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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


 예를 들어

 자, 오늘 18시경 광주구장 3루 관중석에서 이런 담화가 발생했다고 치자.

 A : 오늘 경기에서 롯데가 이기면 내 손에 장을 지질 테야!

 B : 어림없는 소리, 만약 기아가 이기면 차라리 내 성을 갈겠어.

 롯데나 기아야구단, 또는 해당 야구단의 모기업체는 A나 B에 대해, 영업방해 등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민법750조)이 성립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말 그대로

 1. 불법한 행위가 있어야 하고, 2.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해야 한다.

 김민선의 소위 '청산가리' 발언이 있고 나서, 정말 한참이나 지나 수입업자들이 그녀를 고소했다. 김민선의 언행은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되어야 할까?


 김민선은 이렇게 말했다

 일단 김민선의 발언을 보자. 다음 링크 기사를 참조하라. http://www.consumernews.co.kr/news/view.html?pid=88931&cate=ent&page=

 (미니홈피글, 게다가 연예인 미니홈피글치고는)길고 긴 글 중에서 문제가 되는 문단은,

 "L.A 에서 조차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채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각주:1]"

 가 되겠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의미를 포섭해 보자. 맨 위에 롯데-기아 발언을 보라. A는 그 말을 하면서, 정말 롯데가 이기는 게 정말 '손에 된장 고추장을 발라 후라이판에 지지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만약 경기가 끝난 후, 내가 후라이팬과 호적등본을 갖고 A와 B에게 가서, "그래서, 어쩔 거요?" 라고 물어본다면 어떨까. 아마 A와 B, 뿐만 아니라 경기장에 있는 모든 분들이 날 미친 놈 취급할 거다. 백이면 백 이렇게 말할 거다. "그냥 하는 소리지, 그걸 곧이듣다니, 당신 제정신이오?"라고.


 유감스럽게도 이런 발화에서는 절대 '롯데승≤장지지기, 기아승≤성갈기' 의 부등호가 성립하지 않는다.이런 서술들은 문리적인 논리성이 결여된 발화이며, 절대 문언대로 해석해서 될 명제가 아니다. 우리 언어공동체는, 즉 한국인들은 예문과 같은 발화를 무조건 이런 식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롯데가 졌으면 좋겠어"/ "나는 한화가 졌으면 좋겠어"

 이런 화법은 사실 별로 참신하지도 않은 거고, 한국어군에서 널리 쓰이는 관용어법에 불과한 거다. 관용적 표현은 관용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가령 어떤 정상인도,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 란 발화를 '가슴에 물리적 상처가 나서 아프다'는 뜻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어떤 인간도 '사면초가'라는 말을 듣고 정말 '초(楚)나라 가요가 발화자의 주위에서 스테레오로 울려퍼지고 있다'고 이해하지 않는다. 만약 이런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간이 있다면, 그는 심각한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는 거다. 아니, 일단 언어적 장애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해야겠지.

 곧 김민선의 발언도,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채로 수입하는 건 싫다, 매우 끔찍한 일이다" 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할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건 "광우병 티본 스테이크는 청산가리 이상의 신체적 해독을 갖는다"란 의미의 사실적인 서술이 아니다.


 언어이해력의 문제

 그런데,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33&fid=547&articleid=2009081318482256424 의 링크 기사를 참고하면,

 소송을 거신 양반은 아무래도 한국어 해독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독해능력을 가졌으면 응당 이해해야 할 관용적 표현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실 뿐 아니라,

 한술 더 떠, 문리적 해석에도 상당한 결함을 노출하고 계시다. 즉 문언적으로 보면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 ≤ 청산가리 들이키기"가 되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이 분은 "미국산 소고기 = 청산가리"의 등식을 도출하셨다. 부등호도 안 맞을 뿐만 아니라, 뭔가 한쪽 의미가 심하게 변질됐다. 논리필연적으로 전자와 후자가 같다고 절대 말할 수가 없다. '미국산 소고기''뼈가 박혀 있는,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쇠고기'와는 분명 다르다!

 수입업자 양반의 말이 그나마 순수하게, '문리적으로나마' 정당화될 오직 단 한 가지 가능성이 있긴 하다. 수입업자 양반께서는 "모든 미국산 쇠고기는 뼈가 박혀 있으며 광우병이 득실거린다"는, (우리가 몰랐던) 또 하나의 전제를 갖고 계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 뭐 그렇지는 않은 것 같으니, 단순한 수입업자 양반의 무지의 소치로 짚고 넘어가자. 게다가 김민선은 '미국산 쇠고기'는 물론이고 '광우병 쇠고기', 또는 '쇠고기'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다. 그는 '광우병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한 것이다. 정부가 광우병이 의심되는 캐나다산 쇠고기를 아무 대비 없이 수입한다는 결정을 내렸으면 어땠을까. 김민선은 '미국'과 '캐나다'만 바꿔서 동일한 발언을 했을 것이다. 작년 여름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도 미국산이 싫다고 정부를 규탄한 게 아니다. 제대로 된 검역절차 없이, 현실적으로 광우병이 의심되는 특정 월령 이상의 쇠고기를 수입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즉, 김민선의 이런 말들은, 한국 국민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발언이며, 허용되어야 할 범위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당연히 위법하지 않다. 이는 손해배상청구의 첫째 요건, '불법행위'부터 충족하지 못한다. 돈도 없다면서 인지대만 날리게 생겼으니, 비극은 수입업자 양반의 얼토당토않은 곡해로부터 비롯하였다.


 사실적 오류
 
 이런 언어적 결함 말고도, 인터뷰에서 수입업자 양반은 수많은 사실상의 오류까지 저지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김민선은 별로 유명한 연예인이 아니며(나는 김민선이 누군지 이틀 전에야 알았다!), 청소년의 우상은 더더욱 아니다. 만에 하나 정말 우상이라고 해도, 한국 중고딩들은 저런 말에 '미국소=청산가리'란 결론을 내고 행동에 들어갈 만큼 우매하지 않다. 수입업자 양반은, 자기는 한 자릿수 나이 수준의 언어이해력을 가진 주제에,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우롱하고 있다.

 또한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애초에 살펴볼 필요도 없긴 하지만, 조금만 짚고 넘어가자)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주장을 하려면, 손해가 어떻게 발생했다는 입증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김민선의 발언으로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확실히 안 먹게 되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물론 이에 대한 증거를 내놓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손해산정은 '수입위생조건 고시 연기' 때문에 발생한 손해를 계산했다. 이건 무슨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인가? 게다가,

 수입위생고시는 적법하게 연기되었고, 이 '연기'에는 김민선 등의 어떤 불법적인 행동이 개입된 게 아니다. 정부가 그냥 알아서 연기한 거지. 그리고 분명히 고시의 미비함에 대한 정부의 사과가 있었고, 그에 따라 실제로 고시는 단순히 '연기'된 게 아니라 중요한 부분에 있어 '변경'까지 되었다. 이 고시의 '변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이 '연기'는 천재지변 같은, 사업 도중에 일상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위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다. 이것은 수입업자들이 알아서 보험을 들던가 해서 해결할 문제이지,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또 무슨 "촛불집회에 나왔던 열여섯 된 학생들이 15년~20년간 미국산 쇠고기 안 먹으면 단백질 부족으로 체력 저하가 일어날 것" 이라고 그러는데,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 쇠고기는 쇠고기가 아닌가? 남반구 송아지들한테는 단백질이 안 들어 있나?

 "방송제작물이 국가적으로 득을 볼 거냐, 손해를 볼 거냐 판단해서 국가적으로 손해를 볼 것 같으면 안 하는 게 선진국이다." 라는 발언도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 수입업자 양반은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무슨 방송국 공중파 채널이라도 되는 줄 착각하는 모양이다. 직접 방송제작물에 나와서 연예인이 미국산 소고기 싫다고 한 적이 언제 있었나? 그 연예인들은 다 시민의 지위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들을 한 거다. 그런데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라니? 무슨 '말조심하라는 경고'를 보내겠다는 건가?


 곧, 다음과 같은 법적 결론을 낼 수 있다

 1. 김민선에 대한 수입업자 박모씨의 손해배상청구는 근거 없어 부적법하다. 애초에 김민선의 행동은 불법하지 않고, 김민선의 행동과 수입업자의 손해간의 인과관계 역시 없다.

 2. 박모씨는 김민선의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발언을 왜곡-곡해하여 김민선이 '미국산 쇠고기를 청산가리에 비유'했다고 거짓 사실을 적시하였다. 또한 '의도적 선동', '버르장머리'라는 단어까지 써 가며 김민선의 인격적 결함을 주장, 그녀를 모욕하였다.
 그럼으로써 박모씨는 김민선의 명예를 훼손하고 김민선의 소속사의 업무를 방해하였다. 박모씨의 무지의 소치일 가능성이 높지만, 만에 하나 고의가 입증될 경우에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3. 박모씨의 손해배상청구는 전혀 근거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불법한 소송으로, 또한 허위사실에 기초한 언론플레이로 김민선을 부당하게 압박하여 특정한 행동 - 구체적으로 말해 사과 및 그에 준하는 행동 - 을 강제하고 있다. 물론 박모씨는 합의는 안 될 것 '같다'라고 주장하나, 발언의 전체적 내용과 "김민선씨가 우리를 쫓아다니면서 미국산 쇠고기 홍보대사가 돼준다면 모를까" 등의 문구로 보아 일말의 가능성까지 고려하지 않는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와 같은 박모씨의 행위는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한다.

 4. 위의 2개 혐의가 인정될 경우 형법위반으로 당연히 불법이며, 만약 고의가 없었다 해도 명백한 과실에 해당한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불법행위로, 박모씨는 김민선과 그 소속사에 대해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5. 박모씨는 또한 다른 연예인들에 대한 언급에서 역시 허위의 사실 - '거짓선동'이란 문구 등으로 틀이 짜이는 - 을 적시한 바, 이런 '언급'으로 신상이 특정되는 연예인이 발생할 경우 응당 그 연예인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6. 박모씨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으면 '단백질 부족이 발생한다'고 단정적으로 발언했다. 즉 호주산 쇠고기나 오리고기, 돼지고기는 영양적 결함(가격은 넷 다 별 차이가 없을 터이므로)이 있다는 결론을 내게 만드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내게는 없잖아 그렇게 보인다). 호주산 수입업자나 호주산 쇠고기 사용 음식점 주인 및 기타 관련자, 돼지고기, 오리 및 기타 육류, 또는 단백질 공급원 관련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이에 대한 법적 대응책을 알아보시라.


 따라서, 나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수입업자 박모씨는 좋은 말 할 때 당장 소를 취하하라.

 2. 김민선과 그 소속사는 당장 박모씨를 고소-고발하여 '버르장머리를 고쳐 줘야' 한다. 나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믿는다.

 3. 수입업자 박모씨는 김민선에게 사과하라. 광우병 쇠고기에 반대한 연예인들에게 사과하라. 촛불집회에 나온 청소년들에게도 사과하라.

 4. '줄줄이 소송에 들어간다'는 기타 수입업자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 표명을 하라.







  1. 인용부호 사용에서, 실제 발언 인용은 짙은 파란색, 강조는 청록색으로 칠했다. 빠뜨린 건 그냥 알아서 해석해라. [본문으로]