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좌편향

에포닌 2008. 11. 28. 16:45

 청년이 하나 있었다. 대학생이었다. 그런데 얘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아침부터 뒷산 잔디밭, 하필이면 또 묘지 위에서 누워 자고 있었다. 어느덧 한낮이 되어,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자던 청년은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아, ㅅㅂ 더워..."


 나중에 그는 이 체험을 바탕으로 곡을 썼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그냥 '전날 밤 날 새곤 아침나절에 학교는 안 가고 뒷산에 올라가 자다가 해가 떠서 더워! 하고 도로 산을 내려갔다', 는 별의별 내용도 아닌 가사였다. 하지만 작가의 시적 역량이 지나치게 뛰어났던지, 사람들은 '어머 너무너무 아름다워' 라는 반응을 보였다. 가사가 좋다고 상도 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청년은 시위현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문제인물이었다. 곡을 쓴 사람이 누구라고 알려지자, 이 곡은 갑자기 '적막하고 황량하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어 버렸다. 한국의 높으신 분들은, 일단 샷다부터 내리고 나서 곰곰이 생각을 하셨다. 분명 순수하지 못한 좌편향적 의도가 있을 것이었다.

 아하, 그렇구나. 알고 보니 위 굵은 글씨 처리된 부분은, 주체사상의 로고스를 전파하는 구절이었다. 묘지 = 유신체제, 태양 = 김일성 수령 동지, 붉게 떠오르다 = 적화통일이었던 것이다. 북괴 두령이 유신체제를 깨부수고 세상을 빨간색으로 만들 거라니, 이런 빨갱이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