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전 것들(논픽션)/낙서장

미적분

  몇 달 전에 가수 싸이가 카이스트에서 강연을 했었다. 물론 병역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의 일입니다.

 

  강연 도중에 싸이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고등학교에서 배운 거 써먹으시나요?" 답변은 물론

 

  "네~", "네~", "네~". 강사님, 여기는공과대학이라구요. 민망해하는 싸이의 표정.

 

 

  아마도, 싸이는 고등학교에서 배운 걸 별로 써먹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는 고교교육이 자신의 인생에 별로 유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강연에서 그런 질문을 한 걸 보면, 남들도 으레그렇게생각할 것이라고 확대해서 해석하는 듯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단지 싸이고등학교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 것이라고. 자기의 인생에 의미가 적었다고 해서 남들의 인생에도 의미가 적을 것이라는 건 조금 위험한 것 같다. 과연 세상에 쓸모없는 지식이 있을까. 춤과 노래도 중요하지만, 미적분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사람들 모두 가무에 능통한 세상도 멋지겠지만, 사람들이 모두 경제학에 능통한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권력자들은 얼마나 일반인들의 무지를 조소하며 무의미한 통계수치로 사람들을 현혹하는가. 사람들이 다들 사기극에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똑똑하다면,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리라.

 

  나는 다시 고등학교를 다니라면 문과보단 이과 쪽을 가겠다. 세상을 이루는 다양한 진실들이 꼭 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아는 분야는 너무 편협하다. 나는 움직이는 로봇의 관절 하나도구현할 만한 능력이 없다. 세상 모든 사물들이 물리학의 법칙을 따르는데, 이런 암묵적인 진실을 모르고서야 상상을 채색해도 제 빛깔이 나지 않는다는 걸, 요즘 들어서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