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 화려한 비주얼의 영화 (Ⅰ)

자유에 대한 사랑과, 그에 못지않은 가족애로 단단히 무장된 스파르타인들의 이야기, 『300』.
개인적으로 전작인 ‘씬 시티’ 보다는 약간 못했고, ‘킬 빌’ 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300이 선사하는 스펙터클한 전투신과, 화려한 이펙트에 가슴 떨리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아, 물론 남자의 경우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커플들을 위한 영화는 아닌 거 같더군요.
나란히 늘어앉아 영화를 보던 중의 1인은 스크럼을 짜고 방패로 적을 두들기는 장면에 열광했습니다. 옆의 1인은 검과 피와 살이 흩날리는 장면에 열광했습니다. 그 옆의 1인은 배우들의 복근을 보며 열광했습니다. 출연하는 배우들 모두 단체로 3달간 헬스클럽을 다녔다죠.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답게, 역사적인 고증도 매우 치밀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만약 영화를 보며 옆의 친구가 여러분에게, ‘야, 저거 사실이냐?’ 고 물었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깊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물론 깊이 생각하는 척은 해야 해줘야겠죠), 머리를 가볍게 흔들어 주면 됩니다.
영화 중에 페르시아 왕이, 주인공인 레오니다스를 협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당장 항복하라. 그렇지 않으면 스파르타인들을 남김없이 죽이겠다. 스파르타에 대한 기록까지 모조리 말살할 것이다. 스파르타란 말을 꺼내기만 해도 사형으로 다스릴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스파르타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하겠다.” 라면서요.
물론 페르시아 왕이 실제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스파르타가 결국 페르시아군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는 걸 압니다. 덕분에 뒷날의 뛰어난 이야기꾼들이 스파르타의 자유와 가족애에 대해, 자세한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거겠지요.
지나칠 정도로 역사와 동떨어졌기 때문일까요. 뭔가 사실과 심하게 배치되는 내용이 나와도, 그런 내용들이 정당하지 못한 편을 옹호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별로 역겹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럼 영화 속에서 족히 300번은 등장할, 스파르타인의 자유와 가족애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주로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