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즘 이야기

피해망상에 대하여 : 장-진 현상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출시 예정 게임인 『오버워치』의 일러스트의 교체를 놓고 일어난 논란은 매우 흥미롭다. 물론 그 교체 자체는 그렇게까지 흥미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블리자드 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오버워치™는 분쟁의 세계를 무대로 영웅들이 팀을 구성하여 전투를 벌이는 슈팅 게임입니다." 간단히 말해, 캐릭터들을 놓고 총싸움을 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트레이서'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 영웅이 있다. 3월 말 블리자드는 이 캐릭터의 승리 포즈 사진들을 공개했는데, 그 중 하나가 다음과 같았다.



 이에 한 유저가 의견을 달았다. 이곳에서 Fipps의 의견 원문을 볼 수 있음 블리자드의 소개에 따르면, 트레이서는 '그녀는 재빠르고, 약삭빠르고, 관대합니다. 그녀는 좋은 친구입니다'. Fipps는 저 승리 포즈가 트레이서의 그런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옮기자면,


 "이런? 이 포즈가 여러분(오버워치 개발자들)이 구축한 캐릭터와 어떤 연관이 있지요? 이건 재미있지도, 약삭빠르지도 않고, 재빠른 엘리트 암살자라는 것과도 무관하군요. 이건 그저 트레이서를 다른 단조로운 여성 섹스 심벌로 격하시킬 뿐이죠.


 우리는 여기서 위도우메이커 같은 포즈를 기대하지 않지요, 이 캐릭터는 자신의 성적인 면을 과시함으로써 드러나는 유형이 아니니까요."


 참고로 위의 '위도우메이커'는 이렇게 생긴 캐릭터다.



 개발진들은 이 지적을 수용하고, 해당 포즈를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원문 링크. 파란색으로 나타나는 글들이 개발진의 답변



 이에 저 '자유'의 대륙 미주에서, 작년 장동민과 그이의 팬들, 그리고 그 '친구' 되시는 진중권이 벌였던 행각이 거의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오늘, 이 증상의 표본 같은 기사가, 역시나, 한국에서 나왔으니 블리자드 여캐, 섹시하면 죄입니까? 가 되겠다.



 일단 게임계의 '자본주의적' 상황을 보자. 어쨌든 게임계는 그 소비지향적 성격이 다른 어떤 문화적 분야나 장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곳은 아닐 것이다.


 게임계는 그리고 온 문화계를 통틀어 유독 남초 현상이 심한 곳이었는데, 이는 세계 어느 곳이나 동일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성 게임 유저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 왔다. 이 소비층의 성-변화는 게임들이 그간 당연시했던 성적 모델들을 파괴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사회의 전 영역에서 관찰되는 것이다. 답이 없는 차별주의자들이었던 디즈니도 이제는 공정해 보이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픽사가 빠르고 디즈니가 느렸던 것처럼, 상대적으로 다른 계는 빠르고 게임계는 느리다고 해도 어폐는 없으리라.


 오래 전 게임인 "슈퍼마리오"를 보자. 주인공 마리오는 콧수염 난 젊은 남성이고, 여성은 공주이며 수동적으로 구원을 바란다.

 


 "페르시아의 왕자"나 "원숭이 섬의 비밀" 같은 것도 비슷하리라. 주인공은 남자이며, 그것도 대체로 젊은 남자이며, 여성 캐릭터는 등장하더라도 주인공의 연인 같은 종속된 존재이다.



 90년대를 휩쓸었던 "스트리트 파이터 2"는 다양한 국적과 외형의(몇몇은 실로 기괴하기까지 하다) 남자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반면 여자 캐릭터는 1명이며, 일종의 섹스 심벌의 역할을 아울러 수행한다.




 2004년의 "철권 5"를 보자. 선택할 수 있는 여성 캐릭터가 꽤 늘었다. 하지만 모두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 다양한 연령대와 외모의 남성들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2011년의 "스카이림". 다양한 외모의 남-녀 캐릭터들. 이 게임에서는 심지어 동성결혼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오늘의 "오버워치"를 둘러싼 논쟁이 있다. 참고로 오버워치의 저 포즈를 문제삼은 Fipps라는 유저는 남자이다. 그이는 자신의 딸이 이 게임을 무척 마음에 들어하며, 게임의 캐릭터가 딸에게 적절한 역할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것으로써 변화는 확연해진다. 그것은 게임 안의 여성이 단지 대가나 보상에 지나지 않았던 시절부터, 반드시 성적 매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조연이나마 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시절, 그리고 여성들에게 어떤 모델이 되어 주는 주인공으로 여겨지는 오늘에 이른다.


 이는 여성 유저들의 증가와, 게임계 안에서 여성 유저들의 역할 증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리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 변화는 여성의 다방면에 걸친 문화생활의 향유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와 또 무관하지 않다.


 어쨌든 가장 '납작하게' 보면 자본주의적 소비문화 안에서의 성적 평등은 게임 소프트를 자발적으로 구매할 권리를 여성에게도 부여한다. 즉 여성도 이제 게임 소프트의 중요한 소비자들이다.


 당연하겠지만, 이런 변화로 말미암아 게임 내 여성 캐릭터들은 점점 다양해진다. 그들의 수는 점점 많아질 것이고, 그들의 성격과 외양 역시 다양해질 것이다. 이것은 의미하니, 곧 남성 유저들을 만족시켰던 과거의 여성 캐릭터들, 특히 성적 매력을 과시하는 젊고 미형인 여성 캐릭터의 지분이 적어진다는 것이겠다.



 이런 현상에 '기존' 유저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자부해 왔던, 뭇 남성들이 불만을 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여기서 그들의 선택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좀 더 섹시한 여자들이 많이 나오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다. 블소하세요 블소!



 그런데 앞서 지적했던 블리자드 여캐, 섹시하면 죄입니까? 에서 보여지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그것은 말했던 대로 장동민-진중권적이다. 즉 사안의 정과 부당을 사유하지 않고, 문제를 남-녀의 권력 대결로 단순화시키며, 사안을 정신분열적으로 날조하여 보복을 결의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대로 Fipps라는 문제제기자는 남성이다. 그 사람이 페미니즘적 사상을 가졌는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이 사람은 게임에 어떤 성적 유혹이 등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앞서 보시다시피 오버워치의 '위도우메이커'라는 캐릭터는 훨씬 더 관능적이다. 단지 누구나 그렇게 행동할 필요는 없다고 문제제기자는 이야기했을 뿐이다. 이것은 획일화에 대한 반대이며, 자유주의의 이상이 있다면 이것과 가까울 것이다. 더구나 문제를 제기하는 이의 문체는 차분하고 예의바르다.


 그런데 몇몇 이들에게 이 문제제기가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보자. 위 "...죄입니까?" 칼럼을 인용한다.


 "레딧, 포럼 통틀어 수 천 개의 댓글이 달렸고, 상당수의 유저들은 이를 두고 "페미나치(극 페미니스트)들의 횡포다. 블리자드가 페미나치들에게 약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다. 무조건 캐릭터성만 내세우는 것은 흐름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물론 "저 논의에서 중요한 점은 트레이서의 캐릭터성과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페미니즘과 관계없다"는 의견이 사태를 진정시키려 애썼으나 비율 차이가 꽤나 컸기에 가차 없이 묻혔죠."


 남자가 여자가 되고 자유주의자가 파시스트가 되었다. Fipps는 획일성을 비판했지만 그이는 획일성을 주장하는 자로 다수에 의해 오도되었다. 남성 유저들의 피해망상이 모든 노출을 검열하는 탈레반 요원으로 그이를 변신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환시를 근거로 격렬한 비판을 퍼부었는데, 위 칼럼에 동영상 링크가 걸린 토탈비스킷의 발언이 그것의 대표이다.


 '토탈비스킷'은 E-sports 해설자인데 - 그러니까 게임 대회 중계방송의 해설자역이다 - 나름 그 바닥에서는 유명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한때 '메갈리아'에서 유행했던 소위 '미러링'의 양키 버전이라고 할 만한데, 이것이 주는 교훈은 풍자에는 지능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자가 원숭이에게 성애를 느낀다는 것뿐이다. 물론 우리는 원숭이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그것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뻔히 사실을 앞에 놓고 조작을 일삼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온갖 궤변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장동민-진중권의 건과 동일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장-진 현상의 제일특성은 보시다시피 조작이겠지만, 여기서 다른 중요한 특질 몇 가지를 아울러 관찰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조작 안에서조차도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겠다.


 토탈비스킷의 동영상을 보자., 원숭이와 트레이서를 등치시키려면 트레이서의 포즈가 성적 의미를 갖는 것이 객관적으로 아니어야 한다. 그것을 못내 인정하게 되면 저이는 원숭이성애자로 전락하게 되는데, 이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이 인간들의 뇌 속에는 오로지 변명뿐이다. 즉 '섹스심벌이 아니다', '섹스심벌이긴 한데 제작자의 권리 침해다', '섹스심벌이긴 한데 페미들이 너무 과하다', '섹스심벌이긴 한데 남캐도 그런 거 있잖아' 같은, 전혀 별개의 것들이 두더지잡기 놀이의 두더지들처럼 마음 속에서 튀어나오곤 하는 것이다.


 "...죄입니까?" 칼럼에서도 이는 동일하다.


 "장비 티어가 올라갈수록 섹시한 누님이 되어버리는 '여캐'의 모습은 게임에 만연해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성 상품화'라고 부른다지요."


 괴이하기 짝이 없는 주장인데, '누군가'가 아니라 누구나 그것을 성 상품화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성 상품화라고 불리는 것 자체가 못마땅하다는 것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엉덩이'의 미학이라고 하죠? 위도우 메이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섹시함은 그 결정체입니다."


 운운하는 코미디를 찍고 있다.


 이런 모습들은 장동민의 건에서 더없이 잘 드러났다. 그 옹호자들은 장의 증오선동을 꾀하는 발언들을 놓고, 한편으로는 웃기려는 농담이었다고 주장하고, 한편으로는 진지한 조언의 형식을 띄었다고 모순되게 주장했던 것이다.



 그리고 소위 '페미나치'로 상징되는 인신공격을 보자.


 위 "...죄입니까?" 칼럼을 보면, 여전히 문제를 남녀의 대립으로 왜곡하고(남녀가 팔씨름을 하는 사진), 극렬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에 따른 방어자로 자신을 관념한다. 그런데 정작 이 두 갈래의 망상도 살펴보면 서로 모순이다. 앞에 따르면 남녀의 권력대결이지만, 뒤에 따르면 꼭 '진정한 페미니즘은 그렇지 않다'는 둥, 소수의 '극렬 페미니스트'만 불평한다며 갈라치기를 하는 모습. 진중권의 태도와 정확히 같다.


 여기서 인터내셔널하게 쓰이는 공격어가 '페미나치'인데, 이것은 미국의 극우 저널리스트 러시 림보가 고안한 말이다. 우리는 저 '극렬' 페미니스트들과 러시 림보를 비교해 볼 수 있겠다 - 누가 전체주의적인가? 누가 폭력을 옹호하는가? 누가 인종차별주의적인가? 누가 약자와 소수자를 공격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치에 더 가까운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러시 림보이다.


 여혐의 성지 나무위키에서는 페미나치를 이렇게 설명하는데,


현재 한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행태를 보이는 이들에게 주로 사용되고 있다.
  • 잘못된 근거를 통한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 반대의견이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 반대의견을 내면 의견 자체에 반박하지 않고 차별이라고 뭉뚱그려서 비난한다.
  • 성차별의 폐해를 공권력을 동원하여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역 성차별에 대해 이중잣대를 제시한다.

 논리비약, 원천봉쇄, 인신공격, 공권력 동원, 이중잣대, 모두 전형적인 나무위키의 특질이다. 장동민을 호르스트 베셀로 모시는 장빠들이 저지른 행각이 바로 저것들인데, 이것이 바로 적반하장이다. 심리적으로 보면 이것은 일종의 주술인데, 이 현상에 대한 자세한 일반론적 고찰은 추후 이 블로그에 게시될(쓰고 있음) "정의당 비판 (4) - 악마론" 에서 논하겠다.



 "...죄입니까?"의 저열한 부분을 몇 군데 더 지적해 보자.


 "그중에서도 북미 지역은 꽤 재미있는 토론이 많이 오갔던 곳입니다. 게임 속 여성, 게임을 만드는 여성(게이머 게이트)에 관해서 은근히 구설수가 많이 나오는 지역이죠."


 지적했듯 게임계 안에서의 여성의 위치나 게임 내의 성 역할은 2016년 현재 급격히 변화중이다. 칼럼은 저 변화의 과정을 '구설수'로 격하시킨다. 이것을 이른바 '후려치기'라고 하는 모양.



"(중략) 모두가 저희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라던가 (페미니스트에게) 굴복한 것은 아닙니다."


 (페미니스트에게)라며 소설을 쓰고 있다.



 지속적으로 페미니스트 중에서도 심하신 분들(일반적인 페미니즘은 이렇지 않기에)이 문제 제기를 해왔고, 블리자드도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함으로써 보다 여캐들은 건전한 의복을 입기 시작했고, 섹시한 이미지를 많이 줄였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성 역할의 변화에 불만을 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주관적인 것이지 객관적인 나쁨은 아니다. 하지만 칼럼은 그것을 악으로 관념하고, 그 '악'을 특정 사람들이 특정한 의도하에 몰고 오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섹스어필의 대표주자 실바나스 윈드러너마저 '군단'에서 갑주를 껴입고, 외모도 중성적인 여장군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실바나스가 나름 스토리 최전선에 서있다 생각했는데, 트레일러는... 실망감을 안겨주었죠.


 실망하셨어요?



 WoW뿐만이 아닙니다. 블리자드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 여캐에 관련된 논란은 계속되었거든요. 블리자드 게임에서는 매력적인 여성들이 정말 많습니다. 정말로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캐릭터들 말이죠. 그 캐릭터들이 한데 모이는 '시공의 폭풍'에서도 약간의 보정은 피하지 못 했습니다.


 '구매 욕구', 중요한 지적이다. 앞서 지적했듯 이들은 다양한 변명들을 늘어놓는데, 자본주의적 사회여서 그런지 그것의 대표적인 유형은 역시 시장논리다. 그런데 그 '소비자'들 중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가 안 되는 걸까? 자본주의적으로 보면, 시장논리에 따라 구매자의 니즈(needs)를 맞추어가는 과정이다. 여자들은 소비자가 아니라는 건가?



 (히어로즈 오브 스톰에서는) 여성 캐릭터들 상당수가 거대한 갑주를 걸치고 등장했죠.


 이 게임은 여성 캐릭터가 총 15명 등장한다. 이 중 '거대 갑주'를 걸친 캐릭은 2명이다. 반면 남성 캐릭터는 33명 등장하는데, 마찬가지로 노출 없는 갑옷을 입은 캐릭터는 8명이다.





좌로부터 히어로즈 오브 스톰의 캐릭터들, 레이너 - 타이커스 - 모랄레스 중위


 동일 유형의 갑주만 입은 캐릭터들을 출시 순서로 나열한 것이 위 셋이다. 그러니까 위 1번과 2번을 보며 저 칼럼의 필자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3번 캐릭터가 나오자 낮은 노출도에 불만을 품고 페미니스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예 '리밍'의 경우 동양인의 얼굴을 충실히 재현한 외모로 불만이 제기된 적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나치'인지 정확히 드러나는 문장. 그런데 님 혹시 동양인 아닌가요?

 


 해당 캐릭터의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는 것은 문제 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유저들이 언제나 오리지널리티를 원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을 역행하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관철시키는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끔은 원래처럼 꾸며주면 안되냐'는 볼멘소리를 나오게 만듭니다.


 원래처럼 꾸며주는 것 = 오리지널리티. 물론 이 '원래처럼'은 여자들이 없거나 없는 것처럼 간주되었던 평화로운 그 어느 옛날 옛적이겠지.


 여기서 레바나 뷰군(일명 '뷰티풀군바리'란 이름의 군대웹툰 작가)을 옹호하는 자들과 이들 사이의 특이한 공통점이 나온다. 즉 어떤 장르를 옹호한다는 주장이 그 장르의 열등함을 폭로하려는 경향을 띈다는 것인데, 이에 관련한 문제는 확실히 지금까지 논했던 자본주의의 생산-소비 너머의 것이다.


 즉 게임은, 이를테면, 뮤지컬과 동일한 내적 가치를 지니는 문화생활인가? 단지 돈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이 두 가지 문화생활을 등가로 볼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에 저런 태도들이 어떤 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령 영화에서는 불필요한 성적 어필을 경원시하고, 그런 기준에 맞지 않는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급이 떨어지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게임계가 제작자나 소비자나, 심지어 비평가들까지 만약, 그런 문제를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면, 게임은 그 자체로 저급한 장르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분명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어쨌든 이번 "오버워치"의 '트레이서'의 포즈를 둘러싸고 벌어진 같잖은 논쟁에서는 이런 '자본주의 너머'의 것을 동원할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반-여성주의자들의 입장은 그저 수준낮은 조작, 그것을 불러온 피해망상으로만 가득 차 있는 까닭이다.


 이런 조작의 결과란 무엇인가? 목적은 오직 그 반여성주의자들 자신의 이익 - 성적 쾌감 - 이다. 그들은 고작 그것을 위해 다른 유저들의 의견을, 더 나아가 인간성을 깎아내리고 악마화시킨다. 이것은 장동민빠들이 장악한 오유에서 정확히 드러났는데, 그들은 고작 '야짤(성적인 사진)'을 보기 위해 같은 유저들을 모욕하고, 공격하고, 그것을 위해 사실을 날조하고, 심지어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고발을 일삼았다. 그들이 진보라고? 자유주의자들이라고? 아니, 파시스트들이 과연 있다면 바로 그들이다[각주:1].


 그와 같은 자들은 말한다 - 여성들이 문제다. 전라디언들이 문제다, 동성애자들이 문제다. 이슬람이 문제다! 미국에서 트럼프의 인기란 괜한 것이 아닌 셈이다. 그러나 이런 행각들은 오히려 그들 자신을 더 잘 드러내 준다. 이들을 관찰하며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

 섹시한 것이 죄가 아니라 그대들이 저열한 것이 죄이다.














  1. '법정화 경향'을 지극히 우려하는 진중권은 왜 이 오늘의유머라는 사이트를 강력히 비판하지 않는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고 말하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유인즉슨, 진중권 역시 자유주의자와는 실상 거리가 아주 멀며, 무엇보다, 저 사이트는 예전에도 말했듯 노빠 사이트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