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면 되게 하라
안 되면 되게 하라!
군대에서 흔히 얘기하는 말이기도 하고, 덕분에 군사정권이 지배하던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모토랄까, 마인드랄까, 뭐 그런 게 되어버렸다. 한데 유감스럽게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심형래씨, 못 하는 건 못 하는 거 맞습니다. 안 되면 좀 하지 마세요.
하지만 흔히 구경하잖는가, 뻔히 안 될 거 같은 일이 뿅! 하고 완성되는 게. 이상하게도 애들 갈구고 닦달하면 산이 옮겨지고, 납기일이 맞춰지고, 없던 물건이 솟아나온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걸까?
정답은 '가라'다. 장부가 사실을 반영한 거라고 믿으면 곤란하다. 모든 사실을 장부에 끼워맞추는 게 올바른 방법이다. 세상에, 군대 암호문까지 손수 만들었다는 놈도 봤으니...
어라? 아놔, 시발 오해다.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현 정부 들어 자주 듣는 말 되겠다. 이명박 각하와 그의 도당들이 벌여 놓은 삽질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통령 각하, 제발 부탁이니 좀 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오해다. 배후세력의 농간이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그걸 믿으라고? 안 믿으면 믿게 해야 한다. 역시 각하의 '추진력'은 뛰어나시다. 어떻게 믿게 하냐고? 사람의 머릿속은 대단히 민주적이라, 다수결 원칙에 충실하다. 다시 말해 더 많이 듣는 소리를 진실이라 믿는다.
"노무현이 하드디스크를 반환했지만, 사실 마우스나 키보드 같은 데도 정보가 남아 있다. 마우스랑 키보드도 반환해야 한다!" 고 끊임없이 떠들어 보자. 뭐 이런 병신같은 소리가 다 있어, 라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신문기사를 10번만 줄줄 읽어 보시라. 틀림없이 어, 이거 뭔가 그럴듯한데? 생각하게 될 거다.
그럼 컴퓨터 생판 모르는 아줌마 아저씨들은 어떻겠는가. 그 쪽 관련한 정보에 익숙하지 않고, 세세하게 따져보는 버릇이 없는 사람은 그냥 많이 들리는 소리를 진실이라 믿는다. 그런 면에서 찌라시는 위대하다. 방송국은 반드시 장악해야 한다. 언론은 권력에 유리한 정보를 팔아넘기는 외판원이다.
오늘 홍모 위원께서 또 말씀하시길, "국조특위 여당 의원의 활동으로 노무현 정부 하에서 이미 30개월 이상 소를 수입한다는 약정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 또 "우리가 그 사이 덮어썼던 누명에 대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라고 발언하셨다.
정말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또 없다. 30개월 수입약정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의원 나부랑이의 활동으로 밝혀졌단 말인가? 그럼 정부는 지금까지 몰랐다는 소리 아닌가? 약정의 존재도 모르고 협상 잘도 하셨네요? 그럼 그 '약정'과 '협상' 사이에 무슨 인과관계가 있나요?
하지만 분노를 멈추고, 주목하라. 이 황당해 보이는 발언이 신문에 어떻게 나갈지를, 이후 칼럼이며 사설에서 어떻게 이용될지를. 그리고 이 신문을 보는 양반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단언하건대, 홍모 위원의 저 헛소리는 매우 적절하다. 을남이 술자리에서 저런 소리를 지껄이면 병신 취급받겠지만, 국회의원이 기자에게 저런 이야기를 하면 효과적인 정치활동이 된다. 개념없이 무지한 사람들은 "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네. 촛불좀비 호로새키들..." 이런 반응을 보일 테고,
그냥 멀쩡한 인간들도, "아, 그런가? 그래도 협상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냐? 아, 그런가요...? 그런가...?" 라는 정도의 반응을 유도해낼 수 있다. 역시 미디어의 힘으로 '뜬' 양반은 언론플레이를 어떻게 하는지 아는 모양이다.
확실히 한국에선, 안 되는 것도 '추진력'에 따라 뭔가 되긴 되는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각하는 세태에 정확히 부합하는 대통령이시다. 그리고 예의 심형래씨도, 가라치는 실력 하나만큼은 사실 좀 인정해줘야 한다. 흥행이 절대 안 될 거 같은 물건도 대박을 칠 수 있다. 이런 게 진정한 코리언의 파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