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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

5월 26일기


 기상나팔이 불었다. 일어나서 군복을 입고 군모를 썼다. 신발장에 가 보니 군화가 없다. 이런 빌어먹을.

 어떤 미친 놈이 군화를 가져갔나! 군대는 참 정신나간 동네다. 양말이나 속옷 같은 걸 훔쳐가는 놈들이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군대에는 새고 샜다. 정말 추억만으로 사람을 병신으로 만들 수 있는 게 군대다. 하루빨리 모병제를 도입하든지 해서 인간들을 좀 제정신으로 유지해야 한다.

 투덜대다 좀 자다 학교에 갔다. 예비군은 2학기 때 가야 할 판이다. 도서관 화장실에서 세수를 했다. 아주 멍청한 얼굴이 나를 마주했다. 수업을 아주 개발새발 들었다. 그래도 마음만은 안티고네의 마음으로... 어쩌라구?

 수업이 끝나고 지하철역사에 갔다. 어느 샌가 자동개표기를 이용하면서 역무원이 확 줄었다. 철도공사는 안전요원을 늘리기 위해서라고 광고판에 빼곡히 적어놓았다. 헌데, 요원들을 줄인 지가 엊그제 같은데? 기관사들부터 팍팍 줄여대지 않았나? 하긴, 뭐 괜찮지 않은가, 카드빚도 돌려막으면 문제없다면서? 대통령께서도 대운하 광우병 민영화 어륀지 등등등으로 돌려막기에 열심이시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는 자동개표기가 신권과 구권을 따로 인식한다는 거다. 더 큰 문제는 환전이 안된다는거. 좀더 큰 문제라면 안내역을 할 직원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는거. 시골에서 올라온 노인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언제는 신경이나 썼는가, 그런데 웃기는 건 노인분들이야말로 골수 꼴통들의 열렬한 지지세력이시란 거다!), 외국인들은 지하철 어떻게 타나. 잘못하면 국가이미지란 게 추락할 게 아닌가?

 비지니스 후렌들리라 했다. 고명하신 XX철도공사 사장님께서는 이런 문제를 타개하시고자 역 중앙에 안내요원을 배치시키셨다! 아저씨 한 분이 완장을 두르고 양복을 빼입고 웬종일 서서 답답한 표정으로 승객들을 지켜보는데, 나까지 미칠 지경이다.

 하루종일 서 있으면 얼마나 힘든지 모를거다. 윗대가리들은 앉아서 의자나 돌리고 있으니 그 고충을 알겠는가. 내가 언젠가 쿠데타에 성공하면, 장성들을 모조리 끌어다가 6개월간 GOP야간경비만 세울 거다. CCTV를 달아놓고, 1초라도 졸면 군법대로 처리하고 말이다. 그러면 참 좋을 거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가지가지로로 미칠 것 같았다. 머리에 새치가 나기 시작하면 이름을 H.V.Liegh 로 바꿔야지. 난 오렌지 주스 대신에 망고주스긴 하지만, 거기에도 비타민이야 들어있겠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떻게 억누를 길이 없어, 청계천으로 바람이나 쐬러 갔다.
 
 청계천은 사람들로 그득했다. 정말 병신같은 녀석 몇몇 때문에 여러 사람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지어 전경들까지. 10시가 지나 촛불을 들고 집에 돌아왔다. 언젠가 나는 그 촛불을 보이며 변명하리라, 나를 비난하지 말아주십사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