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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것들(논픽션)/이야기에대한

(음모론/인용)H2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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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에 쿠니콘가 코니쿤가 하는 햏이 쓴 글이다.

 

 

 h2의 스케일은 아다치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어.

 

 h2 전반부는 두 가지 이야기야. 하나는 야구를 포기했던 히로가 야구를 다시 하게 되는 이야기이고,

 

 두번째는, 구시대의 재벌 히로타 대 신흥재력가 코가 두 가문의 대결이야. 히로타 가문의 대표 히로타 카츠토시와, 코가 가문의 대표 코가 하루카가, 두 가문의 운명을 걸고 야구라는 무기를 사용하여 벌이는 대결인 거야. 히로는 하루카의 큰 야망을 이루어주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야.

 

 히로타는 코가의 몇 배의 힘을 가졌었고 코가는 히로타의 상대가 아니었어. 그런데 하루카의 승리로 히로타는 버로우했지. 절대 깰 수 없던 히로타를 부순 하루카의 업적은, 거의 오다노부나가에 맞먹는 거야. 실로 엄청난 일이었어.

 

 아다치는 그러한 스케일의 하루카를 더 이상 그려낼 능력이 없었어. 그래서 하루카 버로우시키고 히로 히카리로 남은 10여권을 이어간 것이지.

 

 하루카는 아다치 사상 최대의 여걸이고, 아다치가 감당할 수 없어서 버로우시켰지만, 충분히 주인공이 되고도 남을 만한 인물이었어. h2의 모든 사건은 하루카의 마음대로 움직여졌고, 히데오나 히로, 히카리 등의 운명도 결국 모두 다 하루카의 의지대로 되고 말았으니,

 

 h2는 명목상 주인공이지만 자기의지는 없이 하루카의 뜻대로 끌려다니기만 한 히로와,이 모든 것을 시작하고 이끌어나간 하루카, 이 둘이라고 볼 수 있지.

 


 히로의 아버지가 영업 3과 직원이라는 걸 지적, 즉 영업부에만 (적어도) 3개의 과가 돌아가는 걸로 보아 코가 상사는 꽤 거대한 기업이다는 걸증명하기도 했다. 덧붙이자면 작중 히로 아버지도 '나같은 말단 직원은 사장님 얼굴을 뵙기 쉽지 않다'란 말을 한다(단행본 38권).

 

 

 이 양반의주장대로라면 H2의 주인공은 당연히 하루카다. 하루카가 히로를이용해서 갑자원에 간 시점에서 사실상 H2는 종결된 셈이며, 나머지는 연재를 지속시키기 위해 갖다붙인 사족에 불과하다.

 

 

 좀더 인용해 보자면,

 

 

 아다치 사상 최고의 악녀는 당연히 하루카이지.

 다나카 가쿠에이, 가네마루 신 같은 일본 금권정치의 대부들과 같은 캐릭터이지. 하루카는 여자이니 대모인가?

 가네마루는 자기가 미는 사람을 수상으로 올리는 브로커였어. 하루카도 마찬가지이지. 팔부상으로 잊혀졌던 히로를 내세워 고교야구계를 평정했지. 하루카가 키네를 선택했다면 키네가 고교야구계를 평정했을 거야.

 히로나 그 외 모든 등장인물들은 하루카가 짠 판에서 움직이는 장기알과 같은 것. 마지막에는 다 하루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놀라운 것은 하루카는 이 모든 작업을, 웃으면서 다 해치웠다는 사실이야. 본인은 거의 나서지 않으면서, 판만 만들어 준 것이지. 히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이 철저하게 하루카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이런 논리대로라면 H2는 순애물이 될 수 없다. 옷도 되는 대로 걸치고 다니고, 넋나간 듯 실수를 연발하는 하루카의 소탈한 모습은 음모를 위한 고도의 복선, 또는 막후작업에 대단히 적합한 습성 정도로 재해석된다.

 

 1학년 가을, 야구부 설립 결정 직후, 공사장비들이 센카와 고등학교 운동장을 누비고, 히로와 노다가 그것을 보며 코시엔의 꿈을 꾸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만약, 그 이면에 위와 같이 권력의 욕망이 꿈틀대고 있었다고 가정하면 꽤 섬뜩함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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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히카리, 이렇게 되면 일부에게 악녀로 지탄받는 그녀의 위치는 반전된다. 예쁜 외모나 성실함이라던가 사려깊은 성격 등은 하루카도 갖고 있다고 여겨지지만, 히카리를 돋보이게 하는 건 그녀가 세상을 대하는 진지함과 꿋꿋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히카리는 히로와 더불어 서로를 가장 깊이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며, 그들에게 서로는 누구와도 비할 수 없이 특별하고도 소중한 사람이기도 하다. 작가는 작품 전체에 걸쳐 이런 차이점들을 수없이 반복하며 지적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평민인 히카리는 히로의 가족들까지 볼모로 삼은 하루카의재력에 결국 패배하고 만다.히카리의 마지막 대사 "내겐 아무것도 없었던 거야. 처음부터.. 선택할 권리 같은 건..."은 단순히현실에 대한 조금 늦은 자각이 아닌, 안타깝게 잃어버린 사랑을 비탄하는 독백이 된다.

 

 

 어딘가 웹상에 떠도는 걸 줏어들은 건지 독창적인 이론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나름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디씨에서는 수많은 하루카빠들의 맹비난으로 매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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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처로움이 마구 느껴지는 리플. 나도 부디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네효
 
 
 
 여튼 작가의 다른 대표작들에 비해 드라마틱하지는 못하지만, H2는 사람들 사이 가지각색의 이야기들을 그리며 독자들에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남겨 둔다. 다시 말해 뜯어먹을 거리가 많다고나 할까, 만화답지 않은 그런 복잡한 점이 오히려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