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닌 2008. 4. 13. 08:43

 귀가하며 책을 읽었다. 친구놈을 주려고 책을 빌렸는데, 다시 읽어보니 역시 재미있었다. 콜필드가 거리로 뛰쳐나왔고, "웃기 시작하자마자 금세 토할 것 같기 때문이다" 라는 대목을 읽고 있자니,

 

 지하철이 환승역에 다다라 있었다. 나는 지하철에서 빠져나가 거리로 뛰쳐나갔다. 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라타니,

 

 빌어먹을 뽕짝이 흘러나왔다. 그다지 웃기는 노래도 아니었고, 웃을 법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금세 토할 거 같았다. 지저분한 가사에 멜로디는 아주 쓰레기 같았다. 발가락의 티눈만큼이라도 양심이 있음 그딴 걸 만들어 팔아먹진 않을 거다. 다행히 도중에 안내방송이 세차게 흘러나와 숨을 들이내쉴 수 있었다. 그리고 딴에는 더욱 다행스럽게 프로그램이 바뀌어 뉴스가 시작되었는데,

 

 그걸 가만히 듣고 있자니 또 구역질이 나왔다. 저녁을 안 먹었길래 망정이지 뭐라도 먹었으면 다 토해버렸을 거다. 아나운서가 당파싸움에 대해 자랑스럽게 설명하는데, 아주 버선을 신고 상투를 틀어야 할 판이었다. 당신께서는 지금 XX연대 소속 의원님들이 공주님께 몰려가 환호하는 소리를 듣고 계십니다, 라는 말을 들을 때는 정말 내장이 전부 튀어나올 뻔했다. 그러다 강북 땅값이 폭죽 터지듯 튀어오른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땅값 올려준다고 한나라당 찍은 노원구 사람들이, 갑자기 미칠 듯이 존경스러워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