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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

참을 수 없는 건 바로 그대, 장동민




 나는 축구를 제외하면 TV를 보지 않는다. 무한도전(이하 '무도') 역시 마찬가지다. 내 세대 특유의, 무도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내게는 없다. 따라서 누가 무도에 승차하고 하차하건,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무도 '식스맨'으로 장동민이 떠오르건 말건, 장동민에 대해 별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도라는 계기로 말미암아, 세간의 이목은 그이에게 집중되었으며, 다들 잘 아시다시피 이는 막말 사건의 발굴을 낳았다.


 대개 그렇겠지만, 나 역시 장동민의 막말건에 대해 그렇게 자세하게는 알지는 못했다. 장동민이 사과하고 당분간 자숙함을 선언했다면, 또는 그 팬이나 지지자로 자처하는 여러 분들이 얌전히 행세했다면, 이 글을 쓸 리도 아마 없었으리라.


 하지만 장동민의 지지자들은 정신증을 드러내고 있다. 엔하위키의 장동민 항목을 본 나는 격분할 수밖에 없었고, 장동민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며 더욱 격분했고, 결국 위키를 수정하며 더 격분할 수밖에 없었고, 해당 위키가 사실상 멸망[각주:1]하여 글을 쓸 수가 없게 되자 분노의 끝에 이르렀다.


 이 글은 따라서 사실보다는 증상에 대한 것이다.


 

 창자


 장동민의 막말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8월, 그이는 팟캐스트 방송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이하 '옹꾸라')>에서 코디에게 욕설을 하였다. 청취자들 사이에서도 이것은 논란거리였다. 얼마 지나 장동민은 사과방송이란 걸 하였다. 사건을 대중에 보도한 건 오마이뉴스 링크 로, 그로 인해 '옹꾸라' 방송은 잠정 중단되었다.


 팟캐스트란 인터넷을 통하여 시청하려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팟캐스트을 선택하여 정기적 혹은 새로운 내용이 올라올 때마다 자동으로 구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방송을 전달하는 방법을 의미한다(위키백과). 쉽게 이야기하자면 인터넷으로 배부되는 음성 잡지이다. 장동민은 데뷔 초부터 친구들인 유세윤, 유상무와 "옹달샘"이라는 그룹을 결성하여 활동해 왔고, 위 팟캐스트 옹꾸라 방송은 이들 활동의 일부였다.


 2014년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는 장동민의 코디에 대한 막말을 '지나친 욕설'로 표현했는데, 사실 이는 기자가 아주 순화시켜 표현한 것이다. 당시 장동민의 발언 내용은 '코디의 핸드폰을 망치로 때려 박살내겠다', '(코디의) 창자를 꺼내서 구운 다음 엄마에게 택배로 부치고 싶다' 따위였다. 논란이 생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여기서 장동민 측의 대응을 보자. 그이는 신속히 방송에 코디를 출연시켜 사과방송을 했다. 장동민의 주장에 따르면, 코디가 자주 늦고 핸드폰을 자주 보는 등 행실에 문제가 있어 욕설을 했으며, 그래도 그 부분을 편집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는 것이다. 방송에 나온 코디는 '장난이라서 자기는 괜찮지만 남들이 오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는데, 만약 코디도 장동민의 내장기관을 언급하였다면 더 확실한 해명이 되었으리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일은 우리에게 있을 수가 없지.


 가해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자신의 행동은 실수로 포장하고, 게다가 피해자를 직접 등장시켜 해명하게 만들었다. 설령 정말 코디가 장동민과 막말을 나누는 친한 사이라고 해도, 그럼으로 막말 자체의 비-윤리성이 어떻게 없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 사과의 행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장동민 팬들이라는 작자들의 행위는 아주 가관이었다. 오마이뉴스 기사에 몰려가 난동을 피우고, 작성 기자에게는 메일로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기자는 나중에 나는 왜 기레기가 되었나라는 기사를 썼다.


 여기서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두 가지 현상의 전조가 드러난다. 허술한 사과, 그리고 팬이란 위인들의 음모론과 난동이다.



 적반하장


 상대적으로 위에 비해 잘 알려지지는 않은 사건인데, 이는 SBS의 매직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일어냤다. 장동민이 남에게 통쾌한 복수를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는데, 복수의 대상이란 당시 장동민 옆집의 아줌마다. 사유란 이러한데, 장동민에 새벽 2시에 개그연습을 하며 소음을 냈고, 이에 옆집 아줌마가 항의를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연습이 시끄럽다는 것은 장동민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이의 개그 스타일이 화내고 윽박지르는 것이 주가 되는 만큼, 특히 시끄러웠을 것이다. 그래 놓고 통쾌한 복수라고 방송에서 소개하고 있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특정한 삶의 태도를 볼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은 아랑곳하지 않고, "저 인간이 나한테 야단을 치네? 어, 열받네?"에 머무는 사유의 형식이다.


 이런 사건들로 장동민은 제법 비난을 받았지만, 그것은 곧 잊혀졌다. 오히려 그 후로 장동민의 인기는 아주 좋았다. 그리고 대망의 2015년, 장동민이 무한도전의 새 멤버로 가장 유력해지는 시점에 다다른다.



 참을 수 없는 것은 처녀가 아닌 여자

 옹꾸라 32회에서 유세윤, 유상무와 함께 한 발언이 대파란을 일으킨 것은 2015년 4월, 무한도전 식스맨 5화의 방영 직후다.


 막나가는 내용인 만큼, 해당 발언을 그대로 소개한 뉴스를 역시 찾을 수 없다. http://www.instiz.net/pt/2841662 에 올라온 받아쓰기다.


유상무 : 그래 그거 최악이지 그래서 '나는 너한테 앞으로 다 얘기할거야. 그래서 난 옛날에 이랬어 '이런거 다 얘기하는 애들 그게 야 난 그렇게 생각해. 그게 뭐냐면 세상이 있잖아 어떻게보면 거짓말하는것도 힘들지만 그 솔직한게 제일 편할수도 있어. 내가 부담을 안 갖고 다 던지는 거니까
장동민 : 여자들이 멍청한게 '왜 난 너한테 거짓말하기 싫다니깐. 지금 내가 너 사랑하는것도 진실이고 예전에 그런 사람들 만난것도 사실이야. 난 너한테 다 말할거야.' 맞다개 같.
유세윤 :맞다 년
유상무 :맞다 이년이야 근데 여자들이 또 한가지 실수하는게
일동 :맞다 년
장동민 :맞다 개보년
유상무 : 여자들이 실수하는게 또 있어. 여자들 잘 들어야해 진짜로. 그럼 이런거 얘기한단 말이야. 예를 들어서 남자들이랑 잤어 이 얘기는 안할거란 말이야. 무슨 얘기를 하냐면 이 정도까지는 얘기해도 되겠지 하고' 나 남자하고 그때 여기서 소주한잔했는데' 이런 얘기를 하는 여자가 있어. 남자는 이 얘기를 들으면 '그럼 소주먹고 뭐했어?' 이게 되는거거든. 지금 나랑 소주먹고 있거든. 나하고 이따가 잘거거든 그럼 뭐야 그새끼하고도 그런거 아니야
장동민 : 맞아 이런 얘기도 안돼요
유상무 : (웃음)말을 말아야 해
장동민 :여자들은 멍청해서 이게 남자한테 안돼 머리가.
유상무 : 완전 비하야
장동민 : 아냐 진짜로 멍청해 멍청해 왜냐면 이런 얘기를 한다
유상무 : 영악하지가 않은거지
장동민 : 아냐 멍청해 멍청이야.


(여자가 사랑받을수있는 방법은 첫경험이라고 거짓말하는게 제일 좋다면서 하는 상황극)

유세윤 : '야 너 처음이야?'
장동민 :'오빠 저 처음이에요'
유상무 : '아 근데 콘돔은 끼고 하셔야지'
장동민 : '오빠도 처음인데 콘돔껴야죠 오빠 오빠 저 지켜준다면서요 오빠 저 처음인데 콘돔껴주세요'
유상무 : 몰랐는데 갑자기 씌워져있어
(웃음)
유세윤 : 자고나서 물어보나?하기전에 물어보나?
장동민 : 하기전에는 절대 어보지
유상무 : 남자는 자고나서 실망할수가 있다고. 처녀라고 생각을 했는데 경험이 있는거 같으니까 물어보기도 한다고


장동민 : 자는거를 어떻게 자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져
유상무 : 자는거는 수줍어했겠지. 여자는 안들어가려고 했어(모텔 들어가기 전 상황극 설명중)
장동민 : 여자는 안들어가려고 했고 그게 첫번째고 . 두번째는 테크닉을 보여주면 안돼

유상무 : 여자가 안보여줬지

장동민 : 응 하나도

유상무 : 가만히 있었어

장동민 : 목석?
유상무 : 그러다가 아파했어
장동민 :목석이고 아파했고. 자기 입을 틀어막았어 그리고 이런말을 해야해 '어어 오빠 이거 뭐에요'이런거

일동 웃음
장동민 :'어어어 오빠 이게 뭐에요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좋은거'

일동 웃음


(자고나서 상황극)
장동민 : '오빠 너무 능수능란한거 아니야? 이게 뭐야 어디서 배웠어'
유세윤 : '뭘 배워 본능이지'
장동민 : '본능?오빠 치 몰라 오빠 많이 해봤지?'
유세윤 : '아니 몰라 넌? 넌 몇번째야'
장동민 : '에이씨 오빤 뭐 알면서 그래 '
유세윤 : 뭐가? 내가 알아서 생각해?'
장동민 : '뭘 알아서 생각해 또 그 병 나오는거야?'
유세윤 :'내가 알아서 생각한다? 이 야'
일동 웃음
장동민 :'오빠!' 칼로 북북북 '오빠 이 놈아 돈내놔 야 '


유상무 :'근데 너 왜 이렇게 헐거워?'
장동민 :'아 그거? 그거는 하도 딜도로 많이해서'
일동 웃음
장동민 : 다시 해봐 다시
유상무 : '왜 그렇게 쉽게 그렇게 됐지?'
장동민 :'아 그거는 오빠 이 너무 만해서 이게 뭐냐 씹새끼야'

(마무리)

유세윤 :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참을 수 없는건 처녀가 아닌 여자야

장동민 : 그래 여자의 과거

유상무 : 처녀가 아닌 여자? 아닌데?

유세윤 : 맞어 다 처녀이길 바라는 거잖아

유상무 : 아니?

장동민 : 그래 제일 완벽한건 그거지 아예 캐갈것도 없고 털어도 먼지도 안나오고 절에서 한 30년살다가 내려온.. 근데 이 사회가 그럴수는 없지


 적색 강조를 제외한 볼드체는 위 인스티즈 게시글의 서식이다.


 옹꾸라의 위 발언이 전체 사건의 중심이 된다. 논리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그리고 정신위생적으로나. 그러니까 몇몇 사람들은 여기서 전체적인 '맥락'을 보라고 주장하며, 장동민의 발언이 그리 과한 것은 아니라거나,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긴 이 대목은 명목상으로는 "이전의 성관계를 현재의 남친에게 말하지 말라"는 조언의 형식이다. 바로 그 조언을 위해 모든, 적어도 대부분의 남성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부연이 곁들여지고 있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흔히 말하는 맨스플레인이다.

 그런데 여성은 처녀일 수 있는가? 가령 장동민은 발언 당시 미혼이었고, 35세였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 만나는 애인은, 남자나 여자나 가릴 것 없이, 대체로 성 경험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전 남친과 성 경험이 없는 여자라면 당연히 현 남친과도 섹스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일전에 지적한, 모 일베인이 그린 이 웃기는 그림의 딜레마가 다시 드러난다.



 성에 개방적인데 성 경험은 없어야 한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아니나다를까 장동민의 옹호자들은 주장한다 - 옹달샘 그네들은 자유로운 성의 옹호자들이며 여성의 섹스를 적대시하지 않는다, 고. 하지만 그 자유로운 성생활이란 자기네들 입장에서나 자유로운 성생활이다. 그것을 벗어나는 여성의 성은 그들에게 있어 죄악이다.


 여기서 '개같은 년' 이라는 비칭이 등장한다. 장동민은 한 술 더 떠 '개X년'이라고 지칭한다. 몇몇 독창적인 분들은 저것은 게보린 광고의 패러디다, 따라서 욕설이 아니다, 라는 괴이한 주장을 늘어놓는다. 과연 그들 앞에서 가사를 바꿔 달아 조롱하는 노래 - 우리는 어린 시절 저런 노래들을 지어 자주 애창했는데 - 를 불러도 태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다시 일부 더 독창적인 분들은 장동민이 '개보-' 다음을 얼버무리기에 다음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모른다고 강변하는데, 장동민의 발언은 앞서 말한 대로 패러디인 만큼, 저 위의 받아씀이 정확하다.


 어쨌든 여자는 전 애인과의 섹스를 사실대로 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단지 암시하는 것만으로도 '개X년' 이 되어버린다. 즉 매춘부다. 남자는 그것을 영원히 모르고 있어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애인만은 처녀라는 어지간히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고서야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덕분에 여자는 처녀 아니면 창녀가 되는 셈인데, 이를 유세윤이 적절하게 요약하였다.


 우리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처녀 아닌 여자야.


 이것은 개인이 가진 망상에, 그것도 법적,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차별적인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망상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남자들은 다 그렇게 생각해'라는 형식이 따른다는 것을 위에서 지적하였다. 남자들은 여성의 성경험을 알게 되거나 상상했을 때, 그 여성을 매춘부라고 생각하는가? 과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장동민의 발언은 그러한 남성들에게도 기분나쁜 것이다. 옹달샘의 셋도 이 점을 어느 정도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데, 다음의 요약을 보라.


http://theqoo.net/square/83020915


 이들이 여성비하 건의 다음 방송편(여성비하 발언은 당시에도 청취자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었다)에서 사과랍시고 한 내용인데, 이런 말들을 하였다.


유세윤 - 그래서 뭐, 여러분들께서는 조금, 심기가 불편하셨던 여성분들께서는, 우리의 성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

이게 모든 남자들의 성향이 아니라 그냥 우리는 이렇다


장동민 - 응 맞아요 나 만날 여자는 이러면 돼


(중략)


유상무 - 아니 그때 왜그러냐면 우리가, 왜냐하면 이전방송에서, 다 100% 남자입장에서만 얘기를 해서 그래

우리가 여성을 대변하는 사람이 없잖아 그니까 여기서 만약에 여성이 여성입장을 얘기해줬다면 융화가 됐을텐데

우리끼리 재밌자고 막 남자 얘기만 하다보니까 여자들이, 여성분들이 화를 내지 듣다보면 답답하고 그러지 않았을까요?


 다른 모든 남성들을 자신의 성적 판타지에 볼모로 삼은 것이다. 이것도 까놓고 보면 사실과 거리가 있기에, 그들 자신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완구의 '너네 지금 충청인 무시함?' 드립만큼이나 악질적이다. 따라서 이는 남성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전 남친에 대해 질투하는 것과, 애꿎은 여자를 매춘부로 매도하는 것은 엄연히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물론 여기서 모욕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여럿 계시다. 그리고 별로 모욕감을 느끼지 않는 분들도 계신다. 뭐 그 정도는 좋다고 하자. 이 처녀-창녀 이분법을 보고도 그리 큰 문제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까지 계신다. 바로 이런 분들이 있기에 오늘의 음모론이 있다.


 보았듯 맥락은, 장동민의 옹호자들의 궤변과는 달리, 오히려 저들이 남성우월론자임을, 그것도 알고 보니 지독한 수준의 성차별론자임을 확인해 줄 뿐이다. 성차별적인 관념까지 용인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런데 저들은 그런 발언들을 공적인 자리에서 당연하다는 듯 늘어놓는 막장스러운 자들이다. 장동민은 특히 심한 수준의 욕(XX년)을 하며 앞장을 섰다. 게다가 뒤이어 여자들은 멍청하다 - 180이하의 여자도 아니고, 그냥 모든 여자들은 남자보다 멍청하다![각주:2] - 는 주제파악이 안 되는 발언으로 아주 돋보이는 존재가 되었다.



 파문


 위 발언은 장동민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시점에 다시 터져나왔다. 발언의 텍스트와 유튜브 음성이 대한민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장악한 것. 초기에 유포된 곳은 여성시대 등 여초 커뮤니티였다. 여성들 - 어쩌면 그간 장동민의 주요 팬층이었을 - 이 장동민의 막말에 격분한 것은 당연지사.


 장동민의 출연이 매우 유력했던 무한도전의 주 시청층도 젊은이들, 그리고 특히 여성들이다. 이들을 감안하더라도 장동민의 발언은 나와서는 아니 되는 것이었다. 이로서 장동민의 하차는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였지만, 무한도전 측의 초기 대처는 다소 괴이한 것이었다. 무한도전의 얼굴인 유재석의 반응을 보라.
장동민은 왜 유재석의 만류에도 자진하차 했나


 그리고 과거 장동민이 하였던, 다소 묻히고 지나갔던 막말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위에서 살펴본 '창자 택배' 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 다음과 같은 건들이 있었다.


 1. 군대 후임의 폭행 사건. 장동민 여성 비하 발언 논란에 군대 후임 폭행 까지? 관심법을 쓰시는 몇몇 분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는 완전한 픽션이란다. 하긴 개그 프로그램에서 헛소리를 할 수도 있긴 하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장동민의 군 시절 행실은 그리 양호해 보이지 않는데, '속사정 쌀롱' 장동민, "생애 최악의 악플 군대 후임이 남겼다"를 참고하라. 뭐 장동민 자신은 군 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2. 옹꾸라 라디오 방송 중(31회), 삼풍백화점 생존자를 희화화.


 3. 패드립 노래. 여성비하 발언 논란 장동민-유세윤-유상무 패드립까지? 공식사과문이 무슨 소용… 하지만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장동민은 여기에 끼지 않았다고.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 셋은 가정환경이 대단히 불우했는데, 장동민의 경우는 가정폭력이 심했다고 한다. 엔하위키에서는 부모를 강간범으로 묘사하는 노래가 무슨 폭력적인 과거를 개그로 '승화'시키려는 시도라는 변명이 적혀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무덤을 파고 나올 소리다.


 가정폭력을 겪고 자란 아이는 대체로 아버지를 증오하기 마련이다. 아버지를 오히려 '존경'하며 어머니를 때릴 기회를 엿보는 패륜적인 부류들이 소수 있는데, 일베인들이 대표적이라고 예전 글 - 어머니 때리기 - 에서 밝혔다. 그런데 아버지를 증오하더라도 폭력으로 드러나는 아버지의 권력을 선망하는 사람들이, 얻어맞는 어머니를 동정하지만 자신의 배우자가 그 어머니의 위치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이는 습관의 힘과 반성의 결여라는 남성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런 가정 폭력을 통제할 의지가 없는 사회와 국가-제도의 탓이 더 크다.


 장동민의 최초의 유행어가 아버지의 말버릇이었다는 점은 자못 시사적이다. 장동민 “그까이꺼 대충 아버지 말투” 법정소송까지 갈뻔했다?


 어쩌면 장동민은 자신 안의 사악한 점을 직관적인 의미에서나마 잘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장동민이 그간 맡아 왔던 캐릭터는 쉽게 욱하고 분노하는, 소위 찌질한 남성이었다[각주:3]. 가령 다음 동영상을(여전히 장동민을 눈뜨고 봐 줄 의지가 남아 계시다면)을 보라[각주:4].



 그이가 자신을 직접 캐릭터로 삼아 희화하시키는 것은 바로 목소리 큰 못난 남자이다. 이것은 틀림없는 연기인데, 단순하게 생각하면, 연기자는 그것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 - 목소리 큰 못난 남성 - 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페르소나가 단지 연기가 아닌 성차별주의자의 본심이기도 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장동민의 언행은 상당 부분 재조명된다. 개그가 더 이상 개그가 아닌 셈이 된 것이다. 장동민은 방송 내적이나 외적으로 여성들에게 험한 말을 하곤 했는데, 한때 희극이었던 그 의미는 가혹하게 반전되었다.



 대처


 여성비하 발언이 논란이 된 다음 유세윤의 반응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인스타그램의 항의글에 "옹꾸라가 인기가 있나 봐"라고 답변한 것이다. 나중에 올린 사과문도 어처구니없는 수준인 것은 매한가지. 유세윤, 옹달샘 팟캐스트 여성비하 발언 사과하다


 4월 12일 장동민의 관계자가 스포츠투데이에 사과의사를 표명했다. http://stoo.asiae.co.kr/news/naver_view.htm?idxno=2015041213204702437 장동민의 공식사과는 다음 링크 참조.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14889 라디오방송 "장동민과 레이디제인의 두시"에서도 사과를 하였다.http://joongang.joins.com/article/874/17572874.html?ctg=1502


 스포츠투데이에서 장동민의 관계자는 지난해 발언인데 다시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고, 장동민 본인의 라디오 사과에서도 발언 당시 사과했으니 구체적인 사과는 피하겠다고 언급, 사태의 심각성만 이해하지 여전히 과거 발언의 심각성은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특정한 의심은 음모론의 광경에서 일반적인 현실이 된다.


 장동민은 결국 무한도전에서 자진하차했다. 그런데 위에서 밝혔듯 유재석은 장동민의 하차를 말렸다. 장동민의 발언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거나,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였겠다. 무한도전은 통편집의 관례를 깨고, 장동민의 기존 촬영 내용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리고 무슨 사과 같은 말을 하긴 했는데, 이것 역시 장동민의 것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되어 있었다.


 무한도전의 주 시청층은 말했듯 젊은 여성이다. 이들은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에 의해 '처녀 아니면 창녀' 취급을 받았으며, 장동민의 욕설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었다. 과연 무한도전이 언급했던 시청자의 '불편함'이란 여성들이 느꼈을 정당한 분노를 지칭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소란이 없었어야 하는데 있어서 유감스럽다는 사무적 표현인가? 무한도전의 제작진들이 최소한의 상도덕이 있는 작자들이라면 전자를 의도해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살펴봤듯 대단히 의심스럽다.


 의심은 의심일 뿐이다! 장동민을 쳐내지 않고, 장동민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 하차를 결정하였더라도, 또한 장동민의 행각이 그대로 그네들 방송에 등장하고 있더라도, 반드시 무한도전이 성차별적 사고나 그에 따른 막말들을 허용하거나 대체로 용인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것들은 어쩌면 잠시나마 함께했던 게스트에 대한 의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무한도전은 성매매 사건이 터져도 멤버를 그대로 끌고 가는 의리 있는 조직 아닌가. 나는 김태호가 고결한 위인이라는 소문을 자주 들었다.


 무한도전에는 말했듯 단지 의심을 가질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여기서 직접 음모론을 늘어놓으려 하지 아니한다. 대신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음모론에 대한 것이다.



 쉴더[각주:5]


 확실히 무한도전이나 유재석의 행동은 크게 티가 나지 않는데, 드러내놓고 장동민을 옹호하는 분들이 여럿 계셔서다.


 딴지일보의 필진이라는 이 분의 반응을 보자.



 이 메이비인가 하는 분의 주장에 따르면, 장동민의 발언은 어떻게 생각하면 심하긴 해도 어떻게 생각하면 또 심하지 않으며, 장동민에 분노하는 자들은 다 선동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 선동이란 문구를 눈여겨보자.


 또는 이 김석현 '책임 프로듀서'라는 분의 주장은 어떤가? '코빅' 김석현CP, 장동민 옹호글 올렸다가 '삭제' 이 분의 글에는 특기할 점이 여럿 있는데,


 1. 장동민은 착하고 진실하다.

 2. 장동민은 실수가 많을 뿐이다.

 3. 장동민을 피디들이 좋아한다.

 4. 장동민이 위선자들보다 낫다.


 가 되겠다.


 장동민은 착한가? 여성을 '창녀 아니면 처녀'로, 지적으로 열등한 이등인간으로 취급하는 이는 여성에게 착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이 김석현이란 프로듀서는 남자이다. 따라서 이 '남자'에게 여성에 대한 태도는, 장동민과 마찬가지로,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역시 장동민과 마찬가지로, 김석현 역시 이런 생각을 드러내는 데 별 거리낌이 없다.


 김석현에게 있어 진실함이란 이런 것이다. 물론, 기사에서 밝혔듯, 김석현은 이 '진실'한 글을 결국 삭제하였다. 결국 김석현의 행동은 말하자면 실수로 판명되는데, 이런 것들로 볼 때, 김석현이란 PD는 장동민과 대단히 유사한 인간이다. 따라서 김석현이 장동민을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장동민을 좋아하는 이유를 반드시 그렇게 단정지을 수만은 없다. 인간은 때로 동류를 혐오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장동민을 좋아하는 이유란 어쩌면 장동민이 단순히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이어서일 수도 있겠다. 유재석도 가령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나를 돌아봐 유재석 “장동민, 선배들에 잘한다” …조세호 “나는 별로” 즉, 말은 거칠지만 선배들에게 잘한다, 그러니 장동민은 좋은 사람이다. 유재석은 선배이고, 여기에는 선배라는 자신과 자신이 포함된 동류 집단을 제외한 어떤 것도 지적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자기 딴에는 군생활을 열심히 했다던 장동민의 후임이 단 악플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자신과의 관계 또는 자신의 감정, 그 이외의 것이 완전히 결여된 윤리적 사고를 우리는 이들에게서 본다. 가령 일베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 내가 재밌다는데 너희들이 무슨 상관이냐? 이를 반전시키면 "선암여고탐정단"의 동성 키스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의 주장이 된다. 즉 '보는 내가 기분나쁘니 제재하겠다." 이런 사고에서 '어묵 사건'이나 패륜 방송국 KBS의 신입 기자 따위가 나오는 것이겠다.


 이런 분들은 자신의 기분이나 이익에 거스르는 법과 정의나 질서 같은 것을 인정하지 아니하려 든다. 그리고 앞서의 것들을 주장하는 인간들을 격렬히 증오한다. 여기서 김석현은 이와 같은 인간을 '위선자'로 표현하고 있다.


 위선에 대해 잠깐 논해 보자. 도스토옙스키 역시 위선자를 매우 증오했다. 이를테면 당시 러시아의 좌파 지식인들. 그이가 오히려 애정을 가졌던 족속들은 그와 반대되는, 마르멜라도프 같은 위인들이다. 죄악 속에서 사는 사람들 말이다. 이처럼 도스토옙스키와 김석현은 어떤 위선을 증오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둘 사이에는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자신이나 사람들 안의 악 자체인데, 도스토옙스키는 이를 인정하고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이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으며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시인했고. 끊임없이 회개하며 반성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실제 생활이 별로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도스토옙스키가 위선자들을 싫어한 근거는, 적어도 선언적인 의미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악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르멜라도프에 보내는 연민의 이유는 어쨌든 그이가 자신의 악을 체감하는 까닭이다. 이는 김석현과는 정확히 반대된다 - 김석현은 장동민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오히려 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잘해 봤자 또 다른 형태의 위선일 뿐이다. 이것의 결과는 어떤 것이겠는가? 그들은 자기네 패거리들 안에서의 평판만을 중시하고, 그와 관계없는 사람들 - 여성, 자신에 비해 을의 위치에 있는 피고용인들, 그리고 심지어는 시청자들까지 - 을 무시하고 때로는 멸시할 것이다.


 나는 여기서 김석현이 대단히 독창적인 악당이라고 생각하여 그이의 주장에 대한 평을 늘어놓은 게 아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사람마다 정도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현대 한국 사회에 번져 있는 어떤 경향과도 같다. 말했듯 이런 경향을 따르는, 즉 자신의 이익과 감정만을 우선시하며 반성이라고는 알지 못하는 위인들은 대표적으로 일베인들인데, 아니나다를까 이들은 장동민을 극렬히 옹호하고 있다.


 다른 남초 사이트들을 관찰해도, 물론 일베만큼이야 아니겠지만, 이런 옹호의 경향은 드러난다. 유저들 사이에 논쟁은 있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장동민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약간은 더 많은 듯해 보인다. 여기의 옹호자들도 김석현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즉, 그들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며, 따라서 그네들이 기분나빠할 일은 아니고, 따라서 윤리적으로도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나도 루저녀 사건 때 그리 분노하지 아니하였다.


 설령, 칸트의 주장과는 반대로, 감정에 따라 일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데 일말의 타당성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적어도, 타인의 감정 역시 존중함이 마땅하다. 이것마저 결여되면 인간의 사고는 떼를 쓰는 애들과 다를 것이 없어진다. 하지만 장동민의 옹호자들을 보면 인류의 수준에 대한 회의감이 들 정도이다. 어째서 여자들의 기분나쁨은 무시하고 있는가? 설마, 그들 역시 여자를 이등 인간으로 취급하는 것인가?


 이런 속내를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쉴더가 등장한다.


 '무한도전', 여자들 눈치보다…장동민 잃었다


 시청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 방송이 있는가? 한술 더 떠 시청자를 모욕하고 막말을 퍼붓는 방송은 또 어디에 있는가? 하지만 김용호씨는 '여성' 시청자라면 그런 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그이는 장동민이 여성에게 '거침없는 일침을 가하'였기에 좋아한다고 밝힌다. 작자인 김용호씨의 평소 행실을 보면 뭐 당연한 내용이라고 보아도 좋을 정도이다. 이것이 바로 김석현이 주장하는 진실됨이며 솔직함이다.


 어쨌든 김용호씨에 따르면, 장동민의 여성에 대한 막말은 개그가 아니라 바로 진심이었고, 그래서 장동민이 인기가 좋았던 것이란다. 이를 보면 김용호씨는 적어도 나보다는 평소 눈썰미가 있는 분이다.



 음모론


 김용호씨의 글은 솔직함 하나만큼은 아주 칭찬해야 마땅하다. 저 위의 딴지 필진의 '나쁘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쁘지는 않고 나쁘다고 하는 년들은 다 선동당했음' 따위보다는 백만 배쯤 우월하다.


 딴지는 대한민국 음모론의 '본좌'이며, 한국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아마도 또 상상력이 가장 풍부한 분 중 하나이실 김어준씨를 창립자로 둔 '언론'답게, 역시나 아니나다를까 특정한 사회현상을 음모론으로 풀이하려는 어떤 강력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장동민의 건을 보면서도 위 딴지 필자는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다 선동당한 것이다.


 선동이란 무엇인가? 타인의 주장에 쉽게 휩쓸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위 딴지 필자도 김어준에게 그간 선동당한 것이 아닌가? 물론 저 딴지 필자는 현재의 딴지는 김어준과 사실상 무관하며, 딴지에서의 활동은 자신의 주관에 따른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자체는 전혀 나쁜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권장되어야 할 사항이기까지 하다.


 여기서 요점은 개인의 판단력이 된다. 즉, 다른 의견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종합하는 사고력이다. 그러니까 딴지 필자는, 장동민을 까는 위인들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없다, 고 여기고 있다. 물론 자기 딴에, 자신은 합리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접근은 장동민의 주장과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즉 '여자들은 멍청하다'. 과연 그러한가? 가령 루이스 C.K.부터 [VEEP]까지, 여성을 위한 코미디는 있다를 보자.


 해당 기사는 미국의 스탠딩 코미디가 어떻게 여성을 놀리면서도 비하나 차별로부터 자유로우려 시도하는지를 다룬다. 이런 것을 보면 제대로 된 판단력이 없는 쪽은 딴지 기자이다. 오히려 남성우월주의적인 인습과 미국 코미디에 대한 막연한 평가들에 의해, 그 자신이 선동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자는 선동을 입에 달고 사는 일베인들이 얼마나 선동당하고 있는 족속들인지를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다. 앞서 일베인들은 역시나 장동민을 극렬히 옹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그리고 여러 선량하신 남성분들의 주장 또한 딴지 기자의 그것과 기본적인 맥락을 같이한다. 풀어 보자면


 [음모 세력 → (선동) → 여초 사이트 → (공격) → 장동민]

                                                          ↓

                                               사회적 논란 '유도'

                                                          ↓

                                                 장동민 하차


 즉,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어떤 음모 세력이 여초 사이트의 '생각 없는' 자들을 선동했으며, 이들이 장동민을 까며 사회적 논란을 발생시켰고, 그 결과 장동민이 무도에서 내려오는 등의 핍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관점에서 장동민은 억울하다.


 구체적으로 그 음모 세력이 누구인가는 역시나 견해가 갈린다.


 1. 소위 '무도충', 즉 무한도전 팬들이라는 설. 이들에게는 신입 멤버에 대한 텃세가 어쨌든 있긴 하다. 

 2. 무한도전 식스맨에 출연한 광희의 소속사. 유력한 경쟁자인 장동민을 제거하려는 모략이다.

 3. 위 광희의 일명 '빠순이'들.


 현재 광희가 무한도전의 새 멤버로 실제 발탁되기도 하여, 광희의 소속사에 대한 음모론이 가장 유행인 듯싶다. 하지만 음모론이 다 그렇듯, 근거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광희가 가장 욕을 먹는 이유도, 저 위의 김용호씨가 솔직하게 밝혔듯, 아이돌이라 여성팬의 눈치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음모론의 목표는 어쨌거나 여성들이다. 광희나 소속사를 욕하는 이들이 노리는 사람들은 여초 사이트 유저들이다. 보라, 저 딴지 기자도 일명 '선동꾼'들보다 선동당하는 들을 더 욕하고 있지 않은가?


 어째서 여초 사이트 유저들을 욕하고 싶은가? 김용호씨가 역시나 솔직하게 답하였다. 그들이 이번 사건에서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고, 여성으로서 주장해야 할 것을 주장한 까닭이다. 여기서 어떤 일관적인 경향이 확실히 드러난다. 여성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이등 인간으로 취급하려는 경향이다.


 위에서 '윤리적 주관주의', 즉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지적했다. 딴지 기자의 표현대로라면 장동민의 욕설은 '과하긴 해도 그저 그렇다'. 이처럼 장동민의 욕설을 그리 심각하지 않게 생각한다면, 여자들의 분노는 이해할 수 없거나,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설령 타인의 권리나 상황, 심지어는 그들의 분노를 윤리적인 의미에서 무가치하다고 평가하더라도, 저런 윤리적 주관주의자들이 늘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그들의 대표인 장동민이나 김석현을 보라.


 사장이나 PD, 군대 선임이나 연예계 선배의 감정을 살피는 것은 이들에게도 중요하다. 이는 어떤 사실 하나를 다시 폭로한다 - 여성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됨은, 여성들에게 현실적인 권력이 없어서라는 것이다. 정말 여성들에게 남성만큼의 권력이 있었으면, 지금 장동민이 방송계에 발을 붙이고 있었겠는가? 무한도전이 논란 어쩌고 하는 모호한 말로 - 한국에서 특히 이는 가해와 피해의 주객을 뒤섞는 말이다. 김태호 씨는 똑똑한 분이니 이 섬세한 차이를 알고 있었으리라 믿는다 - 장동민을 배려해 주었겠는가?


 이에 작금의 장동민을 둘러싼 음모론의 증상이 밝혀진다.


 음모론에 수긍하는 이들은 장동민에게 특정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이 동질감은 정말 그들이 여성을 '처녀 아니면 창녀'로 생각하며 행동하여서이건, 아니면 단지 그런 생각에 동의하고만 있어서이건,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지만 여성을 이등 인간으로 취급하며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싶어서이건, 아니면 단지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적 문법들에 지나치게 익숙하여서이건, 어쨌건간에 장동민이 한 발언이 나쁘다는 것을 부정하도록 강요한다.


 이 동질감이 현대 사회에서 정의, 또는 당위로 받아들여지는 성 평등의 이념과 충돌할 때, 음모론자들은 현실을 자신들의 뇌 안에서 뒤바꾸는 것을 선택한다. 일차적으로 장동민이 나쁘지 않다는 주장, 즉 맥락은 다르다는 주장, 게보린 따위의 패러디라는 주장, 겪어 보니 장동민은 착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서 다시 장동민의 착함을 두뇌-화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받아쓰기가 악의적으로 편집되었다는 주장, 광희 소속사의 모략이라는 주장, 여초사이트 년들이 선동되었다는 등의 주장이 발생한다.


 이것들은 인간이 세계를 자신의 소망대로 변개하여 믿도록 만든다. 이는 어쩌면 장동민의 막말과 욕설, 그리고 그이의 뇌 속에 있는 성차별적 관념이나 그것을 태연하게 내놓을 수 있는 저렴한 지적 수준보다 더 유해하다. 나는 이런 정신병적인 작태들을 용납할 수 없다.



 결론


 후주의 시영(921~959)은 우리에게 교훈을 주었다. 대의를 가지되,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확실히 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규탄해야 할 것은 일차적으로 장동민의 성차별적인 사고와 그에 따른 반헌법적이고 비윤리적인 막말들이다. 그리고 법과 제도와 윤리에 반해 장동민을 옹호하는 언론과 방송의 행태들을 다시 비판해야 한다.


 이것을 고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반성적-합리적 사고와 사회환경의 개선일 것인데, 위에서 지적했듯, 만일 여성에게 권력이 있었으면 저런 발언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며, 애초에 논란이 될 거리조차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한 가지 결과가 필요한데, 이것으로 우리는 현실의 성-차별적 습관들을 부인하며, 음모론의 기저를 폭파하며, 장동민 개인에게 합당한 도덕적 심판을 안겨 줄 수 있다. 바로 그가 현재 참여하고 있는 모든 TV와 라디오 방송에서 장동민을 하차시키는 것이다.













  1. http://gostory.info/?p=3051 [본문으로]
  2. 유상무도 오죽하면 말릴 지경이다. [본문으로]
  3. 이 점, 장동민이, 본심이야 어쨌건간에, 왜 비교불가한 인기를 한때 구가했는지를 눈여겨보라. 약자-소수자 비하에 오히려 더 열을 올리는 오늘의 코미디언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본문으로]
  4. 김태원의 지적이 지금 와서 보면 예사롭지 않다. [본문으로]
  5. 방패막이하는 자. 이유를 들어 어떤 것을 옹호하는 사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