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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

인질극


 예전에 어떤 인터뷰 기사를 봤었다. 자칭 '사회주의자'인 중국인 패거리들이 주인공이었다. 말은 꽤 많았던 것 같은데, 그나마 어렴풋하게라도 기억하는 건 이 어구뿐이다. 곧 '(타국 사회주의자와 다른) 중국 사회주의자의 특질은 바로 애국심' 되겠다. 나는 그 기사를 읽으며 생각했다 - 아, 중국놈들은 역시 안되겠구나.

 사실 국가를 가장 사랑하는 인간들은 온건 우익들이다. 어쩌면 몇몇 국가에서는 극우 파당들이 그보다 더 심란하게 국가를 사랑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여자친구를 팬다는 날건달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의 격한 사랑은 나라를 말아먹기나 할 뿐이다. 꼭 나라를 말아먹은 다음에는 남 탓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관찰할 수 있는 극우파들은 그나마 나라를 사랑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나라를 팔아먹는 데 관심이 있다. 나라를 팔아 자신의 잇속을 챙긴다. 마초들은 그들의 단순무식함으로, 가끔 동정 비슷한 애정을 끌 때가 있다. 하지만 협잡꾼들은 좋아할래야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다.


 그 어떤 놈이 정보가 인간을 자유롭게 하리라 했는가. 현대인은 이가 갈릴 정도로 무식하다. 그리고 용감하다. 원시인과 하등의 다를 바가 없다. 어떻게 이라크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믿을 수 있을까, 또 어떻게 이라크전이 미국의 이익이 되리라 여길 수 있을까? 하지만 미국인들은 그런 허술한 선전을 잘도 믿었다. 정보의 통제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찾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약간의 이성만 있으면 사실과 비사실은 충분히 가릴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미국인들의 무지를 비난하기 전에, 우리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국민은 인질로 잡혀 있다. 놈들은 국민을 인질로 삼아 범죄를 저지른다. 사람들 일부는 계산속에 빠지고, 대부분은 도리어 범죄자들을 찬양한다. 스톡홀름 컴플렉스다.

 진실은 쉽게 말해지지 않는다. 사실 순수한 의미로서의 좌파들은 극소수고, 그들은 정신나간 주사파들 덕에 치를 떤 데다, 떠들면 얻어맞는다는 타성에 젖어 있다. 그러면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는 온건 우익들에게 기대를 걸어 보면 어떨까?

 하지만 NLL에 대한 불리한 진실은 절대 말해지지 않는다. 간도는 좀 낫고, 다른 곳 하나는 그보다 좀 심각하다.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국익이다.

 당신은 국가에 대해 불리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거의 없다. 황우석 사태에서 목격했듯, 일방이 현격하게 부도덕하고 정의롭지 못한 짓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국익에 이로울 추상적 가능성만을 가지고도 악당의 행위가 정당화되곤 한다. 좀 나쁘면 어때? 국가에 이익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니 아무 말 하지 말자!

 그리고 양자의 도덕적 수준이 비슷하거나, 아니면 주관적으로라도(즉 사실이야 그렇건 말건, 자기네들의 생각에 따르면) 자신의 국가가 유리한 상태에 있을 경우, 팔은 무조건 안으로 굽는다. 간도문제에 대해 그나마 좀 사실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은 좀 다행스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그것도 없잖아 '국익의 프레임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작용해서'다. 즉 이쪽이 간도문제에 대한 궤변으로 누리고 있는 현실적 이익이 전혀 없어서다. 또한 특히, '그' 궤변이, 말 그대로, 아무 근거도 논리도 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걸 누구라도,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침묵하는 게 바람직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 멀리 봐야 한다. 극우파들은 국가경제를 대가로, 젊은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국민의 건강과 생존을 미끼로 삼아 자신의 이익을 채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은 나라를 이미 1/4쯤은 팔아먹었고, 반쯤은 매물로 내놓았고, 나머지 남은 부분도 머지않아 싸그리 팔아먹을 것이다. 이제 나라가 없는데 무슨 국익을 따지겠는가?

 그러니 아직 정신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여, 협잡꾼들의 선동질에 종지부를 찍으라. 나서서 일격을 가할 생각이 없으면, 정 목숨이 아깝다면(장담컨대, 아무리 사고를 친대도 죽지는 않는다, 절대로.) 따끔하게 일침이라도 가해라. 그래야 역사 앞에 도덕적으로 떳떳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