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문방위 최구식 의원님께

에포닌 2009. 12. 24. 00:51

 의원님의 라디오대담 기사 - 23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양병삼입니다>, 기사 링크 - 를 제가 봤는데, 기가 막히고 가슴이 떨려서 보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의원님 말마따나 정말 지독한 수준입니다.

 제가 40년만 더 늙었더라도 뇌졸증으로 쓰러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랍니다!

 아니, 대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란 분들은 얼마나 문화며 예술이란 것에 무지하기에, 의원님 같은 분이 문방위에 들어가 있는 건가요? 그렇게 인물이 없었던 걸까요, 혹시 국회의 위원회는 뺑뺑이라도 돌려 배정하는 건가요? 아니면 의원님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문화나 방송을 뺀 체육이나 관광 같은 것만 담당하시는 건가요[각주:1]?

 의원님 프로필엔 의원님이 서울대를 나오셨다고 적혀 있는데, 대체 그 시절에는 국어며 문학이란 걸 배우지 않기라도 했던 건가요? 아니면 그 때 배운 걸 다 잊어버리신 건가요? 혹시 그 때 서울대는 미달이라도 됐었던 겁니까? 설마 학생운동을 하시다 고문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리시기라도 한 것인가요? 알 수 없는 노릇이군요.


 의원님은 문학이란 걸 완전히 부정하고 계시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의원님한테 '햄릿'을 보여 드렸다간,

"그게 장난도 아니고, 햄릿을 많이 못 보셨을 텐데, 이렇습니다. 오필리어란 처자가 있어요. 그런데 정신분열증에 걸린 게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애비며 에미한테 막말을 일삼고 무슨 앞뒤도 안 맞는 헛소리를 주절대다 물에 빠져 죽지 않겠습니까. 제가 아는 상식으론 이런 연극은 상연하지 말아야 해요. 전 헛소리로 일관하고 비정상적인 처자를 가지고 하는 것이 어떻게 극작을 완성시킨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하실 것이고,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보여 드렸다간,

"그게 장난도 아니고, 운수 좋은 날을 많이 못 보셨을 텐데, 이렇습니다. 김 첨지란 양반이 있어요. 그런데 정신분열증에 걸린 게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갑자기 돈을 뿌리며 욕을 하지 않나, 집에 돌아와서는 성질을 내면서 마누라를 걷어차지 않나. 제가 아는 상식으론 이런 책은 나오지 말아야 해요. 전 욕설로 일관되고 비정상적인 양반를 가지고 하는 것이 어떻게 소설을 완성시킨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하실 겁니다. '다크나이트'를 보여 드렸다간,

"그게 장난도 아니고, 다크나이트를 많이 못 보셨을 텐데, 이렇습니다. 조커란 인간이 있어요..."


 의원님께는 이거 너무 어려운 이야기인지도 모르겠군요. 극의 흐름, 맥락, 구성, 인물, 이런 것을 전혀 이해하시지 못하는 걸로 보아[각주:2], 의원님은 소설이라고는 단 한 편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으실 테니까 말이죠. 아니, 그냥 영화나 TV드라마 같은 것도 내러티브가 있는 장르입니다. 의원님은 그 흔한 영화 한 편 못 보셨던 건가요? 아니면 영화관에서 잠만 주무셨나요. 제게는 정말 미스테리처럼만 느껴집니다그려.

 그러니까 의원님은 상식을 말할 단계가 아니십니다. 하긴 예술이란 게 상식을 종종 뛰어넘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의원님의 문제는 의원님 말마따나 잘 모르는 것에 있습니다. 의원님의 수준은 수학으로 따지면 피타고라스의 정리도 모르는 겁니다. 대체 왜 a²+b²=c² 가 되는지 모르겠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이러시고 계신 거란 말씀입니다.

 저는 무식이 무슨 대단한 죄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문제는 문제죠. 하지만 저는, 무식한 사람은 투표권도 발언권도 박탈당해야 하고, 입 닥치고 죽어 지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을 겁니다. 누구에게나 떠들고 시위하고 파업할 권리를 부여하는[각주:3]게 민주주의니까요.

 그런데 최소한, 배우려고 노력은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란 분이 저게 무슨 무식하기 짝이 없는 소리입니까. '국격'이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쾅쾅 울려대는 것 같습니다. 이건 정말 해외토픽에 나올 희극이란 말입니다. 만일 각하께서 내일 또 삘 받으셔서, '무식한 국회의원을 없애서 국회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 라고 드립 치시면 어떡하시려구요?


 이거 대체 어떡해야 할까요. 아, 제가 바로 그제 쓴 글이 있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 링크

 아,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것도 너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쉽게 쓰려고 불철주야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 되더란 말씀입니다. 보좌관 분들에게 물어보시면 또 어떨까요. 그런데 혹시 유유상종이라고, 그 분들도 혹시나 아는 게 전무하시면 어떡하나요. 아, 문광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천정배 의원이 있군요. 제가 보증합니다. 천 의원은 확실히 이런 걸 알고도 훨씬 남으실 양반이니, 그 분에게 물어보면 아주 잘 가르쳐 주실 겁니다.

 아, 그런데 이분은 또 저번 파동 때 의원직을 내던졌죠... 한숨이 나옵니다. 대체 어떤 놈들이 국회에서 날치기를 한 건가요?






  1. 아니, 설령 그렇다면 '문화'에 대해서는 좀 조용히 하셔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본문으로]
  2. ▶양병삼 PD> 많은 사람들이 시트콤을 전개하다 보니까 흐름이나 맥락상 아역 해리 캐릭터가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봐야지 극중 대사 한 토막을 가지고 문제 삼는 건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론하는데요?

    ▷ 최구식 의원> 전 욕설로 일관되고 비정상적인 아이를 가지고 하는 것이 어떻게 방송을 완성시킨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권고가 어떤 제재인지, 권고도 못 받겠다고 제작자가 얘기한다는데, 지금 제재하는 것이 너무나 약합니다. [본문으로]
  3. 아니, 뭐 '논리적으로' 본다면, 누가 부여한 게 아니라 인간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게 되겠습니다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