지만), 그 나라들 교과서가 얼마.. 더보기
책임공방 니카라과는 아메리카 대륙의 잘록한 허리에 걸려 있는 나라랍니다. 위에 그림은 니카라과의 국기구요. 이름은 어디서 들어 본 것 같긴 한데... 뭐하는 동넨지 잘 모르겠다구요? 이 나라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늘어놓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답니다. 정글에는 보아뱀과 아나콘다가 기어다니고, 여름이면 허리케인이 찾아와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하고, 순박한 주민들은 커피와 면화 농사로 먹고 사는, 평범한 열대지방의 나라예요. 20세기에 이 나라는 소모사 왕조의 지배하에 있었습니다. 뭐 정식 직함이 왕은 아니었겠지만 소모사란 양반은 그냥 왕같은 존재였어요. 이 분께선 암살과 부정선거 등등으로 권력을 잡으셨습니다. 그렇게 한 20년 정도 해먹으시다가, 돌아가시고 나니 이 분의 아드님께서 자리를 이어받아 또 .. 더보기
가설(2) - 삼국지연의에서 일기토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이유 일기토란 단어의 어원이 일본쪽이라는 등 적절한 번역어는 무엇이 적합할까라는 등의 무의미한 잡설은 생략한다. 삼국지연의란 소설의 원래 모습은 무엇일까? 바로 희곡이다. 무대용 대본. 백과사전을 참조하면 간단히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삼국시대의 이야기가 대중에게 유행하기 시작한 건 연극을 통해서였다. 시대는 당나라 때까지 거슬러올라간다고 한다. 원대에 지식인계층이 몰락하면서, 글깨나 쓸 줄 안다는 양반들이 대본 따위나 써서 입에 풀칠해야 하는 안타까운 광경이 벌어진다. 몽골이 자행한 문인들에 대한 탄압은, 오히려 대중문화의 발전에 나름 기여했던 것이다. 글빨 좀 날린다는 작가들이 쓴 대본의 수준은 전에 없이 뛰어난 것일 수밖에. 그런데 이런 대본은 필연적으로 대중의 지지를 요구한다. 재미 없으면 누가 연극을.. 더보기
마녀사냥(2) 백과사전에 등장하는 마녀사냥의 사전적 정의는,‘하나의 정치적 신조를 절대화하여 이단자를 유죄로 만드는 현상’이다. 여기서 잠시 착각하면 곤란하다. 위 문장의 요점은마녀에 있는 게 아니다. 중세 유럽에서 행해졌다는 마녀샤냥은, 그것이 곧 마녀사냥이란 말을 지칭할 정도로 엄청난 희생자를 냈다. 흔히 마녀사냥은 중세 카톨릭 교회의 전성기에 자주 행해졌으리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 최악의 학살극이 벌어진 시기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였다고 한다. 보카치오는 1350년경 데카메론을 저술한다. 단테의 신곡은 1321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린 게 1504년께. 미켈란젤로는 1508년부터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쓴 해가 1532년이다. 마녀사냥의 .. 더보기
과외에 얽힌 일화 미국 뉴저지 주 프린스턴이란 동네에 소녀 하나가 살았다. 평소 소녀는 수학을 못해 애를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소녀의 수학실력이 엄청나게 좋아진 게 아닌가! 이상하게 생각한 어머니가 소녀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소녀는 대답했다. "이 동네에 수학을 매우 잘 하는 교수님이 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두 달 전에 그 교수님에게 찾아가서 수학을 좀 가르쳐달라고 부탁드리니까요, 매일 저한테 수학을 가르쳐 주셨어요." "그 교수님 이름이 뭐라던?" "아인슈타인이랬던가?" 더보기
동북공정 위의 지폐 사진은 4차인민폐라던가, 어쨌든 중국 돈이다. 오른쪽에 있는 햏이 조선족 여햏 되겠다. 5차인민폐부터 등장하는 인물이 모두 마오로 바뀌었다지만, 4차인민폐는 지폐마다 각 민족이 2명씩 등장한다. 가령 10원짜리는 한족과 몽고족, 위의 2각짜리는 조선족과 부이족 이런 식이다. 중국은 다민족국가다. 물론 한족이 절대다수이기는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쪽수의 소수민족들이 존재한다. 현재 조선족들이야 조용하게 사는 듯하지만, 중국 서부에서는 독립하겠다고 깝치는 햏들이 많다.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가 대표적인 케이스. 신장-위구르 쪽의 이슬람계열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중국 지도층은, 이런 개별 민족이 자립하는 걸 체제의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구소련처럼 공중분해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