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야기

26일자 김영희 칼럼에 대해

에포닌 2009. 5. 28. 22:38

 예전 중학교 교과서에 '독단과 독선'이란 글이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대략 독불장군식 사회 풍토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민주국가에서 관용은 중요한 가치이겠다.

 본문 중에 '글도 독단적으로 써야 잘 썼다는 평가를 받고...' 라는 대목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그 부분을 강의하던 국어 선생은 코웃음을 치더니, "글이 논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읽지 않는다"란 평을 했다.

 하긴 실상 좀 그렇다. 모든 애매한 가능성을 고려하는 두루뭉실한 글은 대개 힘이 없다. 나처럼 '사실 나도 이게 맞는 소린지 틀리는 소리인지 확신하진 못하겠는데...' 라며 변명부터 늘어놓으면 안된다. 가능성이 어느 정도 명확하다 싶음 잡소리는 집어치우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때가 다가올 것이다. 그럼 옷매무새를 다듬고, 창검의 날을 세운 후, 돌격나팔을 불며 돌진해야 하는 것이다.

 ...변명은 마치고,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칼럼의 요지는 이렇다. 북한이 자신들의 핵을 보는 관점에 코페니쿠스적 변화가 있다. 그래서 대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대처야 광부들을 3~40명 죽였다는 그 대처가 아니...고, 뭐 늘상 보던 강온 양면전술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목적이 과연 변화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그 '변화한 목적'에 걸맞게 대외관계를 이끌어나갈지는 좀 미지수다. 결론적으로 나는 30%에서 높게 잡으면 50%정도 된다고 본다. 사실, 내일부턴 담배 끊어야지 결심을 해도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이 그리 많은가. 정말 맘이 바뀌었다고 해도 또 바뀔 수도 있는 거고, 현실의 거대한 벽 앞에서 결심이 쪼그라들 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이 기사가 설령 틀린 걸로 판명났다고 해도 그리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해야겠다. 반대로 맞으면 기자 개인으로는 더없이 좋은 일이고. 사실 기자의 입장에서는, 팩트를 일방적으로 나열하는 것도 아니고 그 팩트에 대한 분석을 싣는 기사에서는, 100% 명확하지는 않아도 괜찮은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읽는 사람도 기사에 어느 정도 뻥카를 예정하고, 완벽한 확신을 갖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아니, 그럴 듯한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기사일지도 모른다.

 예언이 맞을 가능성은 기대에 약간은 못 미치긴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대단한 공산이라던가 가능성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건 현재의 한정적인 정보를 놓고 봤을 때 충분히 의심해 보고도 남을 만하다. 그러니 이 기사를 주의깊게 읽은 사람은 현재의 북핵문제에 대한 감을 잡는 데 도움을 얻을 것이다.


 '대처방법'도 좀 뻔하긴 하지만 고려해볼만 한 것이고, 또 정치적으로 어느 입장을 취하든 당위적으로 실행에 옮겨야만 할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실 대북제재는 상당히 문제가 있고, 설령 런칭된다 해도 한계가 너무 명확하긴 하다. 하지만 이것도 유화책만 쓸 수 없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보면 어느 정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

 중앙일보에서, 그것도 대북문제에 대해 상당히 정상적인 식견을 갖춘 글을 보니 솔직히 좀 놀랍기까지 했다. 예전 글도 몇 개 읽어보니, 진정 닭장 속의 백조라 할 만하다. 그냥 당연한 말 쓴 거 가지고 왜 그리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고 할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서 멀쩡한 정신 가진 인간은 찾기 쉽지 않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Ps. 프레시안 국제기사는 워낙 엉망이라 안 읽은 지 5년은 된 것 같다. 그리고 한겨레는 언제까지 냉각기 갖고 울궈먹을 텐가! 원인과 결과는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나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좀 반성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