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스파르타인의 자유와 가족애(Ⅱ)

『영웅전』으로 유명한 플루타코스는 스파르타인의 생활에 대해 인상적인 묘사를 남겼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는 꽤나 강렬하여 고금의 수많은 예술가들의 감성을 자극했고, ‘스파르타식’ 이란 표현은 지금도, 규율을 강요하는 교육방식을 이르는 데 자주 쓰입니다.
스파르타인들은 도리아인의 후손입니다. 철기문명을 가졌던 도리아인들은 기원전 1200년경 그리스를 침략했고, 청동기를 사용하던 그리스 토착민들은 이내 그들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됩니다.
도리아인들은 그리스의 각 지역에서 지배계급을 형성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원주민들의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어 서로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파르타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스파르타에서는 도리아인들이 여전히 원주민들을 차별했습니다. 국가는 극소수의 도리아인들을 제외하면, 거의가 원주민인 노예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지배자인 도리아인들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노예들을 심하게 억압했고, 심한 억압은 심한 반발을 부르는 게 당연했죠. 노예들의 반란은 일상적인 위협이었습니다.
여기서 도리아인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어떻게 절대다수의 원주민으로부터 그들을 지키면서, 동시에 원주민들을 지배할 수 있을까?"
여기서 ‘리쿠르고스’라는 신화적인 인물이 등장합니다. 생몰년 미상으로 실존인물인지도 꽤 의심스럽다고 합니다. 어쨌든 플루타코스가 이야기한 그의 대개혁을 살펴보죠.
리쿠르고스는 체제 유지를 위해 가혹한 방법을 선택합니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원주민을 억눌러 버리는 것이 그것으로, 스파르타의 시민을 모조리 군인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럼 빵은 누가 만드느냐.. 하면 생산활동은 모두 피지배계급에게 넘깁니다. 그렇다고 해도 숫적으로 절대 열세인 스파르타인들로서는 병사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스파르타는 평범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병영국가로 개조됩니다. 리쿠르고스가 쓴 방법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완전히 배제하는 기계적인 것이었어요. 이 부분은 영화에도 잠깐 등장하더군요.
아기가 태어나면 의사의 검사를 받고, 전투에 부적당하다고 판정되면 내버립니다. 시민들은 어려서부터 공동생활을 하고 군사훈련을 받습니다. 영화에서는 레오니다스의 어머니가 6살이 된 아들을 군대에 보내면서 슬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왕비가 그런 모습을 보였다면 지탄의 대상이 되었을 겁니다. 전쟁에서 아들이 시체로 돌아와도 평온함을 가장하는 게 어머니의 미덕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군사훈련은 혹독하고 전쟁에 적합하지 않은 윤리관은 내팽개쳐집니다. 도둑질도 훈련의 하나로 장려될 정도였습니다.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이것도 전쟁이라는 국가적 관심사에 의해 재단되었습니다. 안보 앞에 사랑 따윈 중요하지 않은 법이니까요.
결혼 이후에도 30세까지는 공동생활을 계속해야 합니다. 가족의 공공연한 단란함 따위는 관심 밖이었고, 뛰어난 전사를 재생산하는 게 가정의 유일한 존재이유였습니다. 건강한 아이들을 낳은 과부들은 재혼이 적극 장려되고, 성불능의 남편을 가진 아내에겐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다른 남자를 찾아보라고 권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이것이 스파르타인들이 사생활에서 누렸던 자유랍니다.
리쿠르고스는 화폐를 교환가치가 거의 없는 철로 바꿔, 사유재산제도도 사실상 없는 거나 다름없게 만들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완전한 쇄국정책을 폈고 외국인들의 이민을 제한해 지배계급의 동질성을 꾀했습니다. 스파르타의 생활수준은 완전히 평준화되었고, 시민의 정치적 권리도 거의 완벽한 평등을 이루었습니다.
이렇게 그리스 방진대형처럼 균일한 시민들로 구성되는 사회가 탄생했습니다. 이 사회에서는 누구나 훌륭한 전사일 테지만, 단 한 사람의 예술가도 태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일구어낸 자유와(대체 자유라고 부를 만한 것이 어디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권리는, 모두 피지배계급의 노동을 강탈하여 얻은 것임이 분명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자하면, 스파르탄의 자유라던가 가족애라던가 하는 건, 중국인의 청결이라던가 이탈리아인의 절제 같은, 뭔가 모순된 이미지들의 결합일 뿐이겠습니다. 스파르타 사회는 자유와 가족애라는, 인간이 가지는 근본적인 요구를 멋지게 말살하며 전설이 되었습니다. 스파르타인들의 삶은 과연 행복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