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놀았더니 감이 완전히 죽은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꽤 여러 주 동안 단 한 줄도 쓰지 않았다. 책 또한 몇 쪽 읽지 않은 건 물론, 신문도 보지 않았고, 심지어 인터넷도 하지 않았다. 김연아가 우승했다는 소식마저 우연히 TV에서 나오는 시상식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고 알았을 정도다. 나는 어쩌면 제대로 도피해 보길 원했고, '심각한 현실의 일을 잊어버리기를', 진정한 여행객의 기분을 느끼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꿈에서 깨어, 다시 망조가 드리운 세파를 걷으니, 정말 사사건건 가관이 아닌 경우가 눈에 드물게도 띈다. 정말 정의로운 멍청이들은 목이 쉬어라 소리지르고 있고 - 아니, 좀 당신네들 일상에서나 좀 정의롭게 행동하시란 말이다 - 현실은 강렬하게 야만적으로 변한다. 솔직히, 다시 그 광경을 보았을 때는 꽤 놀랐다. 하지만 이게 내가 늘 겪던 일들이라 돌이키고 나니, 얼마쯤은 무덤덤한 기분에 젖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