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The Moon
에포닌
2009. 5. 8. 21:18
다사다난했던 2008-200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맨유-바르셀로나로 결정되었고, 이른바 3대 리그 우승팀들도 거의 판가름이 난 상태다. 여전히 프랑스와 독일리그의 우승권에서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더 선'의 찌라시즘을 이념으로 삼아, "더 문"이란 이름으로 자리를 마련했다. 헛소문을 집대성하며, 역시 다사다난했던
아스날의 이번 시즌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1
땜빵미니
측면 수비수 땜빵으로나 출전하던 플라미니. 그러나 원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제 포지션에선 별로 나오지도 못했다.
플라미니는 끊임없이 방출설에 시달렸고, 07-08시즌 시작할 무렵엔 1년 남은 계약도 불투명한 상태였다. 어찌저찌 팀에 잔류하게 되었지만, 주전이었던 실바 2의 부상을 틈타 자리를 얻었다. 플라미니는 이를 악물고 뛰었고, 결과는 의외의 대박! 그 포지션에서 EPL 07-08시즌 최고의 선수로 거론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3

플라머니
하지만 아스날 보드진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가 잘 나가던 동안 재계약을 걸지 않았다. 시즌이 끝날 무렵, 아스날이 늦게나마 계약을 제시했지만 플라미니는 듣는 척만 했다. 그리고 그는 '보스만 룰'을 이용해, 빵빵한 봉급을 제시한 4AC밀란으로 날아가버렸다.
이적료가 최소 천 오백만 유로는 될 것이라던 선수의 자유이적이었다.
머니 플라이
플라미니가 떠난 후, 아스날은 수미 영입에 박차를 가했...지만 별로 열심히 뛰지는 않았다. 로마의 아퀼라니는 "전 로마가 좋아염"이라고 콧방귀를 꼈고, 다른 구단 선수들과는 뭔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아스날의 협상태도에서 별로 의지가 안 보였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후회하기 빠른 때
그 중에서도 이적마감 10시간인가 6시간 전에 리버풀의 알론소에게 오퍼를 날린 사건(결국 협상이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마감벨이 울려 버렸다)이 있었으니, 결국 희대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헬게이트
고의성이 짙은 협상 실패 후, 유망주들로 자리를 메우기로 한 벵거 5 감독. 그 대상은 유스 출신의, 송과 데니우손, 둘이었다. 일단 하나씩 주전인 세스크와 같이 돌려 봤다. 결과는 어린이들의 경험부재로 인한 미숙, 그리고 심한 불협화음. 6
계속 엇나가던 미드필더진은 시즌 중반, 세스크가 다름아닌 알론소의 태클로 장기부상을 끊으며 진정한 헬게이트의 문을 여는 듯했다.
DS(데니우손-송)
하지만 그 이후로 꾸역꾸역 나온 둘은 의외로 죽이 잘 맞았다. 얼마 지나자 약팀들을 관광하며 깨작깨작 승점을 올리는 데 일조하기까지 시작했다. 데니우손은 무려 리그 3위인가 4위인가의 미드필더로 통계에 오르기도 했는데, 이래서 축구에서 스탯이 무의미하다는 거다.
DDS(디아비-데니우손-송)
미드필더 '유망주' 중 디아비란 놈이 있다. 한때 무슨 제 2의 비에이라 7가 되리라는 둥 헛소리가 떠돌던 놈인데, 위의 2분과 합쳐 DDS라인이라고 불렸다.
내가 보기에 디아비는 셋 중에서 유달리 특별한데, 가망이란 게 아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패스마스터
뉴캐슬의 홈구장인 세인트제임스파크로 원정을 떠나온 아스날.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데니우손도 송도 디아비도 아닌, 측면 수비수인 에부에가 기용되었다. 그날 관중들은 에부에가 미친 듯한 패스실력을 뽐내며 뉴캐슬 수비진을 요리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벵거는 인터뷰에서 "에부에가 패스마스터가 되었다"라며 기뻐했지만.....
이후 몇 경기를 치르고 나자, 에부에가 단지 그날만 제정신이 아니었음이 판명되었다.
결국 나는 세인트제임스파크 경기장 지하에 우라늄 광맥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아니면 영국 정보부의 특수 실험실이라던가... 에부에는 그렇다치더라도, 결정적으로 그 경기장에서 일 년을 보내는 뉴캐슬 선수들이 항상 제정신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세스크의 귀환
장기부상에서 세스크가 돌아왔다. 무슨 신천지라도 열릴 것 같았지만 결과는 또 의외로 나빠서, 데니우손과는 전생에 무슨 로미오와 티벌트(줄리엣의 오빠)라도 된 듯 상성이 좋지 않았다. 결국 세스크의 파트너는 송으로 결정되는 모양이었는데, 약팀과의 경기에선 그럭저럭이었으나 결국 맨유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캐릭-플레쳐에게 궤멸당하고야 말았다.
지금까지의 벵거의 행태를 보아하면 왠지 - 돈 들여 세스크에 어울리는 선수를 사느니, 그냥 세스크를 비싼 값에 팔아먹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의 착각이었으면 좋겠지만...
아, 옛날이여
불과 2년 전 아스날은 세계 최강의 미드필더진을 자랑했는데, 로시츠키-세스크-플라미니-흘렙 라인은 정교하면서도 아름다운 벵거 교수식 축구의 이상을 증명했다. 유감스럽게도 이 라인이 제대로 돌아간 건 채 몇 달 되지 않았다. 바로 부상 때문에... 꽃은 빨리 사그라들기에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8
병원으로 가요
스쿼드가 얇기로 유명한 아스날은 주제에 부상도 많아서, 이게 뭐 끊이지 않는 통에 정규멤버가 출전한 적이 무려 손에 꼽을 정도다. 올시즌 초에도 공격진이 전멸하여 디아비까지 그립게 만들더니, 말미에는 여지없이 수비진이 붕괴하며 시즌을 말아먹어 버렸다. 맨유로 따지면 하파엘-오셔-퍼디난드-네빌이 나오는 꼴.
병원임대
독일 시절에도 유리몸이라고 불리던 로시츠키는 아스날에서 그 진수를 보여 줬다. 07년 크리스마스 무렵 잠깐 병원에 갔다 오겠다던 사람이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6-25 때 두부 사러 갔다 학도병으로 끌려간 남편 이야기가 떠올라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삼팔선
아스날은 호봉 올라가는 게 쪼잔한데다, 말년들 정리해고에 골몰하는 등 복지가 빈약한 클럽이다. 노후보장이 안된다며 '삼팔선'을 외치던 흘렙은 결국 이적을 결심했다.
몰래 인테르 밀란과 협상을 벌이곤, '밀란에 아이스크림 먹으러 갔다'며 런던팬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결국 '런던이 싫다'며 바르셀로나로 가서는 세스크에게 귀향을 제안하기까지 해, 공공의 적이 되고야 말았다.
금의환향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스페인 출신으로, 한때 악명 높았던 벵거의 유망주 빼오기 정책의 트레이드마크격인 존재다. 명실공한 이 세계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는 인생의 황금기를 스페인에서 보낼 걸로 보인다. 행선지는 고향인 카탈루냐가 될지, 아니면 의외로 적대국(?)인 마드리드가 될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9
이번 신 갈락티코 정책이 런칭되면, 그는 10레알 마드리드의 톱 타겟이 된다. 만에 하나 세스크가 레알로 이적하면, 레알과 바르셀로나의 더비 매치는 상당히 흥미진진해질 걸로 예상한다.
킹
런던으로 유재석들을 초대하고 카탈루냐로 날아가 버린 앙리. 아데바요르가 빈 자리를 잘 메우는 듯 하기도 하지만, 올해 현지팬들은 아스날 역대 최고의 선수로 여전히 그를 꼽았다. 만약 바르셀로나가 챔스를 우승하면, 무한도전 스페인특집이 나올지도 모른다.
주급
월드컵으로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토고의 아데바요르. 올시즌 초에도 여지없이 주급을 올려 달라며 땡깡을 부렸다. 얘도 부족원들을 먹여 살려야 하나?
통곡의 벽트너
제공권, 의외로 빠른 발, 뛰어난 패스 센스와 무빙, 그리고 무엇보다 탁월한 개그 본능(물론 경기장 안에서의)으로 아스날의 신성으로 떠오른, 스트라이커 벤트너. 골문 앞 삽질 스페셜이 나왔으니 이것도 말 다했다. 여세를 몰아(?) 나이키 광고의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광까지 누렸다.
팬들은 2년 전 아데바요르가 원톱으로 뛰며(그 때도 다른 선수들이 모조리 부상이라) 2달 동안 골 못 넣고 찌질댔던 사실을 기억하며 근근히 참아내는 중.
데이비드 빌라
애향심이 남다르기로 유명한 다비드 비야.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 하지만 파산직전의 구단은 어떻게 그를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을까 궁리중이란다. 작년 비야는 '아스날에서 뛰어보고 싶다'란 의외의 멘트를 날렸으나,
벵거의 대답은 '비싸'.
흐름이 보인다
아스날은 꽤 오래 전부터 마르세유의 S.나스리를 눈여겨봤다. 여름 프리시즌 거의 영입직전까지 이른 듯했으나, 예상외로 진도가 안 나가는 것이다. 당시 유로2008 해설자 아르바이트를 뛰던 벵거 왈, '유로가 끝나면 몸값이 떨어질 거다'.
아니나다를까 프랑스는 전체적으로 한심한 경기력을 보이며 광속탈락했고, 아스날은 나스리를 좀 싸게(?) 살 수 있었다.
비싸서 못사
역시 벵거의 관심을 끌던 아르샤빈. 그런데 '히딩크 매직'으로 러시아팀이 4강에 오르며 아르샤빈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결국 소속 구단인 제니트 상트페테스부르크가 몸값을 엄청나게 올려불렀고, 타 클럽이 제니트와 협상을 벌이는 동안 아스날은 영입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레닌그라드 관광
시즌 중반, 아스날은 5위에 몰려 갈 데까지 간 듯했다.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려, 아르샤빈의 영입을 위해 아스날의 보드진들이 속속 러시아의 상트페테스부르크(구 레닌그라드)로 날아갔다. 그들이 제시한 액수는 제니트의 요구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 밀리언 유로.
대체 뭐 하러 갔느냔 말들이 파다하게 떠돌았다.
러시안 인베이젼
맨유와 아스날의 양강체제였던 2000년대 극초반만 하더라도 양팀의 신경전이 날을 섰다. 그러나 러시아 출신의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하고, 무링요가 프리미어리그에 강림하면서 판도가 급변했다. 유독 아스날이 무링요에게 약해서, 첼시만 만나면 동네북 신세였다. 무링요가 첼시를 맡은 3년 동안 한번도 이기질 못했다.
무링요가 떠나고 뽀록이든 뭐든으로 그나마 좀 첼시와 어슷비슷했는데, 올해 FA컵에서 히딩크에게 또 털리고야 말았다.
헤르미온느
아스날팬으로 유명했던 엠마 왓슨이 로만과 같이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게 종종 목격되면서, 찌라시들이 엄청난 양의 뒷얘기를 창조해냈다.
빅딜
07년 첼시와 아스날은 양팀의 문제아 수비수들을 하나씩 스왑딜했다. 아스날로 온 갈라스는 주장직까지 맡으며 잘 적응하는 듯 보였으나...
올시즌 흡연으로 한바탕 파동을 일으킨 후, 뭔가 불안한 경기력으로 일관하다 끝내 중요한 순간,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해 버렸다.
은별
속설에 퍼거슨과 벵거가 내놓는 선수는 사지 말란 말이 있다. 사람을 사고 판다니 좀 거시기하긴 하다. 어쨌든 지난 시즌 벤트너와 함께 황홀한 수비실력을 뽐낸 센데로스가 AC밀란으로 임대이적하고, 맨유에서 수비수 실베스트르를 영입했다.
당시 퍼거슨과 벵거, 두 사기꾼들 중 최후에 웃는 자는 누구인가 다들 궁금해했지만, 올 시즌 결과를 놓고 보면 퍼거슨의 완승이라고 할 만하다. 실베스트르는 시즌 내내 불안했고, 맨유와의 2경기에서는 각각 극과 극을 오간 플레이를 펼쳤다. 문제는 최악의 플레이를 한 경기가 훨씬 더 중요한 경기였다는 거(챔피언스리그 1차전).
로또 경기력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아스날은 기복이 심하다(실베스트르는 나이가 들었는데도 왜...). 기복이라면 또 어디 둘째가라면 서러운 토튼햄과의 북런던 더비는 4-4의 당황스러운 스코어로 끝났다. 수비진의 삽질이 극심했던 이 경기 이후 아스날은 주전선수들의 부상과 내분으로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맨유와 첼시에게는 승리를 거두었으니...
유망주 정책
뻔한 일이지만, 똑같은 짓을 해도 잘 나가면 찬양이고 못 나가면 비난이다. 벵거의 유망주 정책도 시류에 따라 호오가 극명하다.경기력이 워낙 들쑥날쑥했던 이번 시즌은 아주 롤러코스터를 탔다. 가나인가 케냐에서는 어떤 놈이 챔스 결과에 절망한 나머지 자살을 선택하기도.
사냐에요
07년 프랑스리그에서 영입한, 당시까지만 해도 거의 듣보잡이었던 오른쪽 측면 수비수 사냐. 작년 리그 최정상급의 플레이를 보여줬다.
올시즌엔 눈에 띄게 허술해진 수비진 때문에, 또 오른쪽 윙인 월콧이 흘렙보다 좀(아니 상당히) 생각없이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라 고생이 많았다. 챔스에서는 컨디션 난조로 또 고생. MBC 이상윤 해설위원의 아들이 오른쪽 풀백이라고 한다.
가레스 상윤
07-08시즌, 한국 국가대표 경기나, 박지성 출전 맨유경기에서나 볼 법한 사심 가득한 해설이 등장했다. 전 국가대표 출신인 이상윤씨가 바로 그 범인이다. 컬컬한 목소리와 극 아스날 일변도의 편파해설은 초창기 엄청난 안티를 양산해냈으나...
http://video.cyworld.com/clip/view?video_seq=203012725
- 런던 북부에 연고를 둔 클럽. 5년째 무관에 시달리고 있다.
[본문으로] - Gilberto Silva. 브라질인. 현재 그리스에서 뛰고 있다.
[본문으로] - MBC의 이상윤 해설위원은, 무려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찬사를 달았다.
[본문으로] - 보스만룰은 축구선수의 자유이적 권리를 선언한 것이다. 1995년 12월 15일 유럽사법재판소에서는
<계약이 끝난 선수는 구단의 동의와 이적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고, 팀 내 외국인 선수의 숫자는 제한될 수 없다.>
고 선언하였다. 이 판례 이후, 유럽의 각 구단들은 유럽권 선수에 한해 외국인 선수 보유 숫자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였다.
(위키백과에서 인용)
[본문으로] - 아스날의 감독. 일부로부터 로리 오덕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본문으로] - 아스날의 주장. 미드필더.
[본문으로] - 아스날의 전 주장. 이탈리아로 떠난 이후 부상에 시달렸다.
[본문으로] - 경제학 석사 학위인가가 있어 교수로 불린다. 물론 그렇다고 교수는 아니다.
[본문으로] - '일정 연령 이하의 스페인 청소년은 프로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스페인 노동법 규정을 악용한 비열한 작태, 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본문으로] - 은하수를 뜻하는 스페인어. 세계 최고의 별들을 모으겠다는 레알의 야심찬 계획. 성적은 신통찮았으나 상업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