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닌 2009. 3. 29. 16:57

 예멘에서 알 카에다란 놈들이 자살폭탄테러를 벌였단다. 놀러 갔던 아줌마들만 애꿎게 목숨을 잃었다. 덕분에 이슬람권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이거, 알 카에다는 대체 누구의 편인가.


 - 삽질

 강만수 전 장관님께선 서울법대를 나오셨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와 '사전접촉'을 하는 게, 얼마나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되는 일인가를 모르셨던 모양이다. 덕분에 헌법재판관들이 머리를 싸매면서 어렵게 개발해 낸 '논리'는, 안타깝게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종부세에 관한 판결문을 본 국민들은, 그걸 존중하기는커녕 온통 개 짖는 소리마냥 여겼으니.

 뭐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나서 법전은 던져 버리고 경제학에 몰두하셨으니, 그딴 '소소한' 것쯤은 잊어버리셨을 법도 하다. 어쨌든 경제학과 법학과는 뭔가 안 맞는 것 같다. 이번 정부 들어, 그쪽 전공하신 분들이 법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있어서 실언을 하는 경우가 워낙 잦지 않은가.

 '만사형통', '형님 대원군' 이라고 불리는 이상득 의원의 경우를 보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시다) 형님께서는 "6.15와 10.4 선언은 둘다 합의문이 아니라 선언문이어서 이행할 의무가 없다" 라고 하셨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께서는 "그 말씀에 동의한다""큰 정신 틀이 합의문에, 선언문에 담겨 있기 때문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행할 것이냐 하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059889 참조)

 로마법의 '문답계약'을 연상하게 하는 이 발언들은 거의 베수비오스화산 폭발 정도의 파장을 몰고 왔다. 서울법대, 그것도 무려 법학박사 출신인 박희태 의원께서 내놓은 '프로그램규정설'도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958683) 결과적으로 더 나았다고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결국 꼴이 받을 대로 받은 '주체사상가'들이 "안해 때려쳐"라고 말하자, 남쪽은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


 이런 많은 사건사고들을, 단순하게 '비전문가들의 무지' 로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는, 그 분들이 법을 만들고, 법을 집행하는 지위에 있는 분들이란 거다. 로마인들처럼 법을 일상의 화제로 삼을 정도의 교양은 없으시더라도, 최소한의 '상식'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상식'에 대해 잠깐만 이야기해 보겠다.


 - 죄형법정주의

 '죄형법정주의'란 게 있다. 형법 제 1조 1항에서 등장하는 이 원칙은, 그리고 어느 형법 교과서든 10페이지만 넘기면 등장하는 이 원칙은, 근대형법의 가장 중요한 전제다.


 형법규정은 다음과 같다 :  형법 1조 1항.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

 교과서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 "어떤 행위가 범죄로 되고 그 범죄에 대해 어떤 처벌을 할 것인가는, 미리 성문의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각주:1].


 국가는 오직 법에 규정된 특정한 행위만 처벌한다. 살인도 아무 이유 없이, 당연히 5년, 무기, 사형으로 처벌되는 게 아니다. 법에서 그렇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처벌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생각하면 상당히 범죄적인 행위들도, 법규정에 적시되어 있지 않다면 범죄가 아니다. 예컨대 '괘씸죄', '인상이 더러운 죄',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를 느낀 죄'로 사람을 잡아 가두진 못한다.

 생각하기에 따라, 어쩌면 상당히 불합리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 따위가 없는 이상, 중환자의 후송을 거부한 차량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 '면상공개법'이 없는 이상, 범죄자의 맨얼굴을 들이 깔 수 없다. 하지만 괜히 이 '원칙'이 한국형법의 첫머리에 등장하겠는가. 죄형법정주의는 약간의 부작용은 간단히 묻어 버릴 정도로 중대한 원칙이다. '자유'와 '법치'의 헌법적 이념을 수호하는 수단이니까.


 저기 위의 '정의'를 반전시키면, '법에 명시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받지 않는다'가 된다. 다시 말해, 금지되지 않는 것은 허용되는 것이다. 명시된 법률은 개인에게, '내가 어떤 짓을 하면 어떻게 될 거야' 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범죄는 처벌받지만, 형법의 테두리 밖에서는 혹시 처벌받을까,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된다. 이 법원칙이 없다면, 개인은 자유로울 수 없다.

 법질서가 기대대로 작동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인민은 정치를 신뢰할 수 있다. 국가운영의 관점에서도 죄형법정주의는 중요하다. 현대국가가 법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야만상태일 뿐이다.


 죄형법정주의의 주요한 내용을 5가지 정도로 꼽는다. 여기서 '법률주의의 원칙''명확성의 원칙', 그리고 '적정성의 원칙'만 간단히 설명한다.

 법률주의의 원칙 : 범죄와 형벌은 성문법률에 의해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 가장 기본이 된다.

 명확성의 원칙 : 대체 형법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애매모호한 규정은 누구네 꼴리는 대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 또한 이는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킨다. '미네르바'사건에서의, 전기통신법 47조상의 '공익을 해할 목적'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다.

 적정성의 원칙 : 어쨌든 형법은 사회에서 인간의 공동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형법에 의한 침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그것이 불가결한 경우에만 행사되어야 한다. 다음 사건을 참고하라. http://search.daum.net/search?nil_suggest=btn&nil_ch=&rtupcoll=&w=tot&m=&lpp=&q=%C0%DA%B0%B6+%BA%B8%BE%C6%BA%FC+%C8%F7%B5%E5%B6%F3+%BB%E7%B0%C7

 또한 형벌법규의 내용은 실질적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절도죄를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한다면, 적정성의 원칙에 어긋나게 된다. 실제 집행에 있어서도, 아무 이유 없이 특정 행위를 평소보다 가혹하게 처벌하면 안된다. '양형부당'으로 항소사유가 될 것이다.


 -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제 당신은 사법시험 문제를 풀기엔 부족하겠지만, 사회적 문제를 판단하기에는 충분한 '상식'을 갖추었다.

 '(괜히) 국민을 불안하게 한 죄', '(어떻게 생각하면) 사회를 혼란시킨 죄', '국민을 혼란시킨 죄', '(내가 생각하기에 어쨌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죄' 따위로 국민을 수사할 수 있는가? 체포할 수 있는가? 처벌할 수 있는가?

 답은 명확하다. 하지만, 어제 한승수 국무총리께서 하신 발언을 보라!

 "PD수첩은 광우병에 대해 완전히 조작된 거짓말을 함으로써 국민을 혼란시키고 100만명 이상이 데모를 하게 해 사회를 어지럽혀 당연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데 그동안 1년을 끌어왔다. 그러다 보니 당사자였던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고소했으며 법의 심판에 의해 가려질 것이다. PD수첩은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하는데 거짓 정보를 줘서 국민에 불안을 조성했고 사회를 혼란시켰다고 생각한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09/03/27/0200000000AKR20090327223100002.HTML?did=1179m)


 검찰은 '국민불안죄'에 대해 수사할 권한이 없다. '사회혼란죄', '국민혼란죄'에 대해 수사할 권한도 없다. 그리고 '높으신 분들이 어쨌든 처벌하길 원하는 죄'에 대해서도 수사할 권한이 없다. 그런 범죄부터가, 어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법률이 그들에게 부여한 권한은, 오직 '명예훼손죄'에 대해 수사하고 기소할 권한일 따름이다.

 하지만 왜 단순히 명예훼손죄란, 상대적으로 매우 '가벼운' 범죄에 대해. 아니 솔직히 범죄인지 아닌지 분명하지도 않은 행위에. 그렇다면 국민의 권리를 놓고 보더라도, 우리가 살펴본 '죄형법정주의'를 떠올리더라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이 PD수첩의 보도행위에. 검찰은 대체 왜 엄청난 수사의지를 보이는가?

 사실 수사는 뚜렷한 혐의를 찾지 못해 반년 넘게 질질 끌었다. "이건 처벌할 수 없다!"고 말한 수사팀장은 결국 사표를 썼다. 검찰은 수사팀을 전면 교체했다. 그리고 나서야 제대로 된 '수사의뢰'가 들어왔다. 그리고 보통 '정정보도'이상의 판결도 잘 안 나오는 이 껀수로 '가족이 보는 앞에서' PD를 체포했다. 기자 6명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남은 기자들도 소환에 불응하면 강제수사하겠다고 을러대고 있으며, MBC에 대한 압수수색도 고려하겠다고 공공연히 떠든다.

 이게 명예훼손죄에 대한 수사인가?


 - 총리님의 말씀, 그것은 진리?

 나는 이 비정상적 작태를 괴이하게 생각했다. 적정성을 초과하는 명백한 과잉수사이고 공권력의 남용 아닌가. 검찰의 이 알 수 없는 행위에 대해 의문만 깊어가던 찰나, 바로 총리님께서 진리의 빛을 내려 주셨던 거다! (참고로 한승수 총리께서는 정치외교학과 출신이시지만, 무려 재정경제원 장관을 하셨었다. 그리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듯, 하필이면 그 때 IMF가 찾아왔고 말이다.)

 총리님의 말을 뜯으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PD수첩은 광우병에 대해 완전히 조작된 거짓말을 함으로써 국민을 혼란시키고 100만명 이상이 데모를 하게 해 사회를 어지럽혀..." : 즉, PD수첩 놈들은 (결과적으로) 엄청 피곤하게 만들었다[각주:2].

 "당연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데..."
:  그래서 어떻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동안 1년을 끌어왔다. ..." : 껀수를 잡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당사자였던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고소했으며... : 결국 1년만에 어떻게 '껀수'를 하나 잡아 제대로 고소를 했으니,

 "...법의 심판에 의해 가려질 것이다. ..." : 이걸로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

 "PD수첩은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하는데 거짓 정보를 줘서 국민에 불안을 조성했고 사회를 혼란시켰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이건(본때를 보여 주는 건) 다 노무현 때문... 이 아니라 '피곤하게 만든 것' 때문이다.


 분명하지 않은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이유는 '사회혼란', '국민혼란', '국민불안' 때문이고, 명예훼손은 어쩌다 보니까 그냥 나온 것이다. 발언에서도 사회혼란이란 말은 있어도, 명예훼손은 언급조차 없지 않은가(아마 관심도 없으셨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혼란죄', 아니면 그냥 '괘씸한 죄'로 국민을 처벌할 수는 없다. 앞에서 열심히 살펴봤듯, 이건 제대로 된 법의 집행이 아니다. 그렇다고 명예훼손죄를 명목으로 '본때를 보여 주는 것'이 합법이 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범죄는 범죄 그 자체로 평가되어야 한다. 명예훼손에 대한 혐의가 있으면 거기에 대해서만 수사를 해야지, '평소 행실이 괘씸하다고 하여' 과잉처벌하는 건 분명한 탈법이다.


 - 무엇이 불법이며, 범죄이며, 수사의 대상이 되는가

 지금까지는 그냥 의심이었고 추정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어제 다름아닌 총리께서, 정부는 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PD수첩 기자들에 대한 '수사'를 자행하고 있다고 폭로하셨다. 우리는 이 '껀수 잡아 수사하기'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이런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는 명백한 불법이며, 법치국가에 대한 도전이라는 '상식적인'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헌법과 법률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기관이 오히려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위들은 형법에 명시된 범죄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가공권력도 불법을 저지를 수 있다는 건 명백하며, 정당화할 수 없는 국가기관의 범죄행위는 당연히 처벌대상이 된다. 정당하지 못한 압수수색은 주거침입죄와 손괴죄의, 정당하지 못한 체포행위는 감금죄의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실질적 법치의 이념에 따라, 가장 먼저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야 할 곳은 어디인가? MBC가 아니다. 바로 검찰청이다.

 또한 위 발언에서 해석되는 정황상, 총리 또는 '윗선'에서 검찰의 이런 위법행위에 개입했을 공산이 상당히 높은 바, (개입 자체도 검찰의 독립성, 곧 국가질서를 뒤흔드는 엄청난 위법적 행위다) 총리실도 당장 수사함이 마땅할 것이다.


 - 결론

 검찰이 이런 위법행위를 의도적으로 행했는지, 따라서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려면, 별수없이 또 수사기관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특검인가! 매년 특검을 새로 만들 바에야, 아주 특검을 상설기구화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설령 의도적이지 않았다 한들, 이런 '과잉수사'는 이 법기술자들의 '법에 대한 의외의 무지'를 드러내는 사건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총리도 마찬가지다. 만약 님의 발언에 이런 엄청난 '불법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지적을 들으면, 총리분께서는 아마도 '그럴 의도가 없었다', '오해다', '크게 보아 그런 측면도 있다는 거다',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라는 식으로 변명하리라. 하지만 하지만 총리는 평시에 대통령을 보좌하며, 게다가 혹 대통령 부재시(예전의 탄핵사건을 떠올려 보라) 대통령과 동일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별 하는 거 없이 놀고 먹는 거 같아도, 의외로 중요할 수도 있는 직책이란 거다.

  한국은 민주국가이지, 사우디아라비아나 북한 같은 전제국가가 아니지 않는가? 위 발언은 도저히 민주국가의 총리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다. 단순한 '무지의 소치'로 넘길 수는 없다. 자유민주질서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그냥 방치하는 꼴이 되니까 말이다. 또한 국민의 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시키는 대로 일만 하는 검찰도 민주국가에선 필요없다. 그러니 결론은 이렇다. 대한민국이 상식이 통하는 민주공화국이라면 - 작금의 총리는 총리 자격이 없고, 검찰은 검찰 자격이 없다. 모조리 파면해야 마땅하다.

  1. 이재상 저 '형법총론' 8페이지. 이하 잡다한 것들도 동서 참조. [본문으로]
  2. 주어는 있지만 목적어가 없읍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