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닌 2006. 7. 27. 09:17
 
 위의 지폐 사진은 4차인민폐라던가, 어쨌든 중국 돈이다. 오른쪽에 있는 햏이 조선족 여햏 되겠다.

 5차인민폐부터 등장하는 인물이 모두 마오로 바뀌었다지만, 4차인민폐는 지폐마다 각 민족이 2명씩 등장한다. 가령 10원짜리는 한족과 몽고족, 위의 2각짜리는 조선족과 부이족 이런 식이다.

 중국은 다민족국가다. 물론 한족이 절대다수이기는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쪽수의 소수민족들이 존재한다. 현재 조선족들이야 조용하게 사는 듯하지만, 중국 서부에서는 독립하겠다고 깝치는 햏들이 많다.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가 대표적인 케이스. 신장-위구르 쪽의 이슬람계열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중국 지도층은, 이런 개별 민족이 자립하는 걸 체제의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구소련처럼 공중분해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민족간의 이질성은 사회통합에 장애요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연히 사회가 원활하게 굴러가기 위해서는 소수민족들을 나름 배려해야 되고, 예전의 중화주의적인 한족 중심적 사고는 지양되어야 하기 마련이다. 소수 민족들 탄압하고 부려먹고 살고 싶어도, 솔직히 아직도 어지간히 차별대우하는 것 같긴 하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민족간 평등'의 간판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중국의 지폐는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의 조그만 상징이다. 또한 중국의 역사관 또한 이런 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민족의식과 국가의식은 역사에서 나오지 않는가?

  가령

        『빌어먹을 몽고애들은 먹고 살기 빠듯하면 항상 남쪽으로 내려와 중꿔를 약탈했답니다.』

        『동쪽에 조선족들은 오래 전부터 중꿔를 툭툭 건드렸어요. 하지만 몇 번 사뿐히 밟아 주니까 마음을 고쳐먹고 중꿔의 충실한 신하가 되었답니다.』

         『여진족들은 아주 잔혹무도한 넘들이었어요. 완전소중 악비장군이 걔네들을 다 처바를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진회란 ㅆㅂㄻ가...ㅠㅠ』

  역사책에 이렇게 써 있으면 수많은 소수민족들은 ㅆㅂ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ㅆㅂ라고 생각하는 걸 넘어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하면 골치아프다. 그러니

          『한족, 몽고족, 여진족, 조선족 기타 등등은 모두 위대한 중국 역사의 일원이예요. 아아 어쨌든 위대하신 마오 동지 만세~』

 라는 식으로 될 수밖에. 중국 국경선 안의 땅은 중국 땅, 중국 국경선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중국인, 중국 국경선 안의 역사는 중국 역사로 선을 긋는 것이다.



 반면 현상으로서의 한민족과, 한국이란 국가는 거의 동일하다.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보면 특이한 케이스지. 핏줄을 심하게 따지며 혼혈인 혐오는 하늘을 찌른다. 어디 사돈네 팔촌이 될까말까한 흉노족의 친척이라는 돌궐족의 후예(의심스럽다)인 터키에게 동질감을 느낀다나 뭐라나.

 한국의 역사는 단일민족국가의 역사를 표방하고, 국민들에게 한민족 감동적인 투쟁의 드라마를 세뇌시키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결과는 매우 훌륭하다. 시청 앞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사람들에게는 이성이나 논리, 단순한 국가애나 공동체 의식을 넘어선 종교적인 무언가가 있어 보인다.

 멀쩡한 역사에 국경선을 긋는다는 건 분명 어처구니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멍텅구리짓에 대한 대응을 보면 더 수준이 낮다. 동북공정에 맞서는 사명감을 갖고 만들었다는, 모 사극을 보면 더더욱 할말이 없어진다. 사극 시작할 때 『이건 픽션임다. 실제 인물 지명 사건과는 별다른 상관 없슴다』라고 공지 때리라고 방송국에 편지 보낼까 하다가, 귀찮아서 관두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