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의 시대가 왔다. 노움의 시대는 언제 오나... 어쨌든 종교의 시대가 왔다.
대통령께서도 독실한 개신기독교 신자시다. 다 그분과 같은 교회에 다니기에, 국가경제를 한 번 말아먹은 전력이 있는 강만수란 작자가 재경부의 수장으로 등극하지 않았겠는가? 역시 사업을 하려면 어느 종교든 꼼꼼히 출석해야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요새 가장 흥성하는 종교가 대한예수교 장로회일 것 같지는 않다(유감스럽게도). 그렇다고 대종교도, 김일성교도, 남묘호랑계교(철자가 정확한 건지 모르겠다)도, 동방신교도, 파파락교도 아닐 성싶다. 내가 보기에 한국에서 가장 번창하는 종교는 바로 시장(Market)이 되겠다.
한국사회에서 시장은 가장 강력한 종교다. 무슨 일만 있으면 '시장원리에 따라', '시장원칙에 의해', '자유시장경제가 어쩌구' 라며 사설이 쏟아진다. 그렇다. 미국산 쇠고기도 시장원리에 따라 들여오면 되고, 수도도 가스도 전기도 시장원리에 따라 있는 놈들에게만 대주면 되고, 공기업도 다 시장에 내놓아 팔아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부동산 투기도 돈 좀 있다는 인간들의 자유로운 경제행위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 많은 이들의 삶이 오히려 황폐해지지 않나요?" 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답은 무조건 '시장원칙'이다. '좌빨'이란 욕설이 돌아오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여기서 시장의 '종교성'이 드러난다. 어째서 '시장' 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없다. 애초에 시장이란 도구는 인간의 복리를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이잖는가? 인간의 더 큰 권익을 위해서라면 시장의 역할이 축소되어야 할 것이다. 때로는 시장이란 수단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그들의 '시장원칙'은 경우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어야 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며, 모든 것에 우선하는 그 어떤 것이다. 그것은 영세상인들의 생계보다 중요하다. 박봉에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시달리는 비정규직들의 삶보다 더 중요하다. 어디 그것뿐인가, 헌법으로 보장된 자유로운 정치활동보다, 행복한 삶에 대한 사람들의 희구보다 더 중요하니, 시장은 가히 초헌법적 가치라고 할 만하다.
현재의 시장주의자들이 믿는 시장을 '종교'라고 부르는 이유는, 종교의 특성인 도그마적 구조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신봉자들의 모습은 그나마 바람직한 종교인의 모습도 아니다. 포용과 이해, 겸손과 관용의 모습은 눈 씻고 찾아보아도 힘들다. 독선과 만용이 그들의 두뇌를 지배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무자비하게 비난하고 숙청하려고 용을 쓰는 그 태도는, 흔히 보는 광신도들의 행각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며칠 전 어느 얼빠진 전교조 소속의 교사 하나가 학생을 폭행(이상하게도 이런 행위에 '체벌'이란 용어를 쓴다마는)하여 논란이 되었다. 인터뷰를 보아하니 아주 가관이다. 교사 曰,
"상업 교사로서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책무다."
그야말로 아프리카 토인들을 교화시키려는 선교사의 자세다. 상업 교사로서 시장을 반대하는 건 있을 수 없으며, 시장이라는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마치 하늘의 계시인 양 떠들고 계신다. 아니꼬우면
"상업이 싫은 학생은 인문계로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다."
오호라, 학교 때려치면 되는군요!
이분께서 "전교조가 이 같은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고 포용해야만 특정 시각에 경도되지 않고 순수성을 지켜 나갈 수 있다"라고 주장하시며 얼추 다원주의자인 것처럼 행세하고 계시지만, 마치 교직원노동조합의 일방적인 목소리에 대항하다 상처를 입은 것인 양 말씀하고 계시지만, 진정한 교조주의자가 누구인지 저 발언 하나에서 매우 잘 드러난다.
"기사가 나간 뒤 많은 지인이 '잘했다. 힘내라'는 격려 전화를 했다."
다행히도 이 양반은 같은 신도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은 얻은 모양이다. 애들 팼다고 학교에서 잘릴 리도 없으니, 뭐 인생의 대단한 이벤트, 말하자면 신앙간증행사 정도로 치부하면 편하겠다. 당신 딴에는 올바른 일을 했으니 말이다. 짚고 넘어가는데, 그렇다고 내가 '시장'교 신자들을 꼭 엄청나게 증오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이 미친 세상에서 종교 없이 사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