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북한론에 붙여

에포닌 2013. 2. 2. 06:29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1292121435&code=990303

 위와 같은 의견도 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은 생각하실 터이니, 최근 출산율이 소폭 증가함은 정부에서 내놓은 일련의 복지정책 덕이 크다. 위의 필자도 그 요인을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언젠가부터 복지정책은 그야말로 대세가 되었다. 그 정책이 생색내기니 말뿐이니 하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노무현의 민주주의란 것도 그저 말뿐이었고, 어차피 사회주의자들은 모든 복지정책을 생색내기 수준으로밖에 여기지 않을 테다. 복지정책은, 인구론적으로 보면, 한국이란 '민족'의 소멸을 '지연'시키는, 현재로서는 유일무이한 방책인 셈이다.

 이 지점에서 다시 북한문제로 돌아가자. 바야흐로 임기의 종료가 임박하신 현 대통령 각하께서는 말씀하시었으니, "통일은 도둑같이 온다"[각주:1]. 대체로 이것은 붕괴론을 암시하는 수사라고 간주된다. 뭐 반드시 붕괴론이라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다는 게 수사의 매력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도둑같은' 통일과 위의 복지정책을 연관시켜 보자. 요새 화제가 되는 게 기초노령연금인가 그렇다. 그렇다면, 통일이 '도둑같이' 왔을 때, 북한인들에게도 그 노령연금을 지급해야 할까? 법리적으로 보면 당연히 지급해야 맞다. 윤리적으로도 그렇다. 그들은 지금까지 엄청난 고생을 했다. 또한 어차피 통일되면 북한인들도 우리와 같은 체제의 무게를 어깨에 질 터이다[각주:2]. 정치적으로도 그렇다. 그들에게 연금을 주지 않는다면, 그들을 2등 국민이라고 자인하는 셈이 되리라. 그리고 또한 심리적으로도 그러하다. 북한인들은 똑같이 못살 때보다 차별받을 때 아마 더 분개하리라.

 그런데 그럴 돈이 있는가? 대통령 각하께서도 이에 아주 생각이 없지는 않으신 모양이라, 무려 통일세를 제안하셨다. 애초에 이 '도둑같이' 오네 마네 하는 이야기도 통일세를 끄집어내기 위한 장치다. 물론 진보는 각하를 믿지 않고, 보수는 통일을 믿지 않기에, 이 독창적인 제안은 전방위적으로 까이기만 했다.

 그러나, 굳이 노령연금만이 아니라, 또 복지정책만이 아니라, 통일된 한국[각주:3]에 일정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것을 위해 저축을 할 인간들인가? 지금도 아파트값이니 원전이니 연금이니 4대강이니 하는 것들로 일명 '미래세대'를 열심히 등쳐먹고 있지 않은가! 정 앞날을 생각한다면 통일세 신설보다는 지금 하는 일들을 돌이켜봄이 올바른 순서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다들 관찰하셨듯, 이 빌어먹을 아파트값을 쑤시기로 작정하는 순간, 아니 그럴 낌새라도 엿보이는 순간, 대권은 물건너간다.

 어차피 우리는 저축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그러할 것이기에, '도둑같이' 오는 통일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현실을 생각해 보자. 북한은 말 그대로 허허벌판에 가깝다. 북한에는 자본은커녕 부채밖에 없고, 산업시설도 없고, 기반시설도 열악하고, 인력은 근면한 편이나 고급기술을 가진 이는 드물다. 어차피 현대의 대부분의 직업은 그리 고급기술을 요청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과연 이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인을 동등하게 대할 수 있는가? 그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준다면,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가령, 그쪽 체제를 비판하는 데 잘 써먹었던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자. 인력은 일자리를 따라 움직인다. 북한에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북한인들은 남한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수도권 인구가 3천만을 돌파하는 광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일자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산업적 기반을 요구한다. 산업적 기반이 만들어지려면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 '도둑처럼' 오는 통일의 경우, 이 두 가지 조건 중 어느 것도 충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북한지역은 최소한 수십 년간 낙후된 상태이리라. 따라서 북한에는 당분간 담세능력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개발에 필요한 재원이나 복지정책에 필요한 재원은 남한의 몫으로 남는다.

 이 사태는 남한 국민들에게 굉장한 심리적 반발을 낳을 수 있다. 물론 통일이 꼭 남한인들에게 나쁘다고 장담할 수만은 없다. 북한의 개발이 시작되면 일단 건설붐이 일어날 것이고, 굳이 4대강 같은 효용이 없는 삽질로 헛돈을 뿌릴 필요는 없어진다. 남한의 잉여 인텔리들도 북한에서 일정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 기업은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볼 때, 통일에서 발생하는 어떤 수익들이 국민 모두에게 공정하게 배분되겠는가? 그리고 생각해 보자. 통일이 요청하는 비용이 모든 국민들에게 공정하게 청구되겠는가? 우리는 일명 IMF사태 이후 뼈저리게 체감해 왔다. 부담은 모든 국민이, 그 중에서도 노동계급이 지고, 이익은 높으신 분들이 쓸어간다. 그것이 헌법의 위인,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정체성이다.

분명히 경고하는데, 위 책은 위험도서입니다. 선량한 어린이라면 호기심에라도 구해 읽을 생각일랑 하지 마세요.



 북송의 상황이 생각난다. 재원이 필요한데 상류층은 담세를 거부하고, 서민층에게 세금을 더 걷자니 반발이 심하다. 정말 민중에게 세금을 더 걷자 나라는 망해버렸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에 있어 충분한 자금을 기대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남북한의 '국민'들에 대한 공정한 대우는, 그 실현가능성을 놓고 봤을 때, '경제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분명히 남한과 북한에는 차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도둑같이' 오는 통일일 경우 더욱, 남한인들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북한인들의 입장은 이와 다를 수밖에 없다.

 지적한 대로 일반적인 업무능력은 거의 모든 인간이 거의 동일하다. 예비역들은 군대를 상상하시라. 어차피 남북한에는 언어적 차이도 없고, 북한인들도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인간들이다. 생활습관이 이상하다는 둥, 자본주의적 질서에 대한 적응이 의심스럽다는 둥 변명을 늘어놓겠지만, 그것이 차별의 정당한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봤을 때, 북한인이 남한인에 비해 차별받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위에서 남한인들의 상실감이 현실적인 근거를 갖추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북한인들과의 동거는 손해이다. 우리의 언론은 이것을 우리의 지배계층이 아닌, 엉뚱한 북한인들 탓으로 돌리는 재주 정도는 갖추었으리라. 나는 벌써부터 뻔뻔한 저임금 북한인들에 시달리는 남한의 하층민들을 주제로 한 프로파간다를 상상할 수 있다. 이것은 지금도 외국인노동자들을 소재로, 각 인터넷의 잉여들이, 어느 정도는 자발적으로, 열심히 외쳐대는 주제 아닌가.

 반면 북한인들은 그들에 대한 차별대우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 역시 엉뚱한 남한의 일반인들을 저주하리라.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일반인들은 체제가, 또는 최고위층이 그들을 단계적으로 착취한다고 쉬이 생각하지 못한다. 김수영의 시를 인용하자면,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 하는 게 보통 사람이니까.

 이와 같은 갈등은 관점에 따라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여기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국가적으로는 재앙일 따름이다. 도둑같은 통일이 불러올 재앙이다. 보수의 이상을 '국가 안으로의 인민의 통합'이라고 가정한다면, 국민들 사이의 이런 격렬한 적의는 더욱 재앙으로 느껴지리라.

 우리는 설령 있을지도 모르는 북한의 붕괴를 행운으로 여겨서는 아니된다. 물론 붕괴라는 그 소망도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 것이겠지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실적 정책이다. 통일을 부를 수 있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는 오직 햇볕정책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 국민의 행복을 가져오려면, 지금 여기 대한민국의 헌법질서, 즉 남한에서의 민주적 질서, 꼭 정치적인 부분에서만이 아닌 사회경제적 영역의 민주적 체계부터가 확고해야만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통일을 말할 수 있는 대전제다.





  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3&aid=0003922820 [본문으로]
  2. 굳이 무게를 따지자면 더 무거울 것이다. [본문으로]
  3. 한국이란 단어도 어차피 남한중심적인 용어라면서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